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 확대 이견 브릭스, 사우디·이란 등 6개국 합류 확정…“G7 대응 힘 갖췄다”
회원국 확대 여부를 놓고 이견을 드러냈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들이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아르헨티나, 에티오피아 등 6개국의 가입을 승인했다. 특히 오랜 기간 미국 최우방으로 여겨졌던 사우디의 합류로 브릭스가 주요 7개국(G7)에 대응할 동력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 주최국인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요하네스버그 샌튼 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우디 등 6개국이 내년 브릭스에 가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브릭스 확장을 위한 원칙과 기준, 절차 등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새로운 회원국 합류로 구매력 평가 기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브릭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32%에서 37%로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2일부터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진행되고 있는 브릭스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는 외연 확장이었다. 2006년 창설된 브릭스는 2010년 남아공이 합류한 이후 줄곧 5개국 체제를 유지해왔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를 앞두고 가입을 공식 요청한 국가는 22개국이었고, 관심을 표명한 국가까지 포함하면 40개국이 넘는다.
하지만 기존 회원국 간의 견해차로 전날 공동기자회견이 취소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체회의에서 “브릭스 확장을 가속해 더 많은 국가를 가족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룰라 대통령은 “브릭스는 미국과 경쟁 체제를 구축하지 않는다”며 신규 가입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야 한다고 버텼다.
이에 브릭스 5개국은 회원이 되기를 원하는 국가들이 갖춰야 할 기준을 제시하고, 이미 신청서를 제출한 국가 가운데 이를 충족하는 곳만 우선 가입시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유력 후보였던 인도네시아는 막판에 “합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등 서방은 사우디의 브릭스 가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합류하면 브릭스의 경제적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질서에 대항할 수 있게 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몇 년간 미국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노골적인 행보를 보인 사우디가 자연스럽게 중국과 가까워질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아랍뉴스에 따르면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 외교장관은 23일 세르게이 알레이닉 벨라루스 외교장관을 만나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옹호하는 등 러시아·중국과 함께 반서방 최전선에 서 있는 국가다.
이란의 브릭스 합류도 서방엔 작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NYT는 “이란은 브릭스 가입을 통해 자신들을 고립시키려 했던 서방의 시도가 실패했음을 보여줄 수 있다”며 “중동의 강국이자 서방 지배 질서에 대한 대안으로 역할을 확고히 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외에 지난 4월 미국 정부의 요구로 중단했던 자국 내 중국군 군사시설 건설을 재개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탈미국’ 행보를 보이는 UAE와 브라질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아르헨티나, 내전 등의 영향으로 러시아 입김이 거세게 부는 에티오피아의 신규 가입도 서방엔 부담이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모든 브릭스 회원국이 몸집 키우기엔 동의했지만, 그 규모와 속도에 대해선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브릭스의 약점은 분명하다. 통일성이 부족하고 결정을 집행할 능력이 거의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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