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년 성장률 0.1%P 하향한 2.2%···2.0%까지도 갈 수 있어”
한국은행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하향 조정했다. 만약 중국 부동산 부진이 장기화되면 2.0%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봤다. 한은은 국내 민간소비도 주춤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회복시점에 대한 기대가 갈 수록 미뤄지고 있다.
한은은 24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과 같은 1.4%로 유지했다.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기대를 밑돌고 있지만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고, 중국 단체 관광객이 국내 유입되는 효과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2월(2.5%)부터 지난 5월까지 5차례 연속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2분기 중에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최근 소비와 수출이 개선되는 흐름이 다소 주춤하고 있다”며 “하반기 이후 소비가 완만히 회복되고 수출 부진이 완화되는 등 성장 흐름이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에서 2.2%로 변경했다. 최근 중국 부동산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 불이행 위기가 불거진 것을 포함해 중국발 변수를 이번 수정 전망에 반영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이전에 예상했던 중국 경제성장률과 지금 (전망) 수준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불확실 요인이 더 커졌다”며 “중국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볼 때, 내년에도 우리가 예상했던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은 가능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민간소비 회복세도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내년 민간소비 성장 전망을 종전 2.4%에서 2.2%로 낮췄다.
최창호 한은 조사국장은 “기본적으로 펜트업 소비(코로나19 때 억눌렸다가 되살아난 소비)가 정상화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양호한 고용, 초과 저축 등 소비 여력이 있어 회복 흐름은 지속하겠지만 고금리로 인한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소비에 제약 요인이 돼 회복세가 완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 상품수출 성장 전망치를 3.3%에서 3.1%로, 설비투자는 3.7%에서 4.0%로 조정했다. 경상수지는 종전 전망(450억달러)보다 많은 460억달러로 높여 잡았고, 취업자 수는 18만명에서 19만명으로 수정했다.
한은은 미국 등 주요국 경제가 양호한 성장 흐름을 지속해 정보기술(IT)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주면 올해 및 내년 성장률이 이번 전망보다 높은 1.5%, 2.4%에 각각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반면 중국 부동산의 부진이 이어져 성장세가 더 약화한다면 올해 성장률은 1.2~1.3%, 내년은 1.9~2.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만약 지정학적 리스크, 이상 기후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더 상승하면 주요국의 통화 긴축이 강화돼 올해 성장률이 1.3%, 내년 성장률은 2.1%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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