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져 대출받자는 인식이 깔려 부동산 대출이 늘어났다"며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24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지난 10여 년 동안 금리가 굉장히 낮았고 지금 젊은 세대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경험 못 했는데 다시 낮은 금리로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증가세를 보인 가계부채와 관련해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금리가 예전처럼 1~2%대로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5%로 5연속 동결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4%와 3.5%로 각각 유지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만 종전 2.3%에서 2.2%로 0.1%포인트(p) 하향했다.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한 이유에 대해 "(언론에서) 중국 경제와 부동산 시장 변화에 초점을 많이 두고 있지만 기존에 예상했던 중국 경제 성장률과 지금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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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미시적·거시적 조치를 하겠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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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계부채가 지난 두 달 동안 저희 예상보다 더 증가했다. 사실 지난 10월 이후 한은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정책 담당자의 우선순위는 당시 물가가 워낙 높았기 때문에 금리를 계속 올리는 상황에서 가계부채로 시작된 금융 불안이 더 심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또 부동산 시장 가격이 연착륙되는 데 목표를 두고 여러 가지 미시적 정책을, 규제 완화 정책을 같이 하면서 금리를 계속 올렸다. 그 결과 지금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된 금융 시장이 많이 안정된 것이 사실이다.
반면 미시적 정책의 기대하지 않은 효과로 가계부채가 두 달 정도 증가했다. 이 증가 폭이 다시 커져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올라가는 일이 없도록 미시적인 조정을 하고 점진적으로 가계부채를 낮춰가는 데 대해 정책당국과 한은이 같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일단 미시적 정책을 통해서 가계부채 흐름을 조정해 보고 (가계부채가) 더 많이 증가하거나 시장의 반응이 부족하다 그러면 거시적인 정책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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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증가가 국가신용등급 하락에 영향을 줄 것이란 전문가의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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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상승이)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지 위험하다고 말한 건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신용등급은 가계부채뿐 아니라 여러 가지를 보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지금 수준보다 더 올라갈 경우에는 성장 잠재력이 크게 저하할 수 있는데 이미 그 수준을 넘었다고 본다. 대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가 80% 수준을 넘으면 성장이나 금융 안정에 제약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를 단기간에 급속히 내리면 여러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에 천천히 내려야 한다. 과거 105% 수준이었다가 현재 101%까지 내려왔는데 90%대를 거쳐서 점진적으로 80% 수준으로 낮추는 게 목표다.
다만 가계부채 관리는 한은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대부분 권한이 정부에 있다. 한은 역할은 그 과정에서 어떤 스피드로 어떤 정책으로 하는 게 안정되고 좋을지 정책 자문을 하는 것이다. 제가 취임사에서도 가계부채 연착륙을 강조한 바 있다. 제가 한은 총재가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책무를 다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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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급등한 원인을 무엇으로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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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 때문이다. 부동산 관련 대출이 늘어난 건 많은 사람이 금리가 안정되고 앞으로도 금리가 더 떨어질 것이란 예측이 많아지면서다.
은행에서 50년 만기 대출같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약간 회피하는 방향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가계부채가) 두 달째 늘었다고 생각한다.
걱정스러운 건 지난 10여 년 동안 금리가 굉장히 낮았다. 지금 젊은 세대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경험 못 해서 다시 낮은 금리로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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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나. 없다면 연내에는 동결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도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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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번에 통화정책방향을 하면서 금통위원 여섯 명 모두 당분간 최종금리를 3.75%까지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데 같은 의견이었다. 첫 번째 이유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내일모레 있을 잭슨홀 미팅이나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의 금리 정책이 어떻게 되는지 어느 정도 오래 갈지 등에 따라 외환시장의 변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두 번째는 가계대출 증가세 확대를 유의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지금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에 대해 말하긴 너무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통화정책 차원에서 무조건 어느 시기까지 어떻게 하겠다 이렇게 포워드 가이던스를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금리 인상 또는 인하) 시기를 연말까지 이런 식으로 못을 박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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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선 목표 물가를 2%로 놓는 것과 관련한 논란이 있다. 한국도 고강도 긴축을 지속하다간 경제가 악화할 수 있단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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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적으로는 당연히 논의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가보면 지금같이 물가를 조정하는 상황에서 목표를 바꿔버리면 시장 기대나 이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단 게 대부분 중앙은행 총재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금리 인상 과정에서 물가가 안정된 편에 속한다. 점진적으로 2% 수준을 가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 수준에서 금리가 경기를 급랭시킬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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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연준보다 금리를 먼저 올렸으니 먼저 내릴 수 있단 시각과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더 오래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시각이 있다. 총재는 어느 시각에 가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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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보다 먼저 내릴지 늦게 내릴지는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그때그때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다만 미국이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적으로 가져갈 때 우리가 반대로 갈 수 있냐고 한다면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이 계속 긴축을 이어갈 경우 금통위원과 상의해서 상황을 보고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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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금리 수준이 긴축적이라고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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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율 수준이 긴축적인 수준이냐는 뜻이라면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여러 모델을 볼 때 긴축 범위의 상단에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명목이자율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금리를 기간별로 찍어보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실질금리가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인플레이션 컨트롤이 잘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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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워드 가이던스의 정확도가 떨어진단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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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말씀드리지만 전망은 누구도 맞출 수 없고 맞는 게 이상하고 틀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전망이 틀리니까 포워드 가이던스를 하면 안 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봐야 하는 건 '전망을 이렇게 했는데 3개월, 6개월 지나니까 달라졌더라 그때 달라진 걸 보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다. 어떻게 틀리는지를 보고 시장이 미리 다음에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하는 신호등을 켜주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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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기침체로 우리나라도 타격을 많이 받고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낮추면서 올해는 안 낮춘 이유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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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중국 경제와 부동산 시장 변화에 초점을 많이 두고 있지만 기존에 예상했던 중국 경제 성장률과 지금 수준이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불확실 요인이 커지고 중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 커진 것이지 지난 7월 예상했던 성장률보다 크게 낮아진 상황은 아니다. 특히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시차를 갖고 나타날 텐데 올해가 4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내년 성장률을 낮춘 건 중국 부동산 시장의 상황을 봤을 때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이 가능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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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디리스킹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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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2000년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고도 성장하는 가운데 이들이 전 세계의 공장이 되면서 우리나라의 제조업 성장 기반을 계속 유지했다. 장점으로는 높은 경제성장률에 도움이 됐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구조조정이나 새로운 산업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그보다는 우리가 기존에 갖고 있는 산업으로 중국과의 연계를 통한 비즈니스를 해왔다. 정치적인 문제로 디스리킹하자는 각도 보다는 중국의 고도성장 때문에 그동안 편하게 성장했던 구조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어렵더라도 구조조정을 통해 우리의 경쟁력을 늘려가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