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사 10명 중 9명 “심야·주말 연락으로 스트레스”
학교 일상 불법촬영·녹음 경험도 13%
‘학부모 학력·직업·인맥으로 교사 무시’ 34%
교사 4명 중 3명 상습적 가해 학부모 경험
학급당 약 2명꼴 조사
#초등학교 교사 B씨는 한 학생에게 수업 중 ‘남자친구와 관계한 적이 있느냐’ 등 질문과 성적인 단어를 수업 중에 들었다. 교사는 해당 학생 부모에게 성희롱하지 않도록 가정교육 지도를 부탁했더니 “자녀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 중이라 아무것도 모른다”며 “자녀를 이해해주고, 다른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혼내지 말아 달라”라는 뜻밖의 대답을 들어야 했다.
이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접수한 교사가 학생·학부모로부터 경험한 부당행위 사례들 중 일부다. 교사 대부분이 심야·주말 연락을 받는 등 여러 부당행위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많은 교사들이 학부모로부터 교실 불법촬영과 녹음행위를 당하며, 아동학대 신고 협박, 학력·직업 등으로 무시한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24일 다년간 직장내괴롭힘 사건을 연구해온 서유정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의 ‘초중고 및 특수교사의 업무 스트레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교사 중 90.3%가 학부모에게 심야·주말 중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부적절 행위로 ‘교사의 교육방식에 대한 간접적 비난’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84.5%, ‘교사의 교육방식에 참견한다’는 응답도 82.5%로 대부분의 교사가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학부모가 자녀에게 교사 지시·학교 규칙을 무시하도록 교육’과 ‘교사의 교육방식에 대한 폭언’ 등이 48.5%의 응답을 기록했고, ‘불만사항에 대해 모멸적 요구 권유’가 19.4%, 물리적 폭력 및 위협 9.7%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교사가 학생·학부모로부터 경험한 부당행위 사례를 바탕으로 학부모로부터 부당행위를 1회 이상 경험한 초·중·고 교사와 특수교사 103명을 분석했다.
학부모의 일반적인 민원 외에도 무리한 요구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많았다. ‘학부모 학력·직업·인맥 등으로 교사를 무시한다’는 응답이 34%이며, ‘아동학대 등 신고 협박’과 ‘시험문제 난이도 조절 요구’가 26.2%로 높게 나타났다. 이외에도 ‘학교 일상에 대한 불법촬영과 불법녹음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13.6%나 됐다.
교사에 대한 신고 통로로 교장·교감 혹은 교육청 민원이 많았다.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신고 민원 행위 창구로 ‘교육방식에 대한 교장·교감 민원’이 50.5%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으며, 교육청 민원도 28.1%나 됐다. 아동·청소년 학대로 지자체 혹은 경찰에 신고당했다는 비중은 각각 10.7%, 7.8%로 집계됐다.
상습적 가해 행위를 하는 학부모를 경험했다는 응답도 4명 중 3명 꼴이었다. 교사들은 상습 가해 학부모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74.8%가 됐다. 이중 학급당 평균 상습 가해 학부모 수는 1.99명으로 조사됐다. 학생의 교사에 대한 부적절 행위 항목에선 ‘심야·주말 중 연락’ 90.3%로 가장 많았다. 이외에도 ‘교사 험담’(78.6%), ‘폭언’(72.8%), ‘조롱·비하발언’(63%), 폭력·신체적 위협(44.7%), ‘성적 의도 의심 접촉’(22.3%) 등으로 조사됐다.
교사들은 학교와 교육청의 대응이 미진했다고 입을 모았다. 교사들은 학교 측의 대응으로 ‘개인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한다’고 대답한 비중이 46.6%, ‘상황을 모르고 있다’는 대답도 29%로 조사됐다. ‘교사를 보호하고 학부모를 제지한다’는 응답은 13.6%에 불과했다. 교육청 측의 대응으로는 ‘교육청에 보고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64.1%를 기록했다. 교육청 대응으로 ‘개인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응답이 34%로 나타났다.
서유정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은 “응답자 건강 상태 조사에서 교사 3명 중 1명이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고 답할 만큼 직장내괴롭힘 사례와 비교해봐도 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왔다”며 “교사들이 전반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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