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살림살이···2분기 실질 소득 4%↓역대 최대 감소

이창준 기자 2023. 8. 24. 16: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제공

올 2분기 월 평균 실질 가계 소득이 집계 이후 가장 크게 감소했다. 물가가 큰 폭으로 치솟은 반면 코로나19 관련 한시 지원금이 끊기면서 실질소득이 4% 가까이 줄어들었다. 반면 가계 지출은 고금리로 이자지출이 급증하고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대폭 늘어났다. 소득에서 이자, 세금, 보험료 등을 뺀 처분가능소득 감소도 역대 최대였다. 소득1분위와 5분위의 소득이 모두 줄면서 소득격차는 ‘하향평준화’됐다.

물가는 오르고 받는 돈은 줄고, 역대 최대 소득 감소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2023년 2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79만3000원으로 집계되며 지난해 2분기 대비 0.8% 감소했다. 가계 소득은 코로나19 2년차인 2021년 2분기 이후 2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는데, 감소 폭은 2분기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컸다.

지난 1년간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구매력을 반영한 실질소득은 같은 기간 3.9% 줄어들었다. 모든 분기를 통틀어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은 3.2%로 집계됐다. 실질소득은 지난해 3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은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등 코로나19와 관련된 정부의 한시 지원이 중단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명목소득 기준으로 보면 연금이나 증여 등 무상으로 금전을 주고 받을 때 발생하는 이전소득이 1년 전에 비해 19.6% 감소했다. 그 중에서도 정부 등으로부터 받는 공적 이전소득의 감소 폭(-26.5%)이 두드러졌다.

소득 증감률 추이. 통계청 제공

근로소득은 고용 호조세 등 영향으로 1년 동안 4.9% 늘었지만 증가 폭은 1분기(8.6%)에 비해 축소됐다. 사업소득은 원재료값 인상 등 여파로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재산소득은 21.8% 큰 폭 증가했다. 경조소득이나 보험금 수령 등 비경상적 수입은 전년 동분기 대비 12.5% 감소했다.

돈은 많이 쓰는데 다 이자로…국민들이 가난해졌다

2분기 가계 지출은 365만2000원을 기록해 1년 전에 비해 4.1% 증가했다. 실제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데 쓰는 소비지출(2.7%)에 비해 세금이나 이자 등으로 나가는 비소비지출(8.3%)의 증가 폭이 컸다. 지난 1년 간 유지된 고금리 여파로 해석된다. 비소비지출 중 이자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42.4% 오르면서 1분기(42.8%)에 이어 역대 두번째 큰 증가율을 기록했다.

물가 급등 영향으로 실질 소비지출은 오히려 0.5% 줄었다. 국민들이 1년 전에 비해 돈은 더 많이 썼지만 물가가 올라 실제 상품이나 서비스는 더 적게 소비했다는 의미다. 실질 소비지출 증감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4분기 이후 10개 분기만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반짝했던 내수 시장이 다시 위축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코로나19 완화 분위기는 작년부터 이어져 왔기 때문에 막상 올해는 효과가 크지 않다”며 “코로나19 유행 기간 못한 보복 심리 소비 성향이 다소 진정된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 제공

소득은 줄고 이자 지출은 늘면서 2분기 가구당 월 평균 처분가능소득(383만1000원)은 전년 동분기 대비 2.8% 줄어들었다. 처분가능소득은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빼 계산한다. 이 역시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인 평균소비성향은 2분기 70.2%로 집계되며 전년동분기대비 3.8%포인트 증가했다. 이 역시 지출 증가보다는 처분가능소득이 감소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분배 지표 좋아졌나 했지만…함께 못살아진 것 뿐

지표상 양극화는 다소 개선됐다.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인지 나타내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2분기 5.34배로 집계돼 전분기(5.60배)에 비해 소폭 줄어들었다.

그러나 실제 분배가 개선됐다기보다 계층을 막론하고 다 같이 어려워졌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상위 소득 계층의 소득이 더 크게 감소했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소득(1023만8000원)은 1.8% 감소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 평균 소득(111만7000원)은 전년 대비 0.7% 줄어들었다.

실질 소득으로 봐도 5분위 계층의 소득 감소율이 4.9%로 가장 컸다. 이후 2분위(-4.2%), 1분위(-4.2%), 3분위(-3.0%), 4분위(-2.7%) 순이었다. 이 과장은 “1분위 소득과 5분위 소득이 모두 줄어 5분위 배율이 감소했다”며 “분배가 개선됐다기보다는 하향평준화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