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라심포지엄] 양자컴의 다크호스들, 왜 광자 주목하나... “한국도 기회 있어”
“상온 조작과 연결성이 큰 장점... 초전도 넘어설 것”
양자컴퓨터가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초전도와 이온 트랩을 활용해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광 기반 양자 컴퓨터(Photonic quantum computing)가 새로운 후보로 급부상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광 기반 양자컴퓨팅에는 지난해 6월 기준 총 1362만 달러(약 180억원)가 투자됐다. 초전도체, 이온 트랩 방식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광 기반 양자컴퓨팅을 개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강릉에 모였다. 영국의 오르카 컴퓨팅(ORCA computing)과 캐나다의 자나두(Xanadu), 프랑스의 콴델라(Quandela)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기업의 임원들은 24일 강원도 강릉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 분원에서 열린 아슬라 심포지엄에서 “광 기반 양자컴퓨팅이 초전도나 이온 트랩을 제치고 대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쉬 넌 오르카 컴퓨팅 최고과학책임자(CSO)와 기욤 도피네 자나두 CSO는 광 기반 양자컴퓨팅이 주목받는 이유로 두 가지 장점을 꼽았다. 상온에서 작동할 수 있고, 이미 상용화된 광섬유로 광자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별도의 전자기장 차폐나 고진공, 원자 트랩, 냉각 등의 장치가 필요 없어 시스템의 구성이 간단하고 확장도 쉽다.
두 회사는 현재 광섬유를 이용해 모듈식의 양자 컴퓨팅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모듈식은 블록을 쌓듯 원하는 기능을 넣은 ‘모듈’을 장착해 확장하는 방식이다. 오류가 발생한 모듈은 바꿀 수 있어 유연성이 크다. 이날 행사에서 조쉬 넌 CSO는 “양자컴퓨팅을 이용한 머신 러닝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미지와 필적 생성 알고리즘에 양자 컴퓨팅을 적용해 효율을 높인 사례를 보여줬다. 도피네 CSO는 “지난해 광 기반 양자컴퓨팅에서 처음으로 양자 이득(Quantum Advantage)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양자 이득은 양자 컴퓨터가 기존 컴퓨터에 비해 이점을 보였다는 뜻으로, 훨씬 앞섰다는 양자 우월(Quantum supremacy)보다는 약한 표현이다.
셰인 맨스필드 콴델라 CSO도 스케일업이 쉽다는 점을 광 기반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별다른 추가 장비 없이도 양자컴퓨터를 작동시킬 수 있다는 건 사업적인 관점에서 엄청난 장점”이라며 “양자컴퓨팅의 초기 플레이어들은 초전도를 선호했지만 기술적으로 상용화가 쉽다는 점 덕분에 다른 플랫폼을 연구하는 기업들도 갈수록 광 기반 양자컴퓨팅에 관심을 가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아직 양자컴퓨팅이 상용화 수준에 이르지 않았지만 오르카 컴퓨팅은 이미 다섯 대의 양자컴퓨터를 실제 판매하기도 했다. 조쉬 넌 CSO는 “기술이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이미 고객들이 광 기반 양자컴퓨팅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며 “판매 수익을 바탕으로 광 기반 양자컴퓨팅 시스템의 성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콴델라도 올해 안에 양자컴퓨팅의 성능을 두 배 이상 높이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양자컴퓨팅 기업들은 정부와의 활발한 협력과 소통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양자컴퓨팅은 상용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나 연구 협력이 생태계를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조쉬 넌 CSO는 “영국 정부는 2013년부터 양자컴퓨팅 연구를 위한 자금을 지원했다”며 “지금 영국의 양자컴퓨팅 생태계는 대학에서 관련 교육을 받아 창업한 경우가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나두 역시 캐나다 정부로부터 광 기반 양자컴퓨팅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4000만 캐나다 달러(약 391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캐나다 정부는 올해 1월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신, 센서 등의 분야에 걸친 국가 양자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도피네 CSO는 “자나두는 여러 정부 부처와 협력해 양자컴퓨터의 응용 분야를 활발히 연구 중”이라며 “정부 자금 외에 포르쉐를 포함한 주요 기업에서도 2억 4500만 달러(약 3237억원)를 투자받아 적극적인 개발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셰인 CSO도 “콴델라는 프랑스 국책 연구기관이나 대학과 활발하게 협력하며 교육 프로그램 등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의 KIST, KISTI 같은 연구기관과도 기술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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