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저비용으로 달 극지 착륙..."정부 주도 연구, 자국 기업 기술력 덕분"

박정연 기자 2023. 8. 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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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적 개발' 전략도 경제성에 기여
인도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의 달 남극 착륙 준비 과정에서 보이는 달의 표면. 찬드라얀 3호는 23일 오후 6시 4분경(현지시간) 달 남극에 안착했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제공

23일 인도의 달 착륙선 '찬드라얀 3호'가 달 남극 착륙에 성공했다. 태양 그림자에 가린 달의 남극에 인류가 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소련,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한 인도는 우주강국으로서의 존재감을 세계에 과시했다.

인도의 착륙 성공 소식은 우주개발 선진국으로 꼽히던 러시아와 일본이 실패한 직후 전해지면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인도의 우주개발 예산은 두 나라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인도의 우주개발 예산은 19억 달러(한화 2조5100억원)이다. 같은 해 36억달러(약 4조7563억원)를 투자한 러시아의 절반 수준이며 42억달러(약 5조5482억원)를 쏟아부은 일본보다 훨씬 적은 규모다. 러시아는 20일 달 착륙선 '루나 25호'의 달 남극 착륙에 실패했으며 일본의 민간기업 아이스페이스는 4월 달 착륙선 '하쿠토-R'의 임무를 성공시키지 못했다.

인도는 선진국 대비 예산이 적지만 '저비용 개발'로 이를 극복했다. 찬드라얀 3호의 우주임무 비용은 7500만 달러(약 900억원) 정도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21년 연방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달 착륙선 개발 예산은 8억5000만 달러(약 1조1228억원)다. 통상적인 달 착륙선 개발 비용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착륙에 성공한 찬드라얀 3호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를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2014년 자체 개발한 화성 탐사선 '망갈리안'의 제작 비용 또한 5억3000만달러(약 7000억원)로 미국의 화성 탐사선 '메이븐' 제작비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인도의 우주개발 임무가 저비용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일찍이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정부가 주도한 연구에서 나온 기술을 민간기업에 활발히 이전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값싼 가격에 기술력을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송영주 항우연 달탐사사업단 책임연구원은 "인도는 80년대부터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예산을 우주 개발에 투자했고 부품이나 장비개발을 자국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기술력을 쌓아왔다"며 "이렇게 형성된 인프라는 현재 인도 우주개발 비용을 줄이는 효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발사된 한국형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는 발사체를 제공한 미국 기업 스페이스X에 예산의 30%를 지불했다.

발사체를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전략도 비용절감에 한 몫 했다고 알려졌다. 일명 '단계적 개발'을 통해 장기적이고 단계적으로 발사체 성능을 높여왔다는 설명이다. 가령 1984년 쏘아올려진 ‘증강형위성발사체(ASLV)’는 인도 최초의 발사체인 SLV의 1단과 유사한 고체로켓 부스터를 부착해 만들었다. 극궤도위성발사체(PSLV)에서도 거의 동일한 모델을 사용했다. GSLV의 1단 고체엔진 역시 PSLV와 같다. 망갈리안에 탑재된 관측 장비 중 일부도 달 탐사 때 썼던 것과 같은 장비다. 발사체 개발에 있어서 대규모 병행 개발 계획을 추진해온 셈이다. 이렇게 단계별로 모듈화된 부품을 활용하면 안정성뿐만 아니라 원가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다.

우주개발 산업에 남다른 전략을 취한 인도는 일찍이 우주강국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2월 PSLV에 자체 개발한 인공위성 3기를 실어 529KM 상공 태양동기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자국 기술로 위성을 궤도에 진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보다 앞서 2014년에는 망갈리안이 화성 궤도에 무사히 진입하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화성에 탐사선을 보낸 국가가 됐다. 2019년 ISRO 산하 상업적 로켓 발사를 담당하는 공기업 '뉴스페이스 인디아 리미티드(NSIL)'를 설립하면서 상업 발사에서도 선두주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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