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받아서"…키우던 푸들 생매장 30대 견주 '집유'

제주지법 "죄책 무겁지만 초범이고 피해견 구조돼"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키우던 푸들 한 마리를 산 채로 땅 속에 묻은 30대 여성 견주가 징역형의 집행유예에 처해졌다.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오지애 판사)은 24일 오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 A씨와 A씨의 지인인 40대 남성 B씨에게 각각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4월19일 오전 2시54분쯤 제주시 애월읍의 한 공터에서 미리 준비한 삽으로 구덩이를 판 뒤 A씨가 키우던 푸들 한 마리를 생매장했다.

당시 땅 속에 파묻혀 있던 이 푸들은 6시간 뒤인 오후 8시50분쯤 행인에 의해 발견될 당시 안타깝게도 코와 주둥이만 내밀고 '우, 우'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 사건으로 피부병까지 앓았던 이 푸들은 다행히 지금은 건강을 회복하고 제주에서 새로운 주인을 만나 '담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경우 잇단 거짓말로 수사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

당초 키우던 강아지를 잃어버렸다고 진술했던 A씨는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자 같은 달 21일 B씨와 함께 자수했다. 이후 A씨는 범행 당시 강아지가 죽어 있었다는 주장도 폈는데 경찰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는 푸들이 살아있는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A씨의 변호인은 지난달 6일 결심공판 최후 변론에서 "당시 피고인은 개인적인 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크게 받아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 때 A씨도 최후 진술을 통해 "강아지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재판부는 "수단과 방법, 행위의 태양을 고려할 때 죄질이 좋지 않고,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범행 동기를 고려하더라도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피고인들 모두 초범인 점, 피해견이 구조된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