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규제 완화? 한화진 환경 장관 "규제 현장 적응성 강화"
"규제 이행 당사자는 기업...현장에서 잘 작동되게 하는 게 중요"
환경단체 "환경부가 산업부인지 국토부인지.. 정체성 못 찾고 있어" 비판
한 장관은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화학물질 관리 등 환경 킬러 규제 혁파 방안’ 정책 브리핑에서 일련의 지나친 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한 우려 섞인 질문에 “환경 킬러 규제 혁파 효과는 환경 규제 완화가 아닌 규제의 현장 적응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이를 통해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환경 규제라는 것이 국민이 더 나은 환경을 누리도록 환경을 개선하는 중요 정책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러나 환경 규제 이행의 당사자는 기업이기에 규제가 현장에서 잘 작동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국민의 건강, 더 나은 환경, 더 나은 삶의 개선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그런 차원에서 규제 혁신이 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한 장관의 논리는 기업들이 제대로 지킬 수 있을 만한 수준의 규제를 제시함으로써 규제 준수 유인을 고취하고, 이를 잘 관리함으로써 실제 국민들이 더 나은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접근법이다.
환경부는 24일 오전 서울 구로 디지털산업단지 G밸리산업박물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2030년까지 누적 8조80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유도하는 내용을 담은 ‘화학물질 관리 등 환경 킬러 규제 혁파 방안’을 보고했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 등 그간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킬러 규제로 지적됐던 각종 규제들을 과감히 없애겠다는 게 이 방안의 요지다.
환경부가 대표적인 킬러 규제로 거론한 화평법은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화학물질 관리 강화라는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법률이다. 법률 제정 시 신규 화학물질은 양에 관계없이 등록하도록 했으나 법률 개정 시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등록 기준을 연간 0.1톤으로 완화했다.
하지만 그간 산업계에선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 비해 과도한 기준으로 비용 및 인력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환경부는 신규 화학물질 등록 기준(연간 0.1톤 이상)을 EU 등 화학물질 관리 선진국 수준(연간 1톤 이상)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전자 등 첨단 업종을 중심으로 700여개 기업이 등록 비용 절감과 제품 조기 출시 등으로 2030년까지 총 2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환경부 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22일 브리핑에서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고로 인해 아주 강한 기준을 정했던 것인데 이 기준을 다시 선진국인 유럽연합(EU) 수준으로 기준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체들의 화학물질 관리 능력이 가장 중요한 만큼 규제 완화의 사각지대가 없도록 방안을 마련해 잘 관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환경부는 △위험비례형 규제로의 전환 △사업 규모 등에 따라 평가 절차를 달리하는 환경영향평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종 불소 배출 기준 합리화 △온실가스 배출권 이월 제한 규정 완화 등의 이날 회의에서 보고했다.
하지만 환경단체 일각에서는 이 같은 환경부의 정책들이 환경부 본연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운동연합 한 관계자는 ”정부조직법상으로도 환경부는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환경 오염을 방지하는 역할 등을 수행해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며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자신들이 산업통상자원부인지 국토교통부인지 전혀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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