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도시, 또 한번의 진화를 앞둔 스마트시티 [삼정KPMG CFO Lounge]
삼정KPMG 컨설팅부문 박문구 전무
“건축의 출발점도 도달점도 사람이다.”
해체주의 건축의 세계적인 거장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남긴 말이다. 건축은 당시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시대와 문화가 반영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그 시작과 끝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건축을 통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 생겨나게 되고, 이 공간 안에서 사람과 사람 간의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면서 문화가 생겨난다는 의미이다. 그의 대표작인 스페인의 쇠락한 도시 빌바오를 재생시키기 위한 건설 프로젝트로 시작된 ‘구겐하임 미술관’과 시민들에게 친밀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고민으로 탄생한 LA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까지 건축물을 통해 사람들을 공간으로 불러들이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겠다는 그의 철학이 반영되었다.
이러한 철학은 건축물뿐만 아니라 최근 도시개발 단계에서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도시개발이 주로 기반시설과 인프라 중심으로 진행되었지만, 최근의 도시개발은 인간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호주의 ‘30분 도시’, 파리의 ‘15분 도시’, 그리고 네옴시티의 ‘10분 도시’가 있다. 이들 프로젝트는 일자리와 문화컨텐츠 접근성을 고려한 인간 척도의 도시 건설을 강조하며, 보행자를 우선시하고 친환경적인 도시 구축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도시화의 급속한 진전에 따라 교통 혼잡, 환경오염, 에너지의 과도한 소비,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가 대두되었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하는 솔루션으로 스마트시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첨단 기술과 인프라를 동원해 도시의 복잡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시티 시장은 2022년 5,116억 달러에서 2027년까지 연평균 14.9% 성장하며 1조 244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시티 진화의 현재 추세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 초기의 스마트시티는 첨단 정보 통신 기술이 통합된 도시 인프라로 시작되었으나, 지금은 이를 넘어 도시마다의 매력을 반영한 컨텐츠와 글로벌 경쟁력을 신기술을 융합하는 경제성장 실험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즉, 단순한 기술적용을 넘어, 도시의 독특한 매력을 신기술에 버무려 시너지를 내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둘째, 서비스 디자인 사상이 반영된 혁신 플랫폼을 통해, 풍요로운 사용자(시민)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컨텐츠, 신기술, 행동과학 등 노하우를 활용하여 도시의 문제점을 창의적으로 해결하며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자신이 거주하는 도시공간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는 노력이 이루어진다. 마지막으로, 스마트 거버넌스가 도시성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즉, 전통적인 정부의 역할에서 벗어나, 민간기업을 닮아 효율적인 도시정부가 부상하고,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컨텐츠 중심 창업에너지를 유발시키기 위한 열린 협업(Open Collaboration)의 선순환이 시작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을 위해서 노력하는 결과가 도시의 구석구석에 매력적인 컨텐츠를 채우게 되고, 컨텐츠의 풍성함이 다시 새로운 로컬 크리에이터를 유인하는 나선형 성장을 유발시킨다.
스마트시티의 미래는 단순한 기술의 활용을 넘어, 도시의 고유한 매력과 개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첨단기술로 무장한 도시라도 사람을 위한 철학 (서비스 디자인)이나, 컨텐츠 크리에이터 (창업가)의 자발적 정주를 유인할 선순환 거래구조 모델링이 결여되면, 의미 없는 도시로 전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첫걸음으로 City ERP(City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도시의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의 도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도시의 모든 구성요소가 통합적으로 연결되고 관리되어 효율적인 초연결 스마트시티 구축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미래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도시의 최소한의 요건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행동과학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디자인이 중요하다. 다양한 시민들의 실제 행동과 니즈를 반영하여 조화로운 거래구조와 밸류체인을 생성하고, 풍성한 시민경험 (CX, Citizen eXperience) 컨텐츠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시민의 자부심을 자아낼 뿐만 아니라, 외부인이 기꺼이 정주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모이는 도시로 변모할 것이다. 또한, 창업가들을 키워낼 수 있는 인큐베이팅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도시가 미래산업 밸류체인의 산파가 되어 다양한 컨텐츠 크리에이터의 경제활동을 유발시키는 활기찬 곳으로 진화하면, 자연스럽게 그들을 고용하거나 그들과 협업하려는 기업과 산업을 유인하는 선순환이 시작될 것이다.
이렇게 사람과 경제 활동이 중심이 되는 스마트시티의 구축을 위해 3가지 핵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로, 정책 수립에서의 씽킹디자인(Thinking design) 도입이 중요하다. 씽킹디자인은 창의적인 문제 해결 방식으로, 사용자 중심의 접근법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도시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시민들의 필요를 파악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시민들의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향상이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정보 홍수 속에서 정보를 효과적으로 검색, 평가,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 능력은 스마트시티에서 시민들이 기술을 적극 활용하며 생활하는 데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유니콘형 공공조직의 활성화가 요구된다. 이 조직은 기존의 공공 서비스 개념을 넘어선, 혁신과 기술을 활용하여 도시 문제를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조직을 지칭한다. 유니콘형 공공조직은 스마트시티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첨단 기술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도시 운영을 최적화하고 시민의 편의를 높인다.
스마트시티가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모든 도시는 새로운 시대의 도전에 대응하여 경쟁력 있는 도시로 변모해야 한다. 즉, 기술적 진화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이 있는 서비스와 컨텐츠 공간으로의 발전하는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스마트시티는 다양한 산업과 기술의 융합점을 찾아내는 허브로 작용해야 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업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은 각 산업의 밸류체인을 깊게 탐색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와 모델을 찾아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덧붙여, 서로 다른 매력을 갖춘 도시와 도시, 혹은 컨텐츠 밸류체인을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지자체와 지자체 간의 열린 협업도 미래 스마트시티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성공적인 사례를 생성하고 다른 도시나 지자체에 그 사례를 확장하는 확산전략, 즉, 궁극적인 미래성장 시나리오 수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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