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확 바뀐 '아파트' 전세시장…강남 입주장에도 굳건

나원식 2023. 8. 2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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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반기 '역전세난' 우려에도…전셋값 상승세
규제 완화·금리 인하 영향…매매 시장 회복 영향도
강남권 반포·개포 등 대규모 입주 앞두고 '상승 거래'

올해 하반기 역전세난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 전셋값은 되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규모 입주를 앞둔 서울 강남권 일부 지역의 경우 통상 전셋값이 하락하는 것과는 다르게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기도 한다. 아파트 전세 시장의 경우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아파트 매매 시장 반등으로 전세 시장 역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시중 금리 인하와 정부의 역전세난 방지 대책 등으로 전세 수요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월세 인상이나 빌라 전세 기피 현상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전세 회복…강남, 대단지 입주에도 '상승 거래'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 가격은 월간 기준으로 지난 6월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서울 강남권의 경우 5월부터 3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하반기 전셋값 하락 등으로 역전세난이 확산할 거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정반대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

특히 강남·서초 등 서울 강남권에서는 대단지 입주를 앞두고도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전세 물량이 늘어난 만큼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강남구에서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입주로 강남구와 인근 전세 시장이 휘청였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아파트 전세가 변동률. /그래픽=비즈워치.

실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경우 이달 말 래미안 원베일리 입주가 예정돼 있지만 인근 전셋값은 되레 반등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초구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 7월 11억 4000만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1년 내내 하락해 올해 6월에는 9억 3500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7월에는 9억 3600만원으로 1년 만에 반등했다.

실제 래미안 원베일리 인근에 위치한 래미안퍼스티지의 경우 이달 들어서는 전세 갱신 계약들이 이전보다 보증금을 되레 올리는 사례들이 눈에 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기존 전세보증금이 14억1000만원이었던 전용면적 84.93㎡가 이달 15억원에 갱신 계약했다. 또 보증금이 17억원이었던 136.65㎡ 역시 17억 5000만원으로 값을 높여 계약을 갱신했다.

올해 11월 6700가구 규모의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입주를 앞둔 강남구 개포동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예를 들어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의 이달 전세(전월세) 갱신 계약 대부분은 기존보다 높은 가격에 체결했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이미 전셋값이 많이 떨어져서 전셋값이 이제 바닥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원베일리도 이미 전세 계약을 할 곳은 상당수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근 단지 집주인들도 가격을 내려 부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낮아지자 전세 수요↑…비아파트 기피 영향도

전문가들은 최근 아파트 전세 시장의 경우 여러 요인이 겹치며 뚜렷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미 전셋값이 많이 떨어진 데다가 시중 대출금리가 인하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역전세난 대책으로 전세보증금반환대출 규제를 완화한 것도 전세 시장의 회복세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전세대출 금리가 연 5~6%에 달해 차라리 월세가 낫다는 인식이 많았지만 이제는 월셋값이 치솟은 반면 전셋값이 많이 떨어졌고 또 시중 금리까지 낮아지면서 전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에서는 대단지가 입주하더라도 전셋값이 눈에 띄게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전문위원은 "하락장에 대규모 입주가 겹치면 낙폭이 더욱 커지는 경향이 있지만 요즘 같은 흐름 속에서는 전세 물량이 늘더라도 가격이 유지되거나 소폭 오를 수 있다"며 "특히 강남의 경우 수요가 많기 때문에 집주인들도 전셋값이 오르는 흐름 속에서 다급하게 가격을 내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 시장 역시 심리적인 부분이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라며 "전반적인 전세 수요가 늘고 있는데 물량이 늘었다고 해서 집주인들이 무작정 가격을 낮추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전세 물량 외에도 대출이나 시장 환경, 거시 경제 등이 영향을 미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가격이 눈에 띄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 단독 빌라 월세 비중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이와 함께 전세사기 등으로 연립과 다세대 등 빌라 기피 현상으로 아파트 시장이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경제만랩이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비아파트(단독·다가구와 연립·다세대)의 임대차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0.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1년(1~7월 기준) 이후 처음이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전세사기로 전세의 안전성과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비아파트 시장의 월세 비중이 늘었다"며 "서울 비아파트의 전세 수요는 시내 소형 아파트나 경기도 아파트 전세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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