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 첫 경선 토론... 트럼프 불참 속 라마스와미에 포화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린 23일(현지시간) 첫 후보 토론회가 선두 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빠진 채 치러졌다. 후보들은 기후변화, 임신중지, 우크라이나 지원 등 현안을 놓고 공방을 벌였지만, 토론에 불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내 존재감만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밤 폭스뉴스의 생중계로 두 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회에 참석한 8명의 후보들은 서로 난타전을 벌였다. 특히 최근 지지율이 급락한 론 디샌티스 주지사와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기업인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 후보에 포화가 집중됐다.
38세의 최연소 후보로 정치 경험이 전무한 라마스와미는 다른 후보들을 “슈퍼팩 꼭두각시” 등으로 지칭하며 차별화를 시도했고, 가장 ‘친트럼프’ 성향을 보였다. 이날 토론은 실제 라마스와미 중심으로 흘러갔다. 그는 다른 후보들로부터 “챗GPT 같다”(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풋내기는 필요 없다”(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는 등 집중 공격을 받았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들의 견제를 받지 않았다. CNN은 “라마스와미 대 다른 후보 구도였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트럼프 이후 극단화된 정치 지형과 공화당의 난맥상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확정 시 그를 대선 후보로 지지할 것인지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반대 의사를 밝힌 후보는 크리스티 전 주지사와 아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 두 명 뿐이었다. 이들이 트럼프에 비판적인 발언을 하자 청중석에 있던 트럼프 지지자들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임신중지 이슈 관련 후보들은 앞다퉈 “내가 가장 프로 라이프(pro-life) 후보”라고 주장하면서도 15주 이후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연방법 제정을 놓고는 이견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와 관련해서도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와 펜스 전 부통령은 지속적인 지원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디샌티스 주지사와 라마스와미는 우크라이나 대신 미국 남부 국경 지원에 자원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보들이 유일하게 공감대를 보인 부분은 중국 문제로, 대부분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에너지 정책이 오히려 중국에 경제적 이득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토론에 참석한 후보 8명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트럼프를 넘어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트럼프 대안’으로 각인될 수 있는 후보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토론을 보이콧하고 자신의 단독 온라인 대담에 출연했다. 당내 경쟁자들의 질문을 피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공화당 후보 토론회 시작 5분 전 폭스뉴스에서 해고된 극우 방송인 터커 칼슨과의 사전 녹화 인터뷰를 공개한 그는 “(지지율이) 1~2%, 0%에 불과한 사람들이 나를 질문으로 괴롭히는 것을 왜 허용하겠느냐”며 자신의 토론회 불참 결정을 두둔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며 ‘바이든-트럼프’ 리턴매치가 유력한 본선을 의식하는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한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마치 이쑤시개 위를 걷는 것처럼 백악관 잔디 위를 걷는다고도 했다. 그는 또한 자신의 재임 기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좋은 관계를 맺었다면서 “나는 북한과 잘 지내서 미국을 핵전쟁으로부터 막아냈다”고 주장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담은 공개 2시간 만에 조회수가 9100만여회를 넘어섰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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