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열돌 루닛, 향후 10년 청사진 공개…'AI로 암 정복' 더 가까이

정기종 기자 2023. 8. 2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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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 인사이트·루닛 스코프 등 해외사업 호조 앞세워 9개월 새 기업가치 10배↑
의료 AI 통합 플랫폼·전신 MRI 정밀 판독·바이오마커 영역 확장 등 신사업 진출
"신사업 통해 2023년 '매출 10조원·영업이익 5조' 규모 글로벌 기업 도약 포부
백승욱 루닛 의장이 서울 강남구 루닛 사옥에서 열린 10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10년 사업 계획에 대하 설명하고 있다.


창립 열돌을 맞은 루닛이 향후 10년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2013년 설립된 이 회사는 의료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상판독보조 솔루션 등을 앞세워 최근 9개월 새 기업가치를 10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단기 급등한 가치에 향후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지만, 의료 빅데이터 플랫폼과 암 정밀진단 차세대 신제품 등을 통해 10년 후 매출 10조원·영업이익 5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24일 백승욱 루닛 의장은 서울 강남구 루닛 사옥에서 열린 10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10년 전 아무것도 없던 시작 단계와 최근 회사의 모습을 비교하면 앞으로의 10년에 대한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공지능을 통한 암 정복'이라는 궁극적 목표 달성을 위해 결국 생존률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향후 10년간 회사의 방향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루닛의 주력 품목은 의료AI를 기반으로 한 영상판독보조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와 조직병리 판독을 보조해 바이오마커를 발굴해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루닛 스코프'다. 루닛 인사이트가 해외 대형 파트너와의 계약을 기반으로 실적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다면, 루닛 스코프는 치료 영역에서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받고 있다. 3분기부터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신약개발 과정에서 루닛 스코프를 활용한데 따른 비용이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는 루닛은 기존 중심축에 추가 신성장 동력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의료 솔루션을 넘어선 의료 데이터 통합관리 'AI 플랫폼'과 온몸에 존재하는 모든 암을 검진할 수 있는 '전신 MRI'가 대표적이다.

AI 플랫폼 개발사업은 전 세계 검진센터와 지역거점 병원, 임상시험 기관 등을 통해 암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고도화 AI 학습 모델을 활용해 정밀 분석에 나선다. 이를 의료기관 시스템에 직접 설치해 관리하는 통합형 AI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암 진단 및 치료 예측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다 이른 시기에 발견된 암은 그 치료효과가 높을 뿐 아니라 맞춤형 정밀 치료까지 가능하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앞서 백 의장이 언급한 '높은 생존률과 저렴한 비용'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이다.

루닛이 신사업으로 내세원 AI 플랫폼 개요. /자료=루닛


하나의 의료영상으로 온몸에 존재하는 모든 암종을 검진하는 전신 MRI는 현재 일부 암종에 국한된 진단 한계를 넘어설 기술로 내세운다. 현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검진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암종은 유방암과 폐암, 대장암, 전립선암, 자궁경부암 등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암 진단 환자의 48%에 해당하는 비중으로 절반 이상의 암 환자가 검진 가이드라인이 없어 조기 진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MRI와 AI를 결합, 새로운 검진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이밖에 향후 100%에 가까워질 AI 판독 정확도를 기반으로 독립적으로 영상을 판독하는 자율형 AI를 개발하고, 그동안 면역항암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루닛 스코프를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모든 종류의 항암제로 활용 영역을 확장한다는 목표다. 루닛 스코프를 기반으로 발굴된 신약후보 물질은 대형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등 신약 개발사로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도 나선다.

신사업을 위한 자금 조달 계획도 밝힌 상태다. 루닛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통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날 소개된 신사업 추진을 비롯해 해외사업 확장,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설립 등 신규 성장동력 간 시너지 발생을 위한 전반적인 활동에 자금이 투입된다. 최대주주인 백승욱 이사회 의장과 서범석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은 유상증자 배정비율에 100% 참여하며, 유상증자 직후에는 1:1 무상증자도 실시된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미래 전략 차원에서의 사업 확장 계획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3~4년 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잠시 보류했던 내용들"이라며 "최근 시장 상황이 조금 나아졌고 회사의 기업가치 역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했다. 시너지 창출을 위해 해외 플랫폼 기업에 대한 M&A도 적극 검토 중이며,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담당자 역시 최근 미국에서 채용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백승욱 의장은 "루닛은 창립 10년이 지난 시점에 제품을 1~2개만 보유하고 있다. 애플 역시 해당 시기 같은 수의 제품을 보유했던 만큼 우리는 아직 사업의 극초기라고 보고 있다"며 "애플의 성장 타임테이블이 루닛이 생각하는 성장 속도이며, 향후 10년간 성장할 전략을 구체적으로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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