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北 발사체 낙하·추락물, 함정·항공기 동원 인양작전 중"(종합)
-현재 해상 수색 중… 발사 때부터 포착해 지속 탐지·추적
-북 위성발사체 실패 따른 주도권 잇기 위한 방책 세워야
-실패를 만회 노린 ICBM, NLL 국지도발 등 가능성에 대비해야
우리 군 당국이 이날 오전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위해 쏴 올린 우주발사체의 낙하물 등 잔해를 확보하기 위해 탐색·인양작전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합참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3시50분경 북한 평안남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발사된 우주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 이 발사체는 남해 이어도 서쪽 공해 상공을 지나 북한이 예고했던 궤도를 따라 비행하는 듯했으나 최종적으론 발사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됐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우리 군은 (북한 발사체의) 최초 발사 때부터 포착했고 다양한 탐지수단을 통해 지속 탐지·추적했다"며 "낙하 위치는 북한이 공지한 구역 인근으로 판단하고 있고, 세부사항은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합참 관계자는 "함정·항공기가 현재 탐색·인양작전을 실시하고 있다"며 "일단 (정확한 낙하지점이) 식별돼야 (작전이) 시작되기 때문에 현재는 해상을 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낙하물 인양 여부는 낙하지점 식별 후 해상 상태 등 여러 상황을 평가한 뒤 판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합참 관계자는 이 발사체가 "백령도 서쪽 33km 상공을 통과했다. 우리 국민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행정안전부에 경보 발령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서해상에 미리 항공기와 함정이 배치돼 있었다. 우리 관할 해역에선 우리 함정이 탐색·인양 작전을, 먼바다에서는 미국 측이 하는 것으로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잔해가 한반도 서해상을 넘어 필리핀 인근 해상에 떨어졌을 경우 수색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북한 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발사 2시간 25분여 만인 오전 6시 15분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천리마-1형' 로켓의 2차 발사를 실시했다며 "'천리마-1형'의 1계단(단계)과 2계단은 모두 정상 비행했으나, 3계단 비행 중 비상폭발 체계에 오류가 발생해 실패했다."고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면서 다만 "해당 사고 원인이 계단별 발동기(엔진)들의 믿음성과 체계상 큰 문제는 아니다. 오는 10월 제3차 정찰위성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북한이 언급한 '비상폭발 체계'에 대해서는 "각 단이 정상 비행하지 않을 때 의도적으로 폭파시킬 수 있는 장치로 추정한다"고 설명하고 북한이 오는 10월 3차 발사를 예고한 것과 관련해선 북한 노동당 창건 78주년(10월 10)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날 새벽 3시50분께 발사가 이뤄진 것에 대해선 "우리 측의 감시자산에 노출되는 것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며 "북한의 이번 2차 정찰위성 발사 장소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이지만 기존 발사장에서 3㎞ 정도 떨어진 바닷가에 조성된 '새 발사장'에서 이뤄진 것"으로 합참 관계자는 평가했다.
일본 방위성도 북한이 이날 쏜 '천리마-1형' 로켓의 1단 추진체는 오전 3시58분경 한반도 서쪽 약 300㎞ 거리의 서해상에 2단 추진체는 3시59분경 한반도 남서쪽 약 350㎞ 거리의 동중국해 수역으로 3단 추진체는 오전 4시5분경 필리핀 동쪽 약600㎞ 거리의 태평양 수역에 각각 낙하한 것으로 자체 탐지·추정·분석했다.
일본 측은 이들 추진체 모두 북한이 지난 22일 발사 계획(24~31일 사이 발사)을 통보하며 알린 '낙하 구역'을 벗어난 해역에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앞서 5월 31일에도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천리마 1형' 로켓을 발사했으나, 당시엔 2단 추진체의 엔진 고장으로 실패했다.
우리 군은 발사체 추락 당일부터 전북 군산 어청도 서쪽 200여㎞ 거리 해상에 떨어진 북한 발사체의 2단 추진체 추정 물체 등에 대해 탐색·인양작전을 벌여 30여일 만에 그 잔해물을 다수 건져냈다. 이후 미국과 공동조사한 결과 매우 조악한 수준으로 정찰위성으로써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전문가 그룹에선 북한의 이날 위성 발사는 위성발사체 도발은 정찰위성 능력 확보뿐 아니라 다음 달 9일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 의도와 현재 21~31일 일정으로 진행 중인 올 후반기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를 겨냥한 반발 성격도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북한이 UFS 첫날인 지난 21일 순항미사일로 주장한 도발에 나선 것이 UFS에 대응하는 1차 도발이라면 이번 위성발사체 발사는 2차 대응 성격의 도발이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합참 관계자는 북한 순항미사일로 주장에 대해 같은 날 북한이 발사한 것은 함대함 미사일이라며 "전략순항미사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우리 감시장비로 탐지해 보니 명중하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반길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2차 위성발사체 실패는 과학이 아닌 공포정치의 결과"라며 "이번 시도에서 실패함으로써 북한은 한미 UFS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전략적 궁지에 몰리게 됐다"고 진단했다.
지난 5월 정찰위성 발사에서 실패한 상황에서 북한은 기술상황을 치밀하게 점검하는 과학에 집중하지 않고 하루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김정은발 공포정치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크며, 이러한 공포정치는 조급함을 불러왔고 그 결과 기술에 기반한 치밀한 점검과 확인이 불충분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 교수는 "이번 위성발사체 도발은 UFS 대응 차원의 성격도 있었던 만큼 이번 연습기간 내에 또 다른 방식의 도발로 실패를 만회하려고 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며 "이미 시험에 성공해 성공가능성이 높은 화성-18형을 동원한 도발 가능성과 신형함정을 동원한 NLL 도발 등 국지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도발과 함께 사이버 도발도 복합적으로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군 당국은 북한의 실패만회 시도를 예의주시하며 치밀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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