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없는 바그너 그룹, 해체 수순 밟나···“정부가 장악” 관측도

선명수 기자 2023. 8. 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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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 세계 각지 분쟁 개입하며 이권 챙겨
“바로 해체하기엔 효용 가치 있어” 지적도
아프리카 영향력 확대 위해 정부 개입 가능성
“바그너, 반란 실패 후 이미 동력 잃어”
사실상 ‘해체 수순’ 관측도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 용병들과 예브게니 프리고진(가운데). 텔레그램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3일(현지시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지면서 수장을 잃은 바그너 그룹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돼 악명을 떨친 바그너 그룹은 2014년부터 아프리카와 중동 등 세계 각지의 분쟁에 개입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각종 이권을 챙겨왔다. 이 때문에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 그룹을 곧바로 ‘폐기 처분’하는 대신 조직 장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 관리는 워싱턴포스트(WP)에 “러시아 정부가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에게 변함 없는 지원을 약속하면서 바그너 그룹이 해온 역할을 점점 더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고진의 부재에 따른 혼란을 러시아 정부가 직접 다독이는 한편 본격적으로 바그너 그룹 장악을 시작할 것이라 전망이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의 반란 실패 직후 이들을 곧바로 숙청하지 않은 것도 반란을 주도한 프리고진은 더 이상 푸틴에게 ‘쓸모’가 없지만, 바그너 그룹의 효용 가치는 여전히 높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 브루킹스 연구소의 반다 펠밥브라운 연구원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 바그너 그룹 활동을 완전하게 청산하기 보다는 크렘린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재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이 반란 종식 닷새 만에 바그너 그룹 지휘부를 크렘린궁으로 불러 면담한 자리에서 바그너 그룹의 ‘새 리더’를 제안한 것도 바그너와 프리고진을 분리시키려는 시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프리고진이 아프리카와 중동 일대의 군벌과 쿠데타 지도자, 정치인, 사업가 등과 비밀리에 구축해온 네트워크를 하루아침에 대체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직 내 막강한 리더십을 행사해온 프리고진의 부재로 힘을 잃은 바그너 그룹이 사실상 해체 수순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영국의 군사분석가인 숀 벨 예비역 공군 소장은 지난 6월 바그너 그룹이 무장 반란에 실패한 뒤 “프리고진이 없는 바그너 그룹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용병 그룹이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인 24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옛 바그너 그룹 본사 앞에 마련된 임시 추모관에 꽃을 놓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란 실패 후 바그너 그룹이 이미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 가디언은 벨라루스로 거점을 옮긴 바그너 용병들 중 상당수가 최근 낮은 임금에 불만을 품고 주둔지를 떠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 결과 벨라루스에서 한 때 5000명에 이르렀던 바그너 병력이 현재 4분의 1 이상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바그너 그룹은 반란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사실상 철수했으며, 러시아에서의 활동도 없었다.

사망 이틀 전 프리고진은 아프리카에서 활동할 용병을 모집하는 영상에 등장해 “바그너 그룹은 아프리카를 자유롭게 만든다”며 향후 아프리카에 주력할 것을 예고했지만, 이 역시 프리고진의 죽음으로 동력을 잃게 됐다. 영국 정보분석회사 시빌라인의 저스틴 크럼프는 “지난 몇 달간 바그너 그룹은 서서히 해체돼 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프리고진이 단순 사고가 아니라 러시아 정부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드러난다면 바그너 용병들이 추가적인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미 애틀랜틱카운슬 산하 스코크로프트 전략안보센터(SCSA)의 제프리 치미노 부국장은 “프리고진의 사망 배경에 푸틴이 있다는 증거가 나오면 남은 바그너 세력이 러시아 군부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민족저항센터’는 벨라루스 소식통을 인용해 프리고진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벨라루스에 주둔 중인 일부 바그너 부대가 국경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리고진의 죽음은 푸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세력은 누구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일종의 ‘경고장’이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란 시도가 무력화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애틀랜틱카운슬 유라시아센터의 앤드루 다니에리는 “프리고진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푸틴을 공격하려던 반대 세력의 의욕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의 죽음으로 푸틴의 권력에 가장 조직적인 위협은 제거됐으며, 기타 러시아 내 위협도 동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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