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상폭발체계 오류로 실패”…군, 잔해물 탐지 작전 개시

유새슬 기자 2023. 8. 2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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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 비행 중 의도치 않게 자폭장치 작동한 듯
합참 “오전 3시50분경 발사”…구름 걷힌 새벽 노렸나
서해상 잔해물 탐지 중…3단 폭발·위성체 소실 가능성도
북한이 지난 5월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24일 우주발사체 2차 발사 실패는 비상폭발체계의 오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1~3단 로켓 엔진에는 문제가 없었고 비상폭발체계 결함을 바로 잡아 오는 10월 3차 발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난 5월31일 1차 발사 때보다는 기술적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북한은 1단이 분리된 뒤 2단 로켓 엔진의 결함으로 실패했다고 밝혔다.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1계단(1단)과 2계단(2단)은 모두 정상 비행했으나 3단 비행 중 비상폭발체계에 오유(오류)가 발생해 실패했다”며 “국가우주개발국은 계단별 발동기(엔진)들의 믿음성과 체계상 큰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했다. 1단과 페어링(위성 덮개), 2단이 정상 분리된 뒤 3단이 비행하던 중 비상폭발체계가 의도치 않게 작동해 폭파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비상폭발체계라고 표현한 비행 종단 시스템(Flight Termination System·FTS)은 로켓이 궤도에 따라 정상 비행하지 않거나 통제가 안 될 때 안전을 위해 로켓을 폭발시키는 자폭 장치다. 일반적으로 모든 비행체에 탑재된다.

정상 분리된 1단과 페어링, 2단은 각각 한반도에서 300㎞ 떨어진 서해상과 한반도에서 약 350㎞ 떨어진 동중국해, 필리핀 동쪽 약 600㎞ 지점 태평양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일본 방위성은 밝혔다. 북한이 지난 22일 일본 정부에 통보한 예상 낙하 구역을 모두 벗어난 지점이지만 엔진 결함이 의심될 정도로 거리 차가 크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서해 공해상에 함정과 항공기를 투입해 잔해물 탐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동중국해 상 먼 바다는 미국이 작업하는 방안을 한·미가 논의하고 있다.

북한이 1차 발사에 실패한 지 85일 만에 재발사를 단행한 것을 두고 배후에 러시아의 기술적 지원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이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로 기념하는 지난 7월27일을 계기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을 방문했다. 이를 통해 북·러 간 밀월 관계가 심화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합참 관계자는 “(러시아의 대북 지원) 관련 정보를 입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체의 엔진 등 주요 부분을 인양하면 러시아 지원 여부, 1차 발사 당시와 달라진 제원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성이 실린 3단체 자체가 대기권 밖에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어 위성체를 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 미사일센터장은 “3단 로켓이 폭발하면서 동시에 3단에 장착된 위성도 소실됐을 것”이라고 했다. 합참은 대기권 밖 우주 공간까지 날아갔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군은 북한이 지난 5월31일 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의 주요 부분을 인양했는데 한·미 공동조사 결과 군사적 효용성은 크지 않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해가 뜨기도 전인 오전 3시50분께 발사가 이뤄진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의 첫 군사정찰위성인 만큼 로켓을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일출 이후에 발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이날 새벽 시간대를 고른 이유에 대해 “우리 군의 피로도를 높이고 발사체가 우리 측 감시자산(광학카메라)에 노출되는 것을 회피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상청 관계자에 따르면 동창리 발사장이 위치한 평안북도는 이날 오전 3시경부터 낮은 구름 떼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해 점차 맑아졌다. 비는 내리지 않았다. 북한이 구름 걷힌 새벽 시간대를 낙점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북한은 비상폭발체계 결함을 개선해 오는 10월 3차 발사하겠다고 예고했다. 1차 발사 후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다며 ‘빠른 시일 안에’ 재발사하겠다고 공언했던 것에 비하면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그러나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폭장치가 제멋대로 작동한 것부터 신뢰성이 낮다는 증거”라며 “북한이 일정한 성능 이상의 정밀도로 우주발사체를 가공하는 데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두 번 연속 우주발사체 발사에 실패한 것은 근본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제작 기술 자체가 불완전한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ICBM 기술을 활용한 발사체에 위성을 탑재한 것을 우주발사체라고 표현한다. 같은 발사체에 핵 탄두를 탑재하면 ICBM이 되는 셈이다. 양욱 위원은 “이번 발사 실패로 북한의 ICBM 기술도 의문시된다”며 “잇따른 발사 실패는 북한의 ICBM이 현재 기술 수준이라면 실전 발사(정상 각도 발사)에서는 실패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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