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취임 일성대로"…'前정권 봐주기 의혹' 라임·옵티머스 정조준
문재인 정부 당시 국회의원 특혜성 환매·공공기관 연루 사실 밝혀져
(서울=뉴스1) 박승희 강은성 기자 = 문재인 정부 당시 부실수사 의혹에 휩싸였던 라임·옵티머스 등 펀드 사태가 새 국면에 들어섰다. 검찰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금융감독원 수장으로 낙점된 이복현 원장이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라임 사태를 다시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는데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에 특정 국회의원 및 기업에 대한 특혜성 환매 및 횡령 문제가 추가로 줄줄이 드러나면서다.
24일 금감원에 따르면 '주요 투자자 피해 운용사 검사 태스크포스(TF)'의 재검사 결과 라임은 대규모 환매 중단을 선언하기 직전인 2019년 8~9월 유력인사를 포함한 특정 투자자에게 특혜성 환매를 해줬다. 다선 국회의원은 2억원을 돌려받았으며 모 중앙회는 200억원, 모 상장회사는 50억원을 미리 돌려받았다.
이복현 원장이 지난해 6월 취임하면서 재점검 의지를 밝힌 지 1년 만에 새로운 문제들이 대거 드러난 것이다. 이 원장은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라임과 옵티머스 등 과거 사건을 다시 볼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시스템을 통해서 (다시) 볼 여지가 있는지 한번 잘 점검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10월 국정감사 기간엔 "별도 조사단을 만들어 사모펀드 문제와 관련해 점검 중"이라면서 "내년(2023년)까지 전수조사를 실시해 문제가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챙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원장이 이같은 발언은 1년 후 '결과'로 나왔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 당시 권력형 비리 의혹 등이 제기됐었으나 제대로 규명된 것이 없었는데, 금감원에서 이미 재판까지 진행된 사안에 대해 다시 재검토한 결과 운영 부실 및 특혜 의혹 등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라임 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며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환매 중단이 벌어진 사건이다. 옵티머스 사태는 2020년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안전 자산에 투자한다며 펀드 상품을 판매한 후 실제로는 부실채권에 투자했다가 투자자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다.
라임 사태 당시 정치인 로비가 제기됐고, 현 정부 들어 일부 야당 국회의원들이 기소되기도 했다.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선 여권 인사를 비롯한 정관계 및 재계 인사 20여명의 실명이 기록된 내부 문건이 나왔지만 당시 검찰은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실체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재조사 결과, 당시 '다선 국회의원'이 라임펀드 환매중단 직전 특혜성 환매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국회의원의 실명에 대해 금감원은 함구했지만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야당 중진의원이라는 분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결국 이 원장의 라임-옵티머스 재조사는 '전 정권'을 겨냥했다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감원은 재검사 자료를 검찰에 넘긴 상태다. 이번에 새로 밝혀진 내용 중에는 라임 피투자회사의 횡령과 옵티머스 사태 당시 공공기관 연루 등 내용이 담겼다.
금감원은 라임이 2017~2021년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사모사채 등을 투자한 5개 회사에서 해당 회사의 대표 등이 2000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새로 밝혀냈다. 금감원은 일부 피투자회사들과 라임 관계자들 사이에 관계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옵티머스 사태에서는 전 정부 당시 공공기관이 연루됐다. 당시 한 공공기관의 기금운용본부장 A씨는 지난 2016년 6월 옵티머스 부문 대표 B씨로부터 1000만원을 받고 이듬해부터 전체 기금의 약 37%에 달하는 106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 해당 본부장의 자녀는 옵티머스 부문 대표가 회장을 맡은 회사에서 급여도 수령했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정계 연루 사안이 더 나올 경우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검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부활한 뒤 올해 초부터 펀드 사기 사건을 재수사해왔다.
금감원은 특혜 환매를 받은 국회의원이 '수익자'로서 금융 관련 법률로는 처벌받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검찰 수사 단계에서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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