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성급한 위성발사 또 실패…김정은, 과학보다 정치 앞세워 무리수
北 “3단로켓 비상폭발체계 오류” 실패인정
UFS연습 대응 및 9·9절 축포 노림수 빗나가
잇따른 실패 金리더십 타격, 정권차원 부담
24일 조선중앙통신은 오전 6시 15분쯤 “국가우주개발국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 운반 로케트(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제2차 발사를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천리마-1형의 1계단(단계)과 2계단은 모두 정상 비행했으나 3계단 비행 중 비상폭발 체계에 오유(오류)가 발생해 실패했다”고 전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도 북측이 오전 3시 50분쯤 동창리에서 남쪽으로 발사체를 쐈지만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측 국가우주개발국은 “비상폭발체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된 원인을 빠른 기간 내에 해명할 것”이라며 “사고의 원인이 계단별 발동기(엔진)들의 믿음성(신뢰성)과 체계상 큰 문제는 아니라”라고 설명했다. 북측은 사고 원인을 규명해 대책을 마련한 뒤 오는 10월 3차 발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22일 국제해사기구(IMO)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조정국인 일본에 ‘8월 24일 0시부터 31일 0시 사이에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했다. 또 1·2단 로켓과 페어링(위성 덮개) 등이 북한 남서쪽 서해상 곳과 필리핀 동쪽 태평양상 1곳을 위험수역으로 설정했다. 북측은 예고 기간이 시작된 지 약 3시간 50분 만에 고강도 도발을 강행했다가 결국 또 한 번의 실패를 시인했다.
합참은 북한이 5월 말 1차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기존 동창리 발사대가 아닌 새 발사장을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이곳은 기존 발사대에서 약 3㎞ 떨어진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다.
이와 관련, 합참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1·2단 로켓 등의) 낙하 위치는 북한이 기존에 공지했던 구역 인근에 떨어진 것으로 판단되며 세부 사항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이날 실패 원인으로 언급한 ‘비상폭발체계’에 대해서는 “각 단이 정상 비행하지 않을 때 의도적으로 폭파시킬 수 있는 장치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발사체가 기술적 오작동으로 의도치 않게 비상폭발체계가 작동해 위성도 소실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 센터장은 북측이 10월에 곧바로 3차 발사를 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단계별 로켓의 작동과 단분리 등에는 문제가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바로 재발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합참은 이날 해군 함정과 항공기를 투입해 군 관할 지역에서 발사체 잔해에 대한 탐색·인양 작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발사체가 백령도 서쪽 약 33km 상공을 통과해 국민 안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서 “지난 번(1차 발사) 이후 행정안전부와 국방부가 협의한 개선안에 따라 (행안부에) 경보 발령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발사에서 과학보다는 ‘정치’를 앞세워 무리수를 뒀다가 체면을 구겼다. 기술적 완성도보다는 한미 UFS 연습에 대한 맞대응, 9·9절을 앞둔 지도력 부각,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일 등을 우선해 성급하게 발사를 강행했다가 정치·군사적 짊어지게 된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최근 김 위원장이 수해로 인해 내각과 농업 분야 등을 강하게 질책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위성발사 실패는 정권적 부담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북한이 3차 발사도 실패할 경우에는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에 기술적 결함을 찾아내기 위해 러시아측 기술진이 힘을 보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거듭된 발사 실패로 인해 북측 정찰위성 개발의 상징적 존재인 장창하 국방과학원장과 국가우주개발국의 위상과 입지 역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 위원장이 두 번의 실패를 만든 장 원장 등 관련 책임자들을 일시적으로 징계·처벌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사체인) 천리마-1형은 기본적으로 ICBM인 화성-15형의 추진체계를 활용했다”면서 “외부 형상만 일부 변경됐을 뿐, 화성-15형과 상당 부분 유사한 비행특성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 위원은 “북한의 ICBM들은 여태까지 상당한 중량의 탄두를 장착하고 정상각도 사격을 해 본 바 없다”면서 “천리마-1형의 발사는 ICBM의 정상각도 발사를 모사할 수 있는 기회”라며 북한의 ICBM 기술수준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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