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11곳’ vs. TSMC ‘106곳’ 더 앞서는데…한국은 왜 대만 못 넘나 [K-파운드리가 미래다①]
[헤럴드경제=김지헌·김민지 기자] ‘111곳(삼성 파운드리) vs. 106곳(TSMC).’
삼성과 TSM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태계를 구성하는 협력사 수다. 숫자만으로 보면 111곳의 파트너사를 확보한 삼성이 106곳과 파트너를 맺고 있는 TSMC를 앞지르는 것처럼 보인다.
업력의 차이를 생각하면, 삼성의 고군분투가 느껴진다. TSMC는 1987년, 삼성은 2017년 본격적으로 파운드리사업 출범을 알렸다. 단순 기간을 따져보면 30년 차이다. 삼성이 그만큼 공격적으로 파운드리 생태계 확장에 필사적이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파트너사 수만으로도 삼성의 생태계 경쟁력이 TSMC를 앞섰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회사의 앞과 뒤에는 ▷칩의 설계 블록을 제공하는 설계자산(IP)기업 ▷칩 설계를 위한 소프트웨어인 EDA기업 ▷데이터 영역을 지원하는 클라우드기업 ▷칩의 설계와 제작 사이에서 이를 매개하고 돕는 디자인 부문 기업 ▷회로가 새겨진 웨이퍼를 잘라내 최종적인 상품으로 만드는 패키징기업이 있다. 이들을 전부 합한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 측면에서는 TSMC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24일 최근까지 알려진 두 기업의 파운드리 생태계를 분석해본 결과, 삼성 파운드리 부문은 ▷IP 50곳 ▷EDA 23곳 ▷클라우드 9곳 ▷디자인하우스 부문 29곳의 협력사를 확보하고 있다. 패키징 영역의 파트너사인 MDI 얼라이언스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제 막 출범했기 때문에 소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TSMC는 ▷IP 37곳 ▷EDA 14곳 ▷클라우드 6곳 ▷디자인하우스 부문 32곳의 협력사를 두고 있다. 패키징 협력사는 16곳에 이른다.
삼성이 파운드리 생태계를 강화하려고 하는 이유는 미래 먹거리인 시스템 반도체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서다. 애플, 엔비디아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다양한 ‘알짜’ 기업들과 관계를 맺어 전체 시스템반도체업계의 중심 허브가 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위해 삼성이 ▷첨단 공정과 구형 공정을 아우르는 IP 개수의 증가 ▷디자인하우스의 글로벌 고객사 지역 기반 확대 ▷속도감 있는 첨단 패키징기술 구현 등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삼성은 2030년 TSMC를 제치고 세계 파운드리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반도체 설계자산(IP) 등 파운드리회사가 고객사인 팹리스기업에 제공하는 설계 지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IP는 반도체의 구성 블록을 뜻한다. 팹리스기업들이 모든 부분을 설계하지는 않는다. 칩의 핵심 기능만 설계하고 그 외 부분은 IP회사와 파운드리기업을 통해 조달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파운드리회사가 고객사를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는 IP회사와 협력해 팹리스회사들이 원하는 IP를 다양하게 보유하는 게 중요하다. 공정 노드별로 조립 가능한 IP를 많이 확보해야 팹리스회사들이 해당 파운드리기업에 더 많은 위탁생산을 맡길 수 있는 구조다.
지난 6월 말 삼성전자는 글로벌 IP업체로부터 4500개 이상의 IP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는 경쟁사인 TSMC(4만~5만개)에 비하면 1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IP의 숫자가 파운드리회사의 고객사 수에 비례한다고 보고 있다. 삼성이 TSMC를 앞지르기 위해서는 더 많은 IP를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희망도 있다. 삼성의 파운드리 생태계에서 IP 파트너사는 50곳에 이른다. TSMC(37곳)에 비해 더 많다. 글로벌 IP기업들인 ARM, 시놉시스, 케이던스 등 23곳은 TSMC뿐 아니라 삼성과도 협력관계를 맺었다. TSMC가 앞서 선점한 기업 상당수를 삼성도 협력관계로 확보한 것이다.
한 팹리스업체 관계자는 “막 태동한 팹리스기업이 설계를 하려면 당장 할 수 있는 작업들이 많지 않다”며 “파운드리기업과 그 기업의 협력사들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그중에서도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IP를 쉽게 확보하는 건 너무나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이 일어나면서 파운드리 IP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한 AI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AI시장에서 뜻을 펼치기 위해서는 속도감 있게 AI 칩을 만들어야 하는데 핵심 기능을 제외한 부분들은 파운드리회사가 보유한 IP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한국처럼 이제 막 AI 칩 설계기업들이 커나가는 곳에서 삼성이 IP를 다양하게 확보하는 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주력 제품의 IP 측면에서는 삼성이 TSMC를 비등하게 따라잡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TSMC는 구공정부터 첨단 공정까지 누적된 IP라 굉장히 많아보이는 것”이라며 “주되게 활용되는 칩의 IP에서는 TSMC와 삼성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디자인하우스는 파운드리 생태계에서 팹리스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TSMC보다 디자인하우스의 분포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약점이 있다. 전체 협력사의 과반이 한국에 편중돼 있어 보다 폭넓은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에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태계에서 디자인하우스 분야를 담당하는 건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와 가상설계파트너(VDP)다. DSP는 반도체 설계기업들과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연결해주는 중간상 역할을 한다. 팹리스기업들이 설계한 반도체를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에 맞게 디자인하거나 패키징 등 설계까지 총망라하는 턴키 서비스가 가능하다. 특히 파운드리 고객사를 직접 확보해올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같은 역할을 하는 기업을 TSMC에서는 가치사슬협력사(VCA)라고 부른다.
삼성전자의 DSP 협력사는 총 9곳이다. 본사 위치 기준으로 하면 한국이 4곳, 대만이 2곳, 중국 1곳, 영국 1곳, 이스라엘 1곳이다.
삼성의 VDP는 총 20곳인데 이 중 12곳이 한국 기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VDP는 디자인하우스 기능의 일부만을 수행하는 곳으로, 삼성전자가 지시한 특정 프로젝트만을 담당할 수 있다. 삼성 파운드리의 아웃소싱 역할을 하는 곳이다.
삼성 DSP와 VDP를 합쳐 총 29곳 중 16곳이 한국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편중이 심하다는 평가다.
TSMC의 경우 VCA와 ‘디자인센터 파트너’로 디자인하우스 협력사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DSP에 해당하는 TSMC의 VCA에는 총 8곳의 기업이 있다. 대만 2곳, 한국 1곳, 일본 1곳, 이스라엘 1곳, 캐나다 1곳, 중국 1곳, 벨기에 1곳이다.
삼성전자의 VDP에 해당하는 TSMC의 디자인센터 파트너사는 총 25곳이다. 이들을 본사 기준으로 나누면 미국 7곳, 인도 5곳, 대만 4곳, 일본 3곳, 벨기에 2곳, 이스라엘 1곳, 캐나다 1곳, 영국 1곳 등으로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VCA와 디자인센터를 합친 디자인하우스 파트너는 총 33곳으로 집계됐다. 대만, 미국, 인도, 일본, 중국 등 삼성전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루 분포돼 있다.
팹리스기업과 파운드리기업을 연결하는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 고객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디자인하우스 협력사들은 TSMC에 비해 한국에 편중돼 있어 다양한 팹리스 고객사와 소통하기가 어렵다는 약점이 있다.
동시에 삼성전자의 고객사가 TSMC보다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도 디자인하우스의 분포에 영향을 미친다. 고객사 부족과 디자인하우스 기업의 편중 문제가 맞물려 악순환을 구성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가 많으면 디자인하우스도 다양한 국가에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디자인하우스가 한 곳에 편중돼 있다는 건 그만큼 고객사를 다양하게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패키징기술도 TSMC에 비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에선 TSMC의 첨단 패키징 연구 수준이 삼성보다 10년가량 빠르다고 평가한다.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기준 16곳의 패키징 관련 파트너사를 확보했다. 그러나 삼성은 이제 막 패키징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선언한 상태다. 파트너사가 공개된 적은 없으나 경쟁력 있는 기업들과 협업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와 패키징기술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삼성도 하루빨리 탄탄한 패키징 파트너십을 확보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삼성은 TSMC에 첨단 패키징 주요 고객을 빼앗긴, 쓰라린 경험이 있다. 2016년 이전만 해도 삼성에 위탁생산을 맡겼던 애플은 TSMC가 첨단 패키징기술을 구현한 후 모든 완제품 관련 칩을 TSMC 단일 수주 체제로 바꾼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패키징기술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챗GPT와 같은 AI 서비스의 확대로 승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기업 ‘엔비디아’는 첨단 AI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TSMC의 패키징기술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TSMC는 자체 패키징기술을 표준화하기 위한 첨단 패키징 생태계 ‘3D 패브릭 얼라이언스’를 구축해 파트너십 관계에 있다. 지난 2021년 TSMC는 일본 반도체 패키징 연구개발센터 구축에 370억엔(약 34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2022년 6월 문을 열었다. 이 센터에서 TSMC는 일본과 후공정인 3차원 적층기술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다.
TSMC는 이와 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기술 브랜드를 확립했다. 모바일 단말기 전용 패키징기술인 ‘InFO(집적된 팬아웃)’와 고성능 컴퓨팅용 패키징기술인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를 통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지난 6월 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비슷한 협의체 출범을 알렸다. 당시 삼성은 “글로벌 SAFE(삼성 어드밴스드 파운드리 에코시스템) 파트너, 메모리, 패키지 기판, 테스트 분야 기업과 함께 최첨단 패키지 협의체 ‘MDI 얼라이언스’ 출범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기봉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협업이 파운드리업계에서 성공의 열쇠라고 믿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국내 포럼에서 딥엑스, 리벨리온 등 대표가 연사로 나서면서 해당 기업들과 협력이 기대된다.
다만, 국내 기업들의 패키징기술력은 아직 아쉬운 수준이다. 패키징을 포함하는 후공정 외주(OSAT)시장 ‘글로벌 톱 10’에서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다. TSMC가 있는 대만의 경우 1위 ASE 등 6곳이 톱 10에 들었고, 나머지는 중국(3곳)과 미국(1곳)이 채우고 있다. 한국의 점유율은 6%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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