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뿌예진 시야…'중심장액망막병’ 원인 찾았다
젊은 나이에도 갑자기 눈앞이 동전으로 가린 것처럼 뿌옇게 변하거나 물체가 휘어 보이고 실제와 색이 다르게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망막 안에 물이 차는 ‘중심장액망막병’으로 매년 1만 명당 1~2명 정도 발병한다.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중심장액망막병에 대한 발병기전이 국내 연구진을 통해 밝혀졌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이준엽 교수팀은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와 일반 대조군의 안구를 비교 분석해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에게서 특정 마이크로RNA가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바이오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 ‘나노생명공학 저널’에 게재됐다.
중심장액망막병은 스트레스나 수면부족, 스테로이드 복용 등과 관련있다고 알려졌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주로 시력이 좋은 젊은 연령대에서 갑자기 발병해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황반변성으로 진행되거나 시력상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재발하는 경우 비정상적으로 혈관성장을 촉진하는 물질을 억제하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항체 주사치료를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다만 일부 환자들에게 효과가 없는 경우가 있어서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중심장액망막병과 연관된 잠재적인 바이오마커를 확인하기 위해 아급성 중심장액망막병 환자 42명과 일반 대조군 20명의 안구 내 방수를 채취해 분석했다. 방수는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 차 있는 맑은 액체다. 이를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을 통해 확인한 결과, 특정 마이크로RNA인 마이크로RNA-184가 일반 대조군에 비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특히 항혈관내피성장인자항체 주사치료에 반응이 적은 환자일수록 마이크로RNA-184 발현량이 더 증가한 상태였다.
연구팀은 방수에서 마이크로RNA-184 발현량을 정량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해 확인한 결과,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에서 대조군에 비해 해당 RNA가 100배 이상 증가됨을 확인했다. 이를 기반으로 마이크로RNA-184의 발현량으로 치료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기초 실험을 통해 마이크로RNA-184가 혈관내피세포 증식과 이동에 관여하는 STC2 유전자 발현을 조절했고, 그 결과 신생혈관생성을 억제하는 것을 밝혀냈다. 중심장액망막병 환자 10명 중 4명은 항혈관내피성장인자항체 주사치료를 한 번만 받아도 한 달 안에 이상 소견이 모두 호전됐다.
이준엽 교수는 “황반변성이나 당뇨망막병증 등 다양한 망막질환치료에서 고비용 주사치료제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약제 치료반응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조기에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해 빠른 증상 호전과 함께 환자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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