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미스 프랑스와 결혼한 ‘화성인 유리마’를 기억하시나요?[옛날잡지]
이번 주 ‘옛날 잡지’ 주제는 무려 40년 전 1983년 <레이디경향>에 실린 이상하지만 흥미로운 한 한국인 남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국인 남성인 유리마는 자신을 ‘화성에서 온 왕자’라고 공언합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지만 그가 ‘1980 미스 유니버스 대회’로 한국을 방문했던 미스 프랑스(유리마에게 금성 공주로 지목된) 브리지트 쇼케와 실제로 결혼에 성공하면서 허언 같은 이야기는 언론사마다 대서특필하는 화제의 뉴스로 변신합니다.
자칭 ‘화성인’ 유리마와 미스 프랑스 브리지트 쇼케는 1982년 12월 프랑스 작은 마을에서 열린 특별한 결혼식을 올렸고 이 결혼 소식은 국내와 프랑스 언론에 소개될 정도로 화제가 됐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스토리일까요?
‘옛날 잡지’ 공인 추억 해설사 X언니에 따르면 때는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후,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6월 전 세계 미녀들이 서울을 찾습니다. 바로 ‘미스 유니버스 대회’가 열렸기 때문인데요. 69개국을 대표하는 미인들이 내한해 경복궁에서 수영복 화보를 찍거나 종로에서 길거리 행진까지 벌이는 등 시끌벅적한 글로벌 대회가 치러진 겁니다. 당시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신군부의 정치적인 의도가 다분했던 행사였지요. 이때 유리마의 기막힌 스토리도 함께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화성인 왕자’라고 생각했던 인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에피소드가 전해져오고 있습니다. 자신이 전생에 화성 왕자였다고 주장한 설도 있고, 사춘기 시절 같은 꿈을 반복적으로 꾸면서 자신이 화성인 왕자라고 각성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는 결국 화성인이라는 자신의 신념으로 공교육을 포기하고 언제 어디서 찾아올지 모르는 공주를 위해 6~7개국 언어까지 공부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이라면 다소 믿기 힘든 이야기이지만 유리마와 브리지트 쇼케의 러브 스토리는 더욱 믿기 힘듭니다.
자신을 화성인 왕자로 굳건히 믿으며 금성 공주를 기다려온 유리마는 우연히 미스 유니버스 TV 중계방송을 봅니다. 거기서 프랑스 대표 브리지트 쇼케를 발견하죠. 그는 브리지트를 두고 ‘저 여인이 바로 꿈속에서 본 금성 공주다!’라고 믿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미 브리지트 쇼케는 행사를 끝내고 본국으로 돌아간 뒤였죠.
유리마는 수소문 끝에 브리지트 쇼케의 집 주소를 알아내고 ‘나는 화성 왕자, 당신은 금성 공주’라며 3주에 한 통씩 구애와 설득의 편지를 보냅니다. 2년 동안 꾸준히 보냈고 그 양이 70여 통에 달했다고 합니다.
결국 프랑스 미녀는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보내오는 한 남성의 순애보에 감복합니다. 그는 유리마에게 자신의 머리카락과 미스 유니버스 휘장을 증표로 보내며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요.
이렇게 1983년 1월호 레이디경향은 경향신문 주불 특파원(프랑스 주재기자)이 직접 가서 취재한 두 사람의 결혼식을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담아냅니다. 현지 프랑스 매체까지 조명한 두 사람은 결혼식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또한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어땠을까요? 유리마는 화성 왕자가 금성 공주를 만나 결혼하면 우주선이 호주 부근으로 날아와 자신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갈 것이라 예언했는데, 그 예언은 실현됐을까요?
지어낸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상하지만 이상을 꿈꿨던, 올해로 75세가 된 한국인 남성 유리마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시죠? 유튜브 채널 <옛날잡지>에서 확인해주세요.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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