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안재홍 연기보며 '끝났다, 밀렸다' 싶더라. 반성했다" [인터뷰M]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죄수번호 1047로 불리게 된 김모미를 연기한 고현정을 만났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렸다. 3명의 배우가 '김모미'라는 한 인물을 연기하는 파격 설정, 매혹적인 이야기로 공개 3일만에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2위에 올라섰고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14개국 TOP 10 진입한 '마스크걸'이다.
자신이 어떻게 나올지 보다 이 작품이 어떤 톤으로 나올지가 더 궁금했다는 고현정은 "기대한 대로 쿨하게 나온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했고 제 연기에 있어서는 늘 그렇듯 아쉽다"라며 공개 소감을 밝혔다.
"작품에 배고파있었다"라는 표현을 숨기지 않고 하는 고현정은 "제가 중간중간 구설도 있었고 여러 가지 사건들이 많아서 연기만 할 수 있는 작품이 나에게도 올까, 그런 작품을 나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계속 해왔다."라며 자신을 둘러싼 방송계의 잡음을 언급했다.
그러며 "혼자 단독으로 이고 지고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과 합을 맞추고 서로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 시나리오였다.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이야기 속에서 무난하게 튀지 않고 하나의 퍼즐로 들어갈 수 있을까 걱정되는 이런 작품이 정말 내게도 왔구나 싶어서 너무 기뻤다."라며 '마스크걸'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의 심정을 회상했다.
보통은 한 인물의 일대기를 한 배우가 특수분장을 하며 표현하는데 '마스크 걸'에서는 이한별, 나나, 고현정 셋이서 '김모미'의 일생을 연기했어야 했다. 나이도 다르고 각자의 개성이 다른 배우들이 한 인물을 연기하는데 부담이 없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다는 고현정은 "저는 오히려 좋았다. 특수 분장을 하는 것보다 억지스럽지 않고 현실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말을 했다.
자기 자신은 세월이 많이 흘러도 별로 변한 게 없다고 인지하지만 정말 몇십 년 만에 만나는 사람의 경우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지 않냐며, 그런 의미에서 성형 전 모미, 성형을 하고 난 뒤의 모미,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서 10년 이상을 살아온 모미를 각기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던 배경을 덧붙였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실제 나이와 비슷한 연령대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마지막 모 미여서 아주 좋았다는 말을 했다.
고현정이 연기한 '죄수번호 1047'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는 "모미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앞부분의 모미는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 모미가 어떤 죄를 짓고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는 생각지 않고 오로지 교도소에 들어와서 10년이 지났다는 생각만 했다. 이미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교도소 안의 무엇도 건드리지 않고, 누구도 모미를 건드리지 않는 위치에 있을 모 미였다."라며 나나가 연기했던 모미의 교도소 분량에서의 사투로 이미 평정심을 찾은 모미로 생각했음을 밝혔다.
"눈 감고 여기가 산이라 생각하면 산이고, 바다라 생각하면 바다인 그런 상태이지 않을까? 그랬던 모 미가 '나 여기서 나가야겠어'라고 하는 건 큰 붓으로 하나의 선을 크게 긋는 의미 지이 않았을까"라고 김모미의 심리를 설명한 고현정은 "그래서 움직임도 최소화하고 표현도 최소화하려고 했다. 더 발악하며 열연같이 보이는 것도 할 수 있었지만 저는 오히려 표현을 최소화하려고 했다."라며 죄수번호 1047의 연기에 신경 쓴 부분을 이야기했다.
처음 감옥에 갔을 때같이 분기탱천한 모미가 아닌, 모든 것에 초연한 모미였기에 미모를 구하기 위해 김경자의 집을 찾아갈 때도 완전히 지친 상태에서 겨우 찾아간다는 그는 "제가 가장 만족한 부분은 벼랑 위에서 김경자의 집을 바라볼 때의 표정이었다."라며 해당 장면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때 김경자가 내 콘트롤하에 들어왔다고 생각, 김경자를 장악한 순간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감옥에서 나올 때도 죽을 각오를 하고 나왔지만 그 위에서의 표정은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고 미모를 위해서든 내 삶을 위해서든 여기서 다시 죽겠다는 각오를 하는 표정이었다. 그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어려웠는데 그때 했던 수많은 감정들 중 정중앙의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이 나온 것 같아 만족했다."라며 처연한 듯 결연한 듯 미묘한 표정을 지었던 모미의 얼굴을 시청자들이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고현정은 자신의 연기보다 다른 배우의 연기를 언급하며 "나는 한참 멀었다"라는 탄식을 했다. 안재홍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는 "남자에게 머리가 빠지는 설정은 너무 치명적이었다. 거기에 지질함의 극치인 성격. 안재홍이 '아이시테루'라고 할 때 '혹시 저 사람한테 진짜 저런 면이 있나?' 의심이 들 정도였다. 배우가 새로운 역할을 맡아서 연기를 한다고 함은 자고로 저렇게 해야 하는 건데 싶더라. 난 뭐 했지? 너무 안 하려고 자제하고 눌렀나 싶어 반성했다. 성형 부작용을 표현하기 위해 입술이라도 부풀릴걸 그랬나 뒤늦게 욕심도 나고, 안재홍과 염해란이 초반에 나오는데 '아 끝났다! 밀렸다. 더 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안재홍의 연기 변신을 목격한 소감을 밝혀 웃음을 안겼다.
고현정은 "저도 나름 피 칠갑하고 차에 부딪히거나 위에서 떨어지는 것이나 액션을 직접 다 했다. 제작진이 하자는 건 반대하지 않고 오히려 더 붙여달라, 웬만한 건 다 내가 하겠다고 했었는데 그분들 연기를 보니 내가 너무 아무것도 안 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배우로서 자극도 많이 받았다."라며 안재홍과 염혜란의 끝장판 분장과 연기를 극찬했다.
함께 김모미를 연기한 이한별과 나나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한별의 실물을 보고 싱크로율에 압도당했다. '대박, 네가 모미구나, 네가 모미 A인 거지?'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이한별을 허그 했다."라며 이한별과의 첫 만남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러며 "옛날의 저를 보는 것 같았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제가 생각나더라. 몇 년 전부터 힐링 방법으로 어린 시절의 나에게 칭찬을 많이 하라는 걸 많이 봤는데 그 영향 때문인지 '모미'를 같이 연기하는 배우로서 이한별이 어린 시절의 나로 생각이 되었고 그래서 '모미야 너 너무 고생했다'라는 생각에 뭉클해졌다."라며 속마음을 전했다.
그러며 나나에 대해서는 "아티스트 같았다. 저한테 인사할 때나 현장에서 스탠바이를 할 때도 모미 상태로 있는 것 같더라. 모미 그 자체였다. 감옥에서의 모미를 연기하는 데 나나의 도움을 자연스럽게 받을 수 있었다. 나나는 배우로서 희생해야 할 부분이나 융통성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흑화 된 모미를 잘 표현해 줬다."라며 칭찬했다.
'마스크 걸'에서 고현정은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펼쳤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현장에서의 어지간한 액션은 직접 연기해 제작진의 놀라움을 샀던 그다. 건물에서 뛰어내리고, 달리는 차에 부딪히고, 담벼락에서 떨어지는 연기도 직접 했지만 무엇보다 김경자의 젓갈 창고에서의 몸싸움은 치열해서 더 인상적이었다.
그는 "그 세트가 돔처럼 지어져서 촬영이 시작되면 출구가 없는 구조였다. 최소 인원만 세트 안에 들어갔는데 너무 더울 때 촬영해서 숨을 못 쉴 정도로 열기도 뜨거웠다. 제가 김경자의 목을 조르며 '이제 그만 끝내자'라고 대사를 하는데 진심이었다. 너무너무 그 세트를 나가고 싶었고 사정없는 싸움도 그만하고 싶을 정도였다. 가짜로 액션을 할 수 없는 세트였다. 또 액션도 끊었다 다시 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몇십 번을 반복해서 촬영했는지 모른다. 맞아서 뒤로 넘어가 쿵 소리가 나도 아픈 것보다 '오 좋아, 계속 가시죠'라고 할 정도로 빨리 그 촬영을 끝내고 싶을 정도로 다들 엄청 고생했다."라며 액션 비하인드를 밝혔다.
김경자와의 사투에 대해 고현정은 "염혜란이 실제로 저보다 한창 어리다. 피지컬을 못 따라가겠더라.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장르물을 했어야 했는데!"라며 털털한 모습을 보였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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