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첫 경선 토론회…트럼프 유죄시 지지 여부 놓고 공방
디샌티스, 자신의 경험·정책 강조 주력…후보들 대부분 1·6때 펜스 행동 지지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참한 미 공화당 대선후보 첫 토론회에선 후보들간 날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공화당 후보들은 또 지난 2021년 1·6 의사당 폭동 사태 당시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고 대선 결과를 인증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온도차를 보였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된 뒤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에도 계속 지지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선 입장차를 드러냈다.
위스콘신주(州) 밀워키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는 불참을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의 기준을 충족한 8명의 후보가 참여했다.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기업가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팀 스콧 상원의원,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 더그 버검 노스다코다 주지사, 애사 허친슨 전 아칸소 주지사가 토론회 무대에 올랐다.
현재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디샌티스 주지사와 라마스와미 후보, 펜스 전 부통령이 무대의 중앙에 섰다.
토론회 초반엔 38세의 라마스와미 후보가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는 디샌티스 주지사를 겨냥해 "슈퍼팩(Super PAC·미국의 정치자금 기부단체) 꼭두각시"라고 규정했다. 이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슈퍼팩인 '네버 백 다운(Never Back Down)'이 토론회를 앞두고 자신에 대해 "페이크(가짜) 비벡" 등의 표현을 사용해 공격을 가하라고 주문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저는 정치인이 아니다. (다음 세대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아웃사이더가 필요하다"고 자신이 정치 신인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다른 후보들은 기부자들에게 "매수되고 지불된 전문 정치인들"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다른 후보들도 반격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지금은 직무 훈련을 할 때가 아니다. 우리는 루키(신인)를 데려올 필요가 없다"고 라마스와미 후보의 정치 경험 부족을 꼬집었다. 토론회 경험이 많은 크리스티 전 주지사도 "챗GPT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 버락 오바마와 같은 "아마추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헤일리 전 대사는 라마스와미 후보가 러시아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자, 적국들을 지지하고 우방들을 버렸다고 비난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라마스와미 후보에게 "외교 정책 경험이 없고, 그것을 보여준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디샌티스 주지사는 다른 후보들이 라마스와미 후보에 포화를 집중하자, 자신의 경험과 정책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며 "이 쇠퇴는 피할 수 없는 게 아니다. 그것은 선택"이라며 "우리는 조 바이든을 그의 지하실로 돌려보내고, 미국의 쇠퇴를 되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백악관 의료고문인 앤서니 파우치 전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조언에 따라 국가를 폐쇄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플로리다에서의 자신의 성공을 부각시키는 한편,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연방정부 무기화 중단'을 촉구했다.
NBC뉴스에 따르면 이날 토론회에서 라마스와미 후보는 11차례 공격을 받은 반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2차례에 불과했다.
후보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에서 온도차를 보였다. 후보자들은 사회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종 후보로 지명된 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계속 지지할 것인지 묻자, 대부분 손을 들어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라마스와미 후보는 가장 먼저 손을 들었고, 디샌티스 주지사와 펜스 전 부통령은 약간의 시간을 가진 뒤 손을 들었다.
그러나 크리스티 전 주지사와 허친슨 주지사는 손을 들지 않았다.
허친슨 전 주지사는 "저는 중죄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미국 헌법에 의해 자격을 박탈당한 사람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손을 들었다가 취소한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누군가는 이 행위를 정상화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여러분들이 그 범죄 혐의가 맞거나 잘못됐다고 믿든 안 믿든 간에 그 행위는 미국 대통령직에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라마스와미 후보는 시종일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후보들은 모두 지난 2021년 1·6 의사당 폭동 사태 당시 펜스 전 부통령이 대선 결과를 인증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팀 스콧 상원의원은 "절대적으로 옳은 일을 했다"고 답변했고, 디샌티스 주지사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한 채 연방정부 무기화에 초점을 맞췄다가 재차 질문을 받자 펜스 전 부통령은 "의무를 다했다. 저는 그에게 불만이 없다"고 밝혔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2021년 1월6일에 괂ㄴ 것이 아니다. 다음 대통령이 취임하는 2025년 1월20일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개인적, 정치적, 부당한 압력보다 취임 선서와 미국 헌법을 우선시한 것에 대해 미국인으로서 우리의 감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평가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헌법보다 자신을 우선하도록 잘못된 요청을 했다면서 "저는 헌법을 선택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라마스와미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사면하겠다면서 펜스 전 부통령을 향해 사면 약속을 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펜스 전 부통령은 "트럼프가 이같은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한편, 토론회에 불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회 시간에 맞춰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서 사전 녹화된 46분간 분량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반(反)트럼프 성향인 크리스티 전 주지사를 "야만적인 미치광이"라며 "그의 여론조사 수치는 매우 낮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1·6 사태에 대해 "아주 작은 그룹"이 의사당에 난입했고, 당시 모였던 많은 군중들 사이엔 "사랑과 단결"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가 공개적인 충돌로 치닫고 있는 것을 걱정하느냐'는 질문에 "한번도 본 적 없는 수준의 열정과 증오가 있다"면서 "그것은 아마도 나쁜 조합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주 후보(Manchurian candidate)"라고 비난하면서 "그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부패한 대통령이고, 가장 무능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재대결을 희망한다며 "많은 면에서 그의 기록이 너무 나쁘기 때문에 그와 경쟁하고 싶다. 인플레이션과 다른 모든 것을 보면 여전히 끔찍하다"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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