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에 안 팔리고, 고수온에 폐사하고…어민들 “산 넘어 산”

김현수 기자 2023. 8. 2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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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 호미곶의 한 양식장에서 지난 11일 고수온 현상으로 폐사한 물고기. 포항시 제공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서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높은 수온으로 양식장 어류 폐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오염수 방류로 인한 소비 위축까지 덮쳐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24일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7~23일 강도다리를 중심으로 양식어류 46만1236마리(약 3억1600만원)가 폐사했다. 이는 양식어류 627만마리가 폐사한 경남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경북에서는 지난 7일부터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돼 18일째 이어지고 있다.

경북 주요 양식품종인 강도다리는 냉수성 어종으로 17∼18도에서 양식한다. 그러나 최근 수온이 갑자기 오르면서 생리적 변화로 폐사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동해안 수온은 포항 구룡포 26.9도, 포항 월포 26.7도, 울진 후포 26.3도를 기록했다.

어민들은 급격한 수온 상승과 더불어 오염수 방류로 인한 소비 위축 때문에 양식어류 폐사 피해가 더 커졌다고 토로한다. 지난해 수산물 수요에 맞춰 양식 규모를 키웠는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불거지면서 판매량이 반토막 났다는 것이다.

고수온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양식장 내의 물고기를 다른 곳으로 옮겨 밀집도를 떨어트려야 한다. 한 공간에 10명이 있는 것보다 5명이 있으면 온도가 낮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해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물고기를 옮길 여유 공간이 없어 과밀상태를 줄일 방법이 없다고 어민들은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방류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김현찬 포항시 어류양식협회장은 “휴가철임에도 불구하고 이달 중순부터 물고기 판매가 급격히 줄었다”며 “판매가 안 되니 사룟값은 더 드는데, 고깃값은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포항시 어류양식협회에 따르면 강도다리의 경우 이달 중순 300g당 1만2000~1만3000원 선에서 거래됐지만, 현재는 7500~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고등어 가격도 평소보다 10∼20% 가량 낮게 책정이 되고 있다.

경북도는 지역 강도다리·광어 양식장 매출이 지난해 연초보다 최대 40%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4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할 것이라는 계획이 나온 직후부터 양식장마다 30~40% 정도 매출이 줄어든 것이다. 경북도는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만큼 매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0년 경력의 어민 김성락씨(58)는 “팔지 못한 물고기들이 많아져 냉동실에 물고기들이 가득 찼다”며 “내일 경매장 나갈 생각만 하면 답답하다. 별다른 기술도 없는데 뭐 먹고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어민들은 북동풍 영향으로 표층수온이 오르는 9월이 되면 더욱 심각한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하소연한다. 10월은 되어야 수온이 낮아지는데 오염수 방류로 수산물 소비 위축이 극단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서다.

김 협회장은 “오염수 방류에 물고기는 안 팔리지 고수온에 물고기는 폐사하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라며 “양식 어류를 해양에 방류하고 이에 어민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등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시작한 24일 오후 전남 목포시 광동 목포종합수산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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