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AG 출전과 미래, 고심 끝 자진 하차 선택한 문성곤 “마음이 복잡하고 또 속상합니다” [MK인터뷰]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2023. 8. 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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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복잡하고 또 속상합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최근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나서는 대한민국 농구 대표팀 엔트리에 변화를 줬다. 발목 통증을 호소한 문성곤 대신 양홍석을 대체 선발한 것이다.

문성곤의 부상 이탈은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었다. 그는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안고 있었고 그렇기에 오프 시즌 내내 재활이 필요했다. 그러나 대표팀 내에서 프로 수준의 재활을 할 여건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문성곤은 고심 끝에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문성곤의 대표팀 자진 하차.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사진=FIBA 제공
문성곤과 연락이 된 건 자진 하차를 결정하기 전, 이에 대해 고민할 때부터였다. 그는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라는 큰 목표를 앞두고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무리해서 항저우로 갈 것인지, 아니면 아쉬움을 떨쳐내고 수원 kt에 복귀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했다.

냉정하게 보면 문성곤은 하루라도 빨리 대표팀에서 하차했어야 했다. 그는 정밀 검진 결과 8주 진단을 받았다. 양쪽 발목에 제대로 된 인대가 없었다. 아시안게임에 가려면 주사 치료, 최악의 경우 스테로이드 치료까지 감당해야 했다. 첫 FA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이제 전성기를 맞이한 선수가 감수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일이었다.

당시 문성곤은 “솔직히 말하면 고민이 많이 된다. 아시안게임이라는 무대에 정말 나서고 싶고 이런 마음을 나의 가족, 특히 아내가 많이 공감해줬다. 다만 최악의 경우 미래를 포기하고 나서는 대회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무엇이 맞는 선택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문성곤은 무리하지 말았어야 할 한일 평가전 첫 경기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뛰었다. 본인도 몸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었지만 안방에서 열리는 한일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최고의 수비를 자랑하며 승리를 이끌었지만 더 큰 통증이 따라왔다. 결국 두 번째 경기에선 출전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그래도 코트 위에 서기는 했다.

대표팀, 그리고 추일승 감독에게 있어 문성곤은 포기 못 할 카드였다. 현재 선발된 12인 중 문성곤처럼 내외곽 수비를 전담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 그가 가진 수비 영향력은 대체 불가능하다. 한일 평가전 두 경기의 수비력 차이를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실제로 문성곤이 자진 하차를 결심, 추 감독과 대화를 나눌 때도 처음 돌아온 답은 그래도 남아달라는 것이었다. 이미 대한민국농구협회, 그리고 대표팀 내 8주 진단 결과가 알려졌음에도 문성곤을 쉽게 놓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문성곤은 양홍석으로 대체됐지만 마지막까지 무거운 마음을 잃지 않은 그였다.

이제는 국가대표보다 프로 커리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왔다. 문성곤은 그럼에도 태극마크를 가진 의미를 아는 선수였다. 다만 몸이 따라주지 못했다. 사진=FIBA 제공
지난 21일 진천선수촌을 떠난 문성곤은 “다행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사실 많이 아쉽다. 선택을 잘한 건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이런 선택을 내린 게 맞는 것 같으면서도 복잡하고 속상하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농구 역사상 역대 최고의 수비수로 불릴 문성곤이다. KBL 최초로 4시즌 연속 최우수수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있어 아직 아시안게임 커리어는 없다. 대학생이었던 201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부터 태극마크를 품었지만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모두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3년 뒤는 너무 멀다. 그렇기에 이번 항저우 대회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출전을 고집하기도 힘들었다. 문성곤은 올해 여름 거액을 품고 kt로 이적했다. 부담이 컸다. kt 팬들의 걱정도 외면하기 어려웠다. 무리해서 출전을 강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문성곤은 “kt 팬들이 정말 많이 걱정했다. 메시지도 많이 받았다. FA 이적 후 첫 시즌이다. 걱정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공감했다.

진한 아쉬움을 뒤로 한 문성곤은 진천선수촌을 떠난 후 곧바로 재활을 시작했다. 그가 가진 책임감은 남다르다. 이적 후 첫 시즌, kt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마음이 크다. 아시안게임에 나서지 못하는 아쉬움까지 모두 털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성곤은 “그동안 오프 시즌에 맞춘 루틴이 많이 늦어졌다. 곧바로 팀에 복귀, 재활을 할 생각이다. 많이 늦은 만큼 최대한 속도를 맞추겠다”고 다짐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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