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로켓 부품 나르던 인도, 달 개척 새 역사 썼다

한세희 과학전문기자 2023. 8. 2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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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풍부한 달 극지 착륙 성공···심우주 탐사 중간 기지 개척 첫걸음

(지디넷코리아=한세희 과학전문기자)인도의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23일(현지시간) 달 남극에 착륙했다. 이로써 인도는 달에 착륙한 네번째 국가, 달 남극에 착륙한 첫번째 국가가 됐다.

사흘 전 러시아 루나 25호는 달 남극 착륙을 시도하다 제어 불능 상태에 빠져 추락했다. 인도가 세계 최초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하는 저력을 보여주면서, 우주 자원 개척 등을 위한 세계 주요 국가들의 각축전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찬드라얀 3호가 달 남극 근처에 착륙한 후 임무 관제사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ISRO)

■ 왜 달 남극인가

달의 극지방은 태양빛이 비추지 않아 1년 내내 어둡고 기온은 영하 247도까지 떨어진다. 따라서 이곳 영구음영지역에 다량의 물이 얼음 형태로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은 인류가 달에 정착해 기지를 건설하고 연구 활동을 하거나 자원을 채취하는 등의 활동에 꼭 필요하다. 지구에서 물을 가져갈 필요 없이 현지에서 조달하면 기지 구축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달에 있는 물 등 자원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해 달에 기지를 건설하면 화성 등 심우주 탐사를 위한 베이스캠프가 된다. 대기가 희박한 달에서 로켓을 발사하면 지구에 비해 연료를 아끼고 발사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현지에서 자원도 채취할 수 있다. 달에는 핵융합 발전의 연료가 되는 헬륨-3 등의 자원이 풍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8월 23일 역사적인 달 착륙 후 인도 찬드라얀 3호 탐사선이 촬영한 달 표면의 첫 이미지. (사진= ISRO 엑스)

유인 달 착륙, 나아가 달 기지 건설을 목표로 하는 미국 아르테미스 계획에서도 달 극지방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해 발사돼 현재 달 상공을 돌며 관측 임무를 수행 중인 우리나라 달 탐사선 다누리도 극 지방 관측을 위한 쉐도우캠을 실었다. 이 장비는 미국 NASA의 요청으로 탑재됐으며, 이를 통해 확보한 극 지방 물 존재 여부 등의 정보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달 착륙 후보지 물색에 활용된다.

■ 달 극지 착륙은 왜 어려운가?

달 극지 탐사를 원하는 이유는 햋빛이 비치지 않아 어둡고 추워 얼음 형태의 물이 많이 있으리란 기대 때문이다. 물이 풍부하게 있으리라는 생각의 근거가 되는 그러한 환경은 동시에 극지 착륙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달의 극지에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많고 지형이 울퉁불퉁해 안전하게 착륙할 장소를 찾기 어렵다. 기온이 극도로 낮은 혹독한 환경인데다 빛이 들지 않기 때문에 착륙 과정을 관측하고 제어하기도 쉽지 않다. 지금까지 달 착륙이 주로 달 적도 지역에서 이뤄진 이유다.

20일(현지시간)에는 러시아 루나 25호가 달 남극 착륙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루나 25호는 달에서 1년 간 머물며 임무를 수행할 목적으로 설계됐다. 반면 찬드라얀 3호는 태양전지를 동력원으로 삼기 때문에 지구의 14일에 해당하는 달의 하루 동안만 자원 탐사를 위한 달 표면 분광분석 등을 실시한다.

■ 자전거로 로켓 부품 나르더니···인도의 우주 저력

인도가 2008년 발사한 첫 달 탐사선 찬드라얀 1호는 달 표면에 물이 존재함을 처음 밝힌 성과를 냈다. 극 지역에 물이 있으리란 예상을 실제로 확인해준 것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 등 우주 개발 선도국들의 우주 탐사 계획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달에 기지를 건설해 자원을 캐거나 심우주 탐사 중간 기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의 근거가 됐다.

찬드라얀 1호 발사 후 15년이 지난 이번에는 찬드라얀 3호가 달 남극 착륙에 처음 성공했다. 우주 분야 인도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찬드라얀 2호는 2019년 달 착륙을 목표로 발사됐지만, 착륙 과정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해 달 표면에 충돌하고 말았다.

인도 연구자들이 미국 NASA에서 공급받은 로켓 부품을 자전거에 실어 나르는 장면을 담은 자료 사진 (사진=ISRO)

인도우주연구기구(ISRO)는 1962년 설립됐으며,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간 발사체 개발, 자체 위성항법시스템 개발, 화성 탐사선 발사 등 굵직한 성과를 보여 왔다. 미국과 유럽, 러시아 등이 주도하는 우주 분야에서 나름 기술력을 쌓으며 입지를 다져왔다는 평가다. 새로운 우주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국제 협력에서도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2032년 무인 달 착륙 성공과 자원 채을 목표로 하고 있다. 6천184억원을 투입해 장애물을 피해 자율적으로 달에 연착륙하는 1.8톤급 달 착륙선 시스템과 탐사 로버, 월면토 물질 추출기, 원자력전지 등 탑재체 기술을 개발한다. 이 달 착륙선을 싣고 갈 누리호 후속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는 2031년까지 1조9천330억원이 투입된다.

한세희 과학전문기자(hah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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