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미디어의 미래] "공영방송 경영자, 경영 못해도 정권 호흡 맞추면 살아남아"
강형철 교수 "방통위, 공영방송만의 평가 진행해야"
뉴스채널, 허가·승인제 아닌 신고제 전환 주장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한국이 서구보다 크게 문제적이지 않다. BBC는 이사회를 정부가 뽑는다. 그럼에도 공정하다고 한다. 정치문화의 차이가 있고, 정권 바뀌었다고 무도하게 사장 잘라내는 게 없다. 그러다 보니 조직 내 프로페셔널리즘이 발전한다. 법이 아니라 실행의 문제다. (지금 정부는) 법 절차대로 다 잘라내고 바꿔내고 있다. 정권 바뀌면 다 교체되도록 하는 독특한 구조를 만드는 게 차라리 깨끗하지 않겠나. 아니면 법원이 나서야 한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여당측이 공영방송 이사를 무리하게 해임하며 이사회 의석을 확보하고, 경영진을 교체할 바에는 차라리 정권이 바뀌면 동시에 이사회가 교체되게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24일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가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두 번째 세션은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가 '2023 미디어 현상 또는 전장(戰場)'을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그동안 KBS는 이걸 (수신료 통합징수) 통해 효율적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는데, 이 정부가 병합징수 방식을 해체했다. 그리고 KBS 이사장이 갈렸다. 현재 이사회는 여권이 다수가 됐다. 그다음 곧 사장이 갈릴 것”이라며 “이후에도 수신료 분리징수를 계속할 것인지, 해결책을 줄 것인지 모르겠다. 공영방송의 역할보다는 광고 수익에 더 의존하는 방식으로 가게 되는 건 광고로 먹고 사는 다른 미디어들에게도 결코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환 대표는 '국민이 왜 KBS 편이 서지 않았던 것 같느냐'고 물었다. 이에 강 교수는 “차별적이지 않다. KBS2 시청층과 MBC, SBS의 시청층이 같다. KBS2가 차별성이 없다는 거다. KBS1은 50세 이상 시청 비중이 70% 이상이다. 고령화가 심하다. 세계 공영방송들이 대부분 그런 경향이 있지만 KBS는 굉장히 심한 편”이라며 “시민들에게 (공영방송이) 우리와 가까이 있다. 이런 느낌을 줘야 할 텐데, 젊은 시청층이 다 나가버린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들은 냉소적이게 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이런 사태가 왜 벌어졌느냐. KBS가 자체적인 합리적 성과평가 시스템을 만들 수 없었고,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A프로그램에 3000만 원을 투입했으면 시청률이든, 광고 성과든, 공적 가치든 특정한 기준으로 평가하고, 그걸 바탕으로 경영자의 성과 평가가 되고 그 경영자가 잘했으면 6년, 7년, 8년 더 남아 있었어야 했다”고 설명한 뒤 “한국 공영방송 경영자들은 경영을 아무리 잘해도 정권이 바뀌면 잘려 나가고, 못 해도 당대 정권과 호흡을 맞추면 살아남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그러다 보니 공공성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 저도 KBS 이사직을 수행한 적이 있는데, 여권 이사와 야권 이사들이 정치적 문제를 가지고 갈등을 빚는다. 이렇게 서로 싸워선 안 되고 경영진을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 왜 이런 문제는 이렇게 됐고, 이 서비스는 얼마를 벌었는지 등을 (경영진에게) 이야기해야 하는데, (이사들끼리) 공방을 벌인다”고 비판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사와 민영 방송사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문제라고 짚었다. 또 한국의 다른 공기업이 받는 기본적인 공공 평가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강 교수는 “공영방송 평가 시스템은 방통위가 하는 방송평가라는 일반 모든 방송과 함께하는 평가 척도와 구조로 이뤄지고 있다. 공영방송만의 평가를 하지 않는다”며 “공영방송의 차별성을 요구하는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사회가 주최하는 경영 평가는 경영을 평가해야 하는데 방송 보도가 공정했는지를 놓고 싸움을 한다. 일반적인 회사, 일반 공기업에서 요구하는 평가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YTN 민영화에 대해 강 교수는 “문재인 정부도 YTN을 민영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실패했다”며 “그런데 이(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YTN을 또 민영화하겠다고 나섰다. (정권에) 우호적인 보수신문이나 보수진영에 주거나, 아니면 자본가에게 줄 거다. 어떤 경우도 이 정권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뉴스채널이 가지고 있는 특혜를 없애는 방법이 있다. 현재 뉴스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은 승인제, 사실상 허가 제도다. 국가가 허가해야 (사업을) 할 수 있다”며 “사업자가 뉴스채널을 구매할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는 생산요소시장에서 정부가 허가하고 있다. 사회주의적, 공산주의적 발상이다. CBS, 한겨레, 경향신문 같은 언론사도 채널을 운영할 수도 있게 채널을 다양화해서 사회적 균형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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