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발산역이 北에 점령됐다!”…한미, 실전같은 을지프리덤 도심 훈련
파주 훈련장, 신도시 똑 떼어놓은 듯 현실감 물씬
“두다다다…”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고층 건물 옥상에서 한미연합군이 발사하는 기관총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반대편 건물에서 인민군이 쏘는 소총 소리는 “따콩 따콩” 귀엽게 들릴 지경이었다.
3호선 정발산역 1번 출구. 아침저녁 수많은 직장인이 피곤을 삼키며 교통카드를 찍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곳. 이곳을 헬멧에 새빨간 인공기를 새긴 북한 인민군이 완전무장 상태로 뛰어다니는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쏟아지는 장대 빗속에 뿌연 연막탄까지 터지고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순간. 미 육군의 신속기동부대 ‘스트라이커 여단’ 예하 스트라이커 장갑차가 굉음을 울리며 밀고 올라왔다. 북한 공격에 빼앗겼던 경기 북부가 드디어 국군 휘하로 수복됐다. 이 모든 것이 전광석화처럼 실전같이 전개됐다.
22일 오전 경기 파주시 도시지역작전 훈련장에서는 육군 9사단이 미2사단 및 스트라이커 부대와 함께 도시지역 작전 훈련을 전개했다.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를 계기로 펼쳐진 육군의 야외기동훈련을 20여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코앞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훈련은 ‘적 공격으로 빼앗긴 아군 도시지역 회복을 위한 공격작전’ 시나리오를 토대로 진행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많은 전투가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것을 교훈 삼아 도심 한복판에서 시가전이 벌어졌을 경우를 상정했다. 대테러부대 등 일부에서만 수행하던 도시지역 침투·방어 훈련을 한미연합군 차원에서 폭넓게 시도한 것이다.
훈련장은 경기도 신도시의 한 구역을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정교했다. 다양한 높이의 건물에 프랜차이즈 식당, 학원 등 상가가 구현돼 있었고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과 변전소 등 사회기반시설, 장례식장과 관공서 등 다중밀집시설이 실제 크기와 유사하게 조성돼 있었다.
모의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었지만 시민들이 일상을 보내는 이런 장소에서 적군과 격전이 벌어진다면, 상상만으로도 아찔했다. 평범한 창문과 베란다로 수류탄과 포탄이 날아들 수 있다는 생각에 으스스해지기도 했다.
훈련은 지난 21일 개시돼 25일까지 예정됐는데, 이틀차인 이날 한미는 현장 전술토의와 락드릴(ROC-drill·작전개념 예행연습)을 통해 작전 개념과 전술관을 공유했다.
한미 장병 500여명은 새벽 4시부터 늦은 밤까지 국군, 미군, 대항군(북한군)으로 역할을 나눠 다양한 공격과 방어 훈련을 진행했다. 장병들은 건물 1층부터 옥상까지 샅샅이 훑으며 적을 감지·격퇴했고, 최종 목표물인 건물을 점령하는 ‘결정적 행동’을 앞두고는 짙은 연막을 뚫고 거침없이 진격을 이어갔다.
장병들이 연막 속에서도 피아식별을 해낸 것은 과학화 훈련 장비인 마일즈(MILES) 장비 덕분이었다. 이 장비는 레이저 발사기와 감지기를 이용해 실제 교전과 같은 모의 군사훈련을 가능하게 해준다고 한다.
특히 전반기 한미연합연습에서는 지역 단위로 거시적 관점에서 훈련했다면, 이번에는 실전 같은 환경에서 장병들이 소규모 부대 단위로 전투기술을 배양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번 훈련을 지휘한 이원웅(중령) 대대장은 “연합 도시지역작전 훈련은 한국군과 미군이 하나의 부대로 편성돼 상호 운용성을 검증하는 소중한 기회였다”며 “폭염과 폭우가 지속됨에도 도시 지역에 맞는 전투 기술을 숙달하고 각종 마찰 요소를 극복해 준 한미 장병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훈련에 동참한 미 스트라이커 여단의 로버트 베버리지(중위) 소대장은 “한국군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전문적이었다”며 “의사소통이 어렵기는 했지만 훌륭한 한국군과 협력해 언어장벽을 해소할 수 있었고, 상호운용성 강화에 중점을 두며 함께 임무를 완수했다”고 말했다.
온종일 쏟아진 비에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씩 웃으며 “우리는 보병부대이고, 훈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육군은 이번 훈련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 작전환경에 맞는 도시지역작전 계획을 발전시켜나간다는 방침이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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