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염수 방류에 동해안 수산상인들 “손님이 너무 없다”
"손님 절 반 줄어" 날 선 반응…대게 수입업자도 "전년 대비 3배 줄어"
(강릉·동해=뉴스1) 윤왕근 기자 = "이런 것 대답해주면 상황이 나아집니까. 묻지 말아요."
24일 낮 12시쯤 강원 동해안 최대 어항(漁港)인 강릉시 주문진항에 위치한 어민 수산시장. 평소 싱싱한 횟감을 고르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식도락객으로 북적거리는 곳이지만, 이날은 오가는 손님 하나 없이 한산했다.
이는 궂은 날씨의 평일인 탓이 커보였지만, 시장 내부 통로가 텅텅 비어 적막감 마저 감돌았다.
상인들은 목을 빼고 시장 입구만 바라보며 손님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예쁘게 진열한 생선에 파리라도 앉을까 연신 부채질을 하며 기다려 보지만 오가는 손님은 한 두명 뿐이다.
인근 주문진항 수산물 풍물시장은 상황이 조금 나아보였지만, 확실히 평소보다는 손님이 적었다.
드문 드문 오가는 손님들이 횟감을 이리저리 보고 다니자 "삼촌, 뭐 찾아요. 보고 가요"하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상인 A씨는 "평일인데다 비가 오긴 하지만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다"며 "아무래도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IMF와 코로나까지 견뎠지만 이번 오염수 문제는 확실히 심각하다"며 "당장 오염수를 방류 이야기가 나오던 올 여름 지나다니는 사람이 예전보다 확실히 절반은 줄었다. 이제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더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토로했다.
일부 상인들은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사람들이 생선 자체를 잘 찾지 않는 것 같다"며 "안전, 안전하는데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안전한건지 좀 자세히 알려야, 이런 항구나 횟집 앞에는 좀 써붙여 놓기라도 하던가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안전만 외치는 정부나 당장 독극물을 들이마시는 것처럼 겁을 주는 정치인들이나 다 똑같다"며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맨날 어민이나 상인들이 큰 일 났다고만 하지, 아무 도움도 못주지 않느냐"고 화를 냈다.
이 상인은 "'우리 동네 망합니다' 하고 홍보하라는 거냐"며 "아무 말도 하기 싫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당장 머리띠를 두르고 피켓을 들고 싶지만, 오히려 관광객들에게 수산물에 대한 공포만 심어줄까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것이 어민들의 심정이다.
동해안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동해안 어민들이 굉장히 분개하면서도, 조직적으로 움직이지는 않고 있다"며 "오히려 이슈가 크게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형식 주문진어촌계장 역시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인데 걱정하지 않은 어민이 어디 있겠느냐"면서도 "정치권, 시민단체 등에서 주말마다 선전전을 하는 탓에 오히려 관광객들에게 공포감을 더 주는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해안 대표 어항인 동해시 묵호항 어판장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묵호항에서 만난 관광객 박정욱씨(39·서울)는 "친구들이 '회 귀신'이라고 부를 정도로 생선을 좋아해서 여행 온 김에 오늘 마음껏 먹고 가려고 묵호항에 들렀다"며 "오염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오늘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는 걸 알고 있지만, 당장 여파는 없지 않겠느냐"면서도 "아무래도 오늘 이후부터는 일본산은 당연히 먹지도 않을 것이지만, 국내산도 좀 꺼리게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일본산과는 큰 상관이 없는 '러시아 대게' 시장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동해지역은 속초와 함께 국내 최대 러시아대게 수입 관문이다.
동해에서 러시아 대게 수입업을 하고 있는 C씨는 "대게 비수기인 6~8월 기준 매출액이 전년 대비 3배 안팎으로 떨어졌다"며 "아무래도 수산물이라면 꺼리는 분위기가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C씨는 "정부에서 뭔가 조치가 있어야 할 정도로 수산업계 상황이 심각하다"며 "안전하다면 뭐가 어떻게 안전하다는 것인지 국민에게 확실한 근거를 갖고 알기 쉽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면 동해안 어민이나 상인 뿐 아니라 나 같은 수입 수산업자들도 다 망한다"며 "바다로 밥을 먹고 사는 동해안이 다 죽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도쿄전력은 이날 오후 1시 3분쯤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에 저장 중이던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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