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에 맞불 놓으려던 김정은…군사정찰위성 재발사 실패로 체면 구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재차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은 올해 김 위원장의 최우선 국방 과업이다. 다만 북한은 세 번째 발사 시점을 오는 10월로 명시하며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북한은 이날 새벽 3시50분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운반 로켓 ‘천리마-1형’을 발사한 지 약 2시간30분만인 오전 6시15분쯤 공식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실패 사실을 보도했다. 지난 5월31일 이후 85일 만의 재발사도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올해 국방 분야의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며 성공을 강하게 독려해온 김 위원장은 두번째 실패로 대내외에 망신을 당한 꼴이 됐다. 북한은 지난 6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에서 지난 5월31일 첫 발사 실패를 올해 상반기 “가장 엄중한 결함”으로 자평하기도 했다.
북한에게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은 핵 무력 고도화 측면에서 중요하다. 동북아시아에서 대립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군사적 움직임을 실시간 속속들이 들여다보며 핵미사일의 선제적이고 정확한 사용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2021년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향후 5년간 국방력 발전 5대 중점 목표 중 하나로 제시됐을 정도다.
현시점에서 군사정찰위성 재발사를 통해 추구한 정치·군사적 효과도 거두지 못하게 됐다. 북한이 지난 22일 일본 측에 사전 통보한 ‘24일 0시~31일 0시’ 발사 기간은 지난 21일 시작해 오는 31일 끝나는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 기간과 겹쳤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은 UFS에 군사적 위협을 과시하는 동시에 한·미·일 안보협력이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된 지난 18일(현지시간)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에 대응하는 의미도 있었다.
주요 행사를 앞두고 주민들에게 대대적인 성과를 과시할 기회를 잃었다는 점도 김 위원장에게 뼈아프다.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다음 달 9일 북한 정권수립 75주년을 기념하는 축포성 성격이 강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를 “공화국의 역사에서 중요한 계기로 되는 해”라며 정권 수립 75주년 의미를 강조해왔다.
북한은 재발사 실패를 인정하며 세 번째 발사 시점을 오는 10월로 못 박았다. 지난 5월 첫 발사 실패를 인정할 당시 재발사 시점을 “가급적 빠른 기간 내”라고 여지를 둔 것과 차이가 있다. 이는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 78주년 기념일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날짜에 많이 의미 부여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그쪽(당 창건일) 중심으로 (발사) 일정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군사정찰위성의 기술적 수준이 첫 발사 때보다 진전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재발사에서 발생한 기술적 문제가 크지 않기에 이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도 읽힌다. 북한은 첫 발사 실패 당시 “엄중한 결함”이 발생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이번 재발사에서는 “큰 문제는 아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도 이러한 평가에 힘을 싣는다.
북한은 재발사 실패를 의식한 듯 이날 오후 조선중앙통신에 여러 담화를 발표해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비난했다. 강순남 국방상은 “일선 총알받이들인 일본과 ‘대한민국’ 것들의 수족을 ‘아시아판 나토’에 단단히 얽어매놓고 하나의 거대한 반로씨야(러시아), 반중국 포위환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흉책”이라며 “압도적이며 선제적인 무력 대응”을 시사했다.
리룡남 주중국 북한대사는 “미·일·괴뢰(남한) 3자 수뇌회담에서 인디아(인도)·태평양 해역에서의 현상변경을 위한 일방적인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문건을 채택하며 반중국 분위기를 고취한 것은 대만해협 정세 악화의 화근이 누구인가를 분명하고도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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