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증권거래소 사장 “시총 1위 도요타 뺀 ‘성장기업 지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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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증시도 한국 증시처럼 저평가됐다는 말을 듣는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미국·유럽·중국보다 낮다. 저성장 국면에서 일본 기업들이 벌어들인 현금을 쌓아두기만 하고, 기술 개발이나 인재 유치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는 다르다. 모처럼 일본 증시에 훈풍이 불고 있다. 닛케이평균이 33년 만에 3만3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일본 주가가 활황을 보이는 건 경기가 회복되는 가운데 초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주된 이유지만, 도쿄증권거래소(이하 도쿄거래소)가 증시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다양한 조치도 한몫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특히 도쿄거래소는 새로운 주가지수인 ‘JPX 프라임 150′을 내놔 국내외 투자자의 주목을 받았다. 미래에도 꾸준히 성장할 기업을 추린 것인데, 이 지수에서 시가총액 1위 도요타가 빠졌다. 일종의 충격요법이다.
도쿄거래소는 지난 3월에는 모든 상장사에 ‘주가를 고려한 경영’을 위한 개선 방안을 내놓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와나가 모리유키(岩永守幸) 도쿄거래소 사장은 WEEKLY BIZ 서면 인터뷰에서 “상장사들이 매출·이익만 따질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시각에서 주가까지 고려한 경영을 하도록 주문한 것”이라며 “주가를 염두에 둔 경영은 자연스럽게 신사업에 대한 투자 등 장기 성장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했다. 이와나가 사장은 1984년 도쿄거래소에 입사해 39년간 일본 증시의 흥망성쇠를 쭉 지켜봤다.
◇”장기 투자용 새로운 지수 내놨다”
도쿄거래소가 ‘JPX 프라임 150′이라는 새로운 지수를 내놓은 건 상장사 체질 개선을 위한 조치다. 이와나가 사장은 “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PBR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투자자의 기대 수준을 얼마나 넘어서는지 보여주는 지표를 기준으로 향후 일본 경제를 이끌 기업만 추려내 담은 지수”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여기에 시총 1위 기업 도요타가 빠진 것이다. 한국에 비유하자면 새로운 주가지수에 삼성전자가 빠진 셈이다. 일본 3대 은행인 미쓰비시 UFJ(시총 5위), 스미토모(13위), 미즈호은행(27위)도 모두 제외됐다.
이와나가 사장은 “JPX 프라임 150 지수는 일본 국내 투자자와 해외 투자자들이 믿고 장기 투자할 수 있도록 돕고자 만든 것”이라며 “지수에서 제외된 기업들은 주가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나가 사장은 주가를 고려한 경영이 기업의 장기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는 “주가를 신경 쓰면 자연스럽게 사내 자금을 비롯한 다양한 자원을 최적으로 배치하려 애쓰게 된다”며 “성장 사업에 투자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기업은 성장하게 된다”고 했다.
◇”증시 전체적으로 PBR 낮다”
도쿄거래소가 지난 3월 ‘주가를 고려한 경영’을 위한 개선 계획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상장사들은 그간 경영 활동에 문제가 없었는지 대대적인 점검에 나섰다. 이와나가 사장은 “상장사의 이사회가 그간 시장이나 투자자의 기대에 못 미친 것은 아닌지 성찰할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해외 주요 매체에서는 “도쿄거래소가 PBR이 1에 못 미치는 기업을 대상으로 개선 계획을 요구했다”고 보도했지만, 이와나가 사장은 “PBR이 낮은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삼는 요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블루칩’ 기업이라도 투자자의 시각에서 경영할 수 있는 ‘금융 문해력(financial literacy)’을 갖추도록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이와나가 사장은 “PBR이 낮다고 무조건 ‘나쁜 경영’을 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예를 들어, 은행주는 이자 수익을 많이 내기 어려운 저금리 시기에 PBR이 낮을 수 있다. 하지만 이와나가 사장은 “특정 기업이 아니라 증권시장 전체적으로 PBR이 낮다는 것은 주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중시하지 않는 기업이 다수였다는 의미”라며 “상장사라면 매출·이익뿐 아니라 주가도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투명하게 경영 정보를 공개하는 것 역시 주가 부양을 위한 조치다. 이와나가 사장은 “PBR이 낮은 것은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해 기업의 사업 내용이나 성장 가능성을 잘 알리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했다. 도쿄거래소는 영문 공시를 강화해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기업의 현 상황과 계획을 구체적으로 알리도록 했다.
◇”상장 유지 요건도 엄격 적용”
엄격한 상장 유지 기준도 상장사가 ‘주가를 신경 쓰는 경영’을 하도록 유도하는 요인이다. 코스피 시장에 해당하는 프라임 시장은 원칙적으로 최초 상장 요건인 ‘유통 주식 기준 시총 100억엔’을 계속 유지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 대상이 된다. 이와나가 사장은 “일부 해외 거래소는 상장 폐지 요건이 최초 상장 시보다 느슨하지만 우리는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이와나가 사장은 “일본 기업들이 최근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지금 한국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한 시기”라고 했다. 그는 “100주 단위로 사야 하는 개별 기업 주식을 사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1~10주 단위로 살 수 있는 ETF(상장지수펀드) 투자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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