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생계 위협’ 받는데…한덕수 “오염수 방류,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 없다”

박광연 기자 2023. 8. 2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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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염수 방류에 대국민 담화 발표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견고히 유지”
“선동과 가짜뉴스가 어업인 생계 위협”
방류 한번도 반대 안 한 정부 책임 빠져
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되자 대국민 담화를 통해 “오염수가 과학적 기준과 국제적 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방류된다면 지금 상황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과도하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일본이 약속을 지킨다면 방류해도 안전하다는 전제 하에 국민들의 불안감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 총리는 “국민들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가짜뉴스와 정치적 이득을 위한 허위선동”이라며 “선동과 가짜뉴스가 어업인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방류 계획에 한 번도 반대하지 않으면서 실제 방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방조한 정부의 책임은 외면한 채 어민 피해의 책임을 야당 등 방류 반대 측으로 돌린 것이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러한 내용의 ‘오염수 방류 대응 관련 국무총리 담화문’을 발표했다. 일본이 오후 1시쯤 방류를 시작하고 30분 뒤 담화문을 내놨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박구연 국조실 1차장, 박성훈 해양수산부 차관, 오영주 외교부 2차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동석했다.

그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국제원자력 학계, 우리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앞서 발표한 조치에 따라 방류한다면 한국은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방사능보다 미미하고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우리나라로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틀 전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에 계획상의 과학적, 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정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일본 정부의 방류 계획에 근거해 국민적 불안감을 잠재우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그동안 일본 측 방류 계획에 반대하지 않으며 사실상 방조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30년 넘게 이어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해양 생태계에 중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을 두고서는 국내외 과학자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한 총리는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최선의 안전대책을 이끌어내는 것이 우리 정부의 일관된 목표이자 원칙이었다”며 IAEA, 일본 정부와 합의한 대책을 설명했다. 한 총리는 원전 방류 현장에 마련된 IAEA 현장사무소에 2주일에 한 번씩 한국 전문가를 파견한다며 “우리 국민이 다른 어떤 국가의 국민보다 두터운 보호를 받게 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 IAEA로부터 매일 최신 정보를 제공 받고 정기 화상회의를 개최하며, 전문가가 IAEA 현장사무소를 방문하지 않는 기간에는 일본 측이 방류 관련 새로운 데이터를 1시간마다 한국 정부에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제 중요한 것은 일본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로 철저하게 과학적 기준을 지키고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느냐 하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오늘 일본 정부에 대해 앞으로 30여 년간 계속될 방류 과정에서도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정보를 공개하기를 기대하고 또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일본산 농·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는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산 식품 수입규제가 완화 또는 해제돼 식탁의 안전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국민들이 계신데 단연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후쿠시마 포함 8개현에서 생산되는 모든 수산물과 15개현 27개 품목의 농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비과학적인 주장과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하는 정부 입장도 재확인했다. 한 총리는 “지금 우리 국민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가짜뉴스와 정치적 이득을 위한 허위선동”이라며 “어업인들의 생계를 위협할 뿐 아니라 국가의 신뢰와 올바른 국민 건강권을 해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적 이득” 표현은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와 한국 정부의 방류 대응을 문제 삼아온 야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총리는 담화 마지막에 “정부는 오로지 국익과 국민의 안전을 생각하며 나아가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부디 합리적으로 긴 안목으로 이 사안을 직시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당초 방기선 국조실장이 이날 브리핑할 계획이라고 전날 공지됐으나 한 총리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로 이날 오전 바뀌었다. 지난 22일 일본 정부가 ‘24일 오염수 방류 개시’를 결정한 중대한 국면에 차관급인 박구연 국조실 1차장이 정부 대표로 입장을 발표한 것을 두고 제기된 “책임 회피” 비판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 입장을 한 총리 담화로 갈음하겠다며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정치적 선동이 아니고 과학”이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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