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도 어민도 “제주 바다는 끝났다”…현실이 된 오염수 불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바다가 삶의 터전인데 그 터전이 오염된다고 생각하니 막막합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타격을 받는 것은 뻔한데 정부는 괜찮다고만 하니 속이 탑니다.”
24일 오전 7시 제주시 서부두 제주시수협 위판장 주변에서 만난 강아무개(58)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강씨는 “해마다 바다 환경이 나빠지는데 이제는 오염수 방류로 얼마나 피해를 볼지 모르겠다. 막막한 실정”이라며 위판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새벽녘 퍼붓던 비가 잠시 멈춘 위판장 주변에는 밤새 잡은 싱싱한 은빛 갈치와 한치 등 각종 생선을 파는 상인들과 물건을 사기 위해 노변 좌판을 둘러보는 시민·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채 위판장 주변에서 갈치를 팔던 이아무개(68)씨는 싱싱한 은빛 갈치를 앞에 두고 “제주도에 오려면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데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손님들을 맞았다. 이씨는 “정부가 방류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하니 믿어야지요. 우리가 뭘 알겠어요? 제주도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도 몇 년이나 걸린다고 하잖아요”라며 ‘한 상자에 8만원!’ 하며 외쳤다. 인천에서 관광을 온 김선명(56)씨는 “은갈치들이 싱싱해 보여 몇 마리 살 생각이다. 아직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방류하면 수산물을 찾을 생각이 지금보다는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시 도두동 도두어촌계에서 만난 양영배(56)씨는 “지금도 제주바다는 오염되고 황폐화가 심각한 상태이다. 방류수가 제주에 도착할 즈음이면 제주도 바다는 끝났다고 본다. 당장은 오염되지 않겠지만 앞으로 4~5년 뒤 방류수가 제주까지 도달한다면 수산물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영향이 없다는 정부의 말을 누가 믿겠나”라고 반문했다.
제주의 한치잡이 시기는 5월부터 9월까지다. 양씨는 “한치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절반도 나지 않는 것 같다. 올해는 10차례도 한치잡이를 나가지 못했다.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일본에 피해보상을 요구해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
이날 빗속에서도 도두동 해녀들은 물질에 나섰다. 오전 8시에 나선 물질은 정오께 끝났다. 물질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해녀 서복녀(82)씨는 “해녀들도 만나면 오염수 이야기를 한다. 걱정은 되지만 정부가 막지 못하는 일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도 없다. 하지만 걱정이 되지 안 되겠냐”고 말했다.
제주도내 정당과 시민단체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권 퇴진 한국사회 대전환 제주행동(준)’은 이날 오전 11시 제주시 노형동 주제주일본국총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핵오염수 방류는 어떠한 핑계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테러행위”라며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규탄했다. 이 단체는 이어 “바다는 제주 민중에게 삶의 터전이다. 제주의 해양생태계가 핵오염수로 황폐해지면 어업과 관광 등 제주경제에 끼칠 피해도 작지 않을 것이다. 핵오염수 방류가 30여년 동안 이뤄지는 한 방류 중단을 위한 투쟁도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등 제주도내 야권 6개 정당도 이날 오전 10시30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130만t의 핵오염수를 인류가 공유하는 바다에 투기하는 일본 정부의 행위는 전 세계에 재앙을 퍼뜨리는 희대의 해양 범죄행위”라며 규탄했다. 이들 단체는 △핵오염수 해양투기에 따른 피해보상특별법의 조속한 통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을 상대로 한 피해구상권 청구 △제주도 자체의 피해조례 제정 추진 등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5시40분께 제주시수협 위판장을 찾은 오영훈 제주지사는 “도내 4개 수협위판장에서는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매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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