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뿌예지는 ‘망막에 물 차는 병’…발병기전 찾았다
눈을 사진기에 비유할 때, 필름에 해당하는 역할을 하는 '망막'. 시각정보를 전기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여 우리가 사물을 인식할 수 있게 해주는 부위다. 그리고, 망막 한가운데에서 눈의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중요한 곳이 있다. 시세포와 시신경이 집중되어 있는 '황반'이다.
황반에 문제가 생기면 갑자기 시력이 저하되거나 물체가 휘어 보이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갑자기 눈앞에 동그란 그림자가 생기면서 뿌옇게 보이고 실제와 색이 다르게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 때는 황반아래에 물이 고이는 '중심장액망막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중심장액망막병’, 40대 전후 남성에서 호발
매년 1만 명당 1~2명 정도 새롭게 발병하는 중심장액망막병은 망막의 중심부에 액체가 축적되면서 망막이 부분적으로 박리되는 질환이다. 30~50세의 젊은 나이대에 주로 나타나며, 특히 40대 전후의 남성에게서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심장액망막병은 대부분의 사례에서 급성으로 발병하여 중심부가 잘 보이지 않는 증상, 색각 이상, 물체가 이중으로 겹쳐 보이거나 찌그러져 보이는 증상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중심장액망막병은 스트레스나 수면부족, 스테로이드 복용 등과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발병기전 역시 밝혀지지 않았었으나,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병기전 및 질병의 예후나 치료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발견됐다.
서울아산병원 안과 이준엽 교수팀은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와 일반 대조군의 안구를 비교분석한 결과,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에서 특정 마이크로RNA(miR-184)가 유의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사치료 효과가 적은 환자에서 miR-184 발현량이 더 높은 것을 확인했다.
국내 연구진, 중심장액망막병 발병기전 규명해
중심장액망막병은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경우도 있지만, 만성적으로 진행되거나 재발하는 경우에는 비정상적으로 혈관성장을 촉진하는 물질을 억제하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항체 주사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사치료로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하나 일부 환자들에선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어 치료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한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중심장액망막병과 연관된 잠재적인 바이오마커를 확인하기 위해 아급성 중심장액망막병 환자 42명과 일반 대조군 20명의 안구 내 방수 내용물을 채취해 분석했다. 방수란 각막과 수정체 사이의 공간에 차 있는 맑은 액체를 말한다.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의 방수 엑소좀을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통해 확인한 결과, 특정 마이크로RNA인 마이크로RNA-184(miR-184)가 일반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특히 항혈관내피성장인자항체 주사치료에 반응이 적은 환자에서는 miR-184 발현량이 더욱 증가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환자의 방수에서 miR-184 발현량을 정량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해 확인한 결과, 중심장액망막병 환자에서 대조군에 비해 miR-184가 100배 이상 유의하게 증가됐다. 더 나아가 기초 실험을 통해 miR-184가 혈관내피세포의 증식과 이동에 관여하는 STC2 유전자 발현을 조절했고, 그 결과 신생혈관생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즉, 중심장액망막병이 황반변성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신생혈관생성을 억제하는 방어체계로 miR-184가 보상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중심장액망막병의 발병 기전을 처음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 또한, 최근 중심장액망막병 치료에 많이 시행되는 주사치료의 예후를 바이오마커를 통해 미리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이 최적의 치료를 받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준엽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황반변성이나 당뇨망막병증 등 다양한 망막질환치료에서 고비용의 주사치료제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약제의 치료반응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조기에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해 빠른 증상 호전과 더불어 환자의 부담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나노생명공학 저널(Journal of Nanobiotechnology)’에 최근 게재됐다.
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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