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속' 기준금리 동결한 한은…"인하는 언제?" 총재 대답 달라졌다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5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건 그만큼 한국 경제가 복합 위기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리지도 그렇다고 내릴 수도 없는 딜레마에 처해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1068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새 6조원 불어난 결과다.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4월 이후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가폭도 △4월 2조3000억원 △5월 4조2000억원 △6월 5조8000억원 △7월 6조원으로 매월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정책금리 상단을 0.25%p 올리며 한미금리차가 역대 최대인 2%p로 벌어진 것도 한은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거듭 밝힌대로 한미금리차가 자금 이동과 환율 방향에 영향을 주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라는 점이 외환·자금시장에서 증명되곤 있지만 원화 약세와 자금 유출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인의 국내 증권(주식+채권) 투자자금은 순유입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5월(114억3000만달러)을 정점으로 △6월(29억2000만달러) △7월(10억4000만달러) 등 순유입 규모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수출이나 소비 증가가 아닌 수입 급감 영향으로 힘겹게 0.6% 성장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사실상 나홀로 성장률을 이끈 민간소비(-0.1%) 2분기 뒷걸음질쳤다.
여기에 우리 경제 회복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이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으로 중국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데다 미국의 추가 긴축 불확실성도 여전해 경기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소비와 투자 위축을 감수하고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금의 저성장이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올해 전망되는 1%대 성장률이 낯선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2000년대 들어 1%대 성장률을 기록한 건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2020년(-0.7%)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0.8%)뿐이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미국 경제가 견고한 편이고 내년 상반기에 가서야 미국 경기 둔화 압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이 내년 2분기는 돼야 너무 높은 기준금리를 정상화시킨다는 관점에서 금리를 서서히 인하하는 기조로 전환할 것으로 보여 한은도 금리를 동결하다 내년 2분기쯤 금리인하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중국발 경제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면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추가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단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편으론 경기 둔화 시그널이 나오고 있다"며 "고금리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나타날 수 있어 한은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 검토는 '시기상조'라던 이 총재의 발언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 총재는 이날 '연말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없냐'는 질문에 "무조건적으로 어느 시기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 시기를 연말까지로 못박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금은 금리 인하보단 금리 인상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는 입장이지만 연내 금리 인하 검토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던 과거 발언과 비교하면 한층 완화된 톤으로 읽힌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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