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美 석학의 탄식, 대체 왜?

김태원 기자 2023. 8. 2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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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인구 감소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가부장적 문화의 동아시아에서 두드러진다.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여성의 교육·사회진출이 확대되나 가사노동 부담은 가중되는 가부장제와 가족중심주의는 계속되고 있다. 교육 격차는 줄어드나 임금 격차는 여전히 크게 존재하며 과도한 업무 문화와 입시 과열 등 교육 환경도 낮은 출생률의 원인이다.”

EBS 방송화면 캡처

16년째 전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낮은 출생률이 미국의 유명 교수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여성과 노동, 계급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법대 명예교수는 최근 EBS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 초저출생’ 제작진으로부터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생률이 0.78명인 것이란 사실을 전해 듣고 머리를 움켜쥐었다. 전 세계 인구 동향을 꿰뚫고 있는 그에게 한국의 합계출생률은 충격이었다는 반증이다.

합계출생률이란 가임기 여성이 평생 동안 낳는 자녀 수를 가리키는 수치다. 합계출생률 0.78명은 통계청이 올해 초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 통계(잠정)’ 자료에 나온 수치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20년 기준 OECD 평균 합계출생률(1.59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OECD 38개국 중 출생률 1위인 이스라엘이 2.9명, 2위인 멕시코는 2.08명이다. 35위 일본의 출생률이 1.33명이고 꼴찌에서 두 번째(37위) 이탈리아 합계출생률마저도 1명은 넘겨 1.24명이다.

한국의 출생률은 2007년, 2012년 꼴찌에서 두 번째였던 적을 빼고 2004년부터 16년째 꼴찌에 머물러 있다. 불과 6년 전만 해도 40만명대였던 출생아 수는 지난해 24만 9000명으로 절반가량 곤두박질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지난해 5월 X(옛 트위터)에서 “한국이 홍콩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붕괴를 겪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2006년부터 한국을 ‘인구소멸 1호 국가’로 전망한 저명한 학자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 역시 “이대로라면 한국은 2750년 국가가 소멸할 위험이 있고 일본은 3000년까지 일본인이 모두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주최한 학술행사에서 “기후 변화와 자원 부족으로 거주 지역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느리게 관리 된다면 인구감소는 나쁘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한국이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는 매우 어려우며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가 지난 5월17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주최한 학술행사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콜먼 교수는 “인구 감소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가부장적 문화의 동아시아에서 두드러진다”라며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여성의 교육·사회진출이 확대되나 가사노동 부담은 가중되는 가부장제와 가족중심주의는 계속되고 있다. 교육 격차는 줄어드나 임금 격차는 여전히 크게 존재하며 과도한 업무 문화와 입시 과열 등 교육 환경도 낮은 출생률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났음에도 가사 노동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지 않았다. 여성들에게 결혼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한국의 결혼율이 줄어들고 있는데 혼외 출산의 비율이 낮은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 또한 저출산과 관련이 깊다는 지적이다.

콜먼 교수는 이와 함께 ‘과도한 업무 문화(workism)’와 ‘입시 과열’ 현상도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세 번째로 노동 시간이 길다. 지나친 사교육 열풍’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한국의 학생들과 동료들에게 들은 바로는 입시에서 ‘고득점 경쟁’이 과열되면서 엄마들이 자녀들 교육에 많은 시간을 쏟으며 헌신하고 있다”며 “자녀의 입시 성공에 대한 부담이 여성들에게 주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퇴근 후에도 계속되는 업무 문화와 지나친 사교육 열풍과 같은 것들이 결국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출생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진단이다.

반면 행정 시스템과 정책은 비혼자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자료=통계청

한국 정부가 지난 16년간 약 280조원에 달하는 저출생 정책들을 내놨지만 대다수가 일시적인 효과에 그친 점도 문제로 꼽았다.

콜먼 교수는 저출생에 효과적인 정책이나 방안으로 △육아휴직 등 제도 개선 △기업의 육아 지원 의무화 △이민 정책 △동거에 대한 더욱 개방적인 태도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이 선호하지 않는 방법들 가운데 해법이 있을 수 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 시간을 단축해야 하지만 이는 기업들에는 생산성과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며 “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출산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더 많은 시간을 안심하고 가족과 보낼 수 있도록 친가족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받고 일할 수 있는 문화와 고용 안정, 직장의 보육 지원 등의 중요성도 권고했다.

콜먼 교수는 또 저출생 위기의 또 다른 요인으로서 비혼(非婚) 출산에 대한 높은 부정적인 인식을 제기한 뒤 이 같은 인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출생률 반등에 성공한 국가들은 전체 출생의 30%를 비혼 출산이 차지하고 있다. 적어도 출산의 30% 이상이 비혼 출산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 어떤 선진국도 1.6 이상의 출생률을 보일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가족 유형과 상관없는 지원이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하고 주민등록 시스템도 다양한 가족 유형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근무시간 제한, 사교육 지양 등 모든 정책은 일관적이고 지속적으로 그리고 여야 합동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콜먼 교수는 출생률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를 비교했다. 지난해 기준 프랑스의 합계출생률은 1.8명이다. 프랑스는 양육 비용이나 교통 등 매우 포괄적이고 탄탄한 출생 정책을 갖고 있다. 1930년대 이후 여당 혹은 여당에 상관없이 대통령이 누가 되든 일관되게 정책을 수립하고 이어 나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또한 저출생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국가가 양육을 책임지는 일관된 복지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컨트롤 타워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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