안산지원, 제3자변제 공탁 이의신청 기각… “가해기업에 면죄부”
수원지법 안산지원이 정부의 일제강제징용 판결금 ‘제3자 변제’ 공탁 불수리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공탁을 받아들일 경우 불법행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가해 기업에게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봤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민사21단독 신성욱 판사는 24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이 낸 공탁 불수리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재단은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 거부 입장을 고수하는 피해자 고 정창희 할아버지 유족 1명의 주소지 관할 법원인 안산지원에 징용 배상금 공탁을 신청했다.
안산지원 공탁관이 “피공탁자가 제3자 변제에 대해 명백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는 등의 취지로 공탁을 불수리하자, 재단은 ‘법리 오해가 있다’며 법원에 이의신청했다.
신 판사는 “가해 기업이 불법 행위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신청인이 제3자 변제를 통해 이 사건 판결금을 변제한 이후 가해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가해 기업에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채권자로서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채권의 만족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사건 판결금이 결과적으로 금전채권으로서 제3자 변제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채권자의 반대 의사표시가 명백하다면 제3자 변제를 제한하는 것이 손해배상제도의 취지 및 위자료의 제재적·만족적 기능에도 부합한다”고 했다.
신 판사는 “채권자의 의사에 따라 채무자가 변제를 강요당하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신청인의) 주장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채권자가 자신의 반대 의사에도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로부터 변제를 강요당하게 되면 채권자가 개인적으로 받은 불법적이고 부당한 처사에 대한 심리적·감정적 만족을 받을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당하는 부당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고 밝혔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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