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바닷속 온천에 '아기문어 정원' 형성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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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연해 수심 3km에는 수천 마리의 아기문어들이 무리를 지어 살고 있다.
바닷속에 형성된 문어정원의 비밀은 따뜻한 심해 온천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매우 추운 심해에 사는 문어는 부화하는 데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따뜻한 문어정원에선 2년 만에 아기문어들이 세상과 만났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바닷속 문어정원은 국립해양보호구역으로 보호되고 있지만 다른 장소들은 심해 쓰레그물이나 심해채굴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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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연해 수심 3km에는 수천 마리의 아기문어들이 무리를 지어 살고 있다. 심해에서 이른바 '문어정원'이 발견된 네 번째 사례다. 깊은 바다 밑에서 작은 문어들이 군락을 이루는 이유는 그동안 밝혀진 문어의 습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 과학자들에게 수수께끼였다.
바닷속에 형성된 문어정원의 비밀은 따뜻한 심해 온천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제임스 배리 미국 몬터레이만수족관연구소 연구원팀은 해저에 형성된 열수천이 문어의 번식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를 2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아기문어의 부화와 성장에 유리한 환경에 문어 서식지가 들어선다는 것이다.
문어정원의 비밀을 풀기 위해 연구팀은 원격으로 조종하는 잠수로봇을 사용했다. 고해상도의 해저 지도를 활용해 2.5헥타르(ha, 약 7562평)면적에 걸친 문어의 분포를 확인하고 이 지역의 특성을 확인했다.
근처 사화산(死火山)에서 열수가 유입된 문어정원의 수온은 계절에 따라 10.8도까지 올라갔다. 추운 날씨에도 5도 이상이었다. 열수 지역이 아닌 곳의 평균 수온 1.6도보다 훨씬 따뜻한 환경이다.
문어정원에 모여 사는 문어들은 탁월한 번식력을 보였다. 자몽 크기의 암컷 문어들은 다른 심해 문어보다 산란 주기가 훨씬 짧은 1.8년이었다. 한 번에 낳는 알의 개수는 60개 정도였다.
아기문어들의 부화 주기도 짧았다. 매우 추운 심해에 사는 문어는 부화하는 데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따뜻한 문어정원에선 2년 만에 아기문어들이 세상과 만났다.
연구팀은 화산에서 흘러온 '온천수'가 아기문어의 빠른 부화를 돕는다고 설명했다. 온기는 신진대사율을 높이며 배아발달을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연구를 이끈 배리 박사는 "문어의 알이 익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뜨거운 수온이었다"고 말했다.
문어정원에서 태어난 문어들이 얼마나 멀리 이동하는지, 성장 후 그들의 서식지로 돌아오는지는 후속 연구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후각이 뛰어난 문어는 가족들의 채취를 쫓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풀리지 않은 문어의 생태를 알기 위해선 심해에 형성된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캘리포니아 바닷속 문어정원은 국립해양보호구역으로 보호되고 있지만 다른 장소들은 심해 쓰레그물이나 심해채굴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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