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서 건넨 돈 어떻게 중국 갔을까…'보이스피싱' 전 과정 첫 공개
경찰이 해외 조직원으로부터 지시받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금이 수거책을 거쳐 해외조직원에게 송금하는 전체 과정을 추적해 밝혀냈다. 국내 수사기관이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이 해외조직에 넘어가는 전 단계를 특정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활동한 △1차 수금책 일당 39명 △중간 수금책 일당 13명 △송금책 일당 13명 등 60여명을 검거해 사기·전자금융거래법위반·외국환거래법위반 등 혐의로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1월 경기 남양주에서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며 피해자를 속여 1200만원을 받아 간 1차 현금수거책(20대 남성)을 추적했다. 1차 수거책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환전소 앞에서 일당을 만나 자신이 수거한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건넸다.
2차 수거책은 서울의 한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칸막이 밑으로 자신이 모은 피해금을 3차 수거책에게 전달했다. 3차 수거책 이렇게 모은 피해금을 캐리어에 담아 서울 명동의 한 구매대행 업체에 전달했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은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해외직구 대행업체 사무실을 통해 해외로 송금됐다. 이모씨(33)등 송금책 13명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해당 사무실 등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금 82억원을 해외 조직 계좌로 송금해 주고 수수료 약 5억원을 받은 혐의(사기·외국환거래법위반)로 검거됐다.
경찰은 남양주 피해자 사례를 포함해 △상품권 구매형 △상품권 구매 가장형 △해외직구 대행 가장형 등 3가지 보이스피싱 피해금 해외 송금 유형에 가담한 일당 60여명을 검거하고 30여명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서로 다른 해외조직과 결탁한 여러 일당이 섞여 있다.
남양주 피해자 사례는 해외직구 대행가장형에 해당한다. 이 밖에 상품권 구매형·상품권 구매 가장 수법은 개인사법자 명의로 발급한 체크 카드 등을 통해 한도 없이 고액의 백화점 상품권 등을 구매한 후 되팔아 세탁하는 방식이다.
상품권 구매형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해외직구 대행사나 환전소에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건네주기 전에 수금책을 모집하고 사업자를 등록해 상품권을 사도록 지시했다.
해외 조직원은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백화점 상품권을 사서 거래 실적을 높이면 저리 금융권 대출을 알선해 주겠다"라며 미끼 광고로 접근했다.
이후 "국세청 홈택스에서 상호나 업종 관계없이 사업자등록을 해라"고 지시한다. 개인 사업자등록증은 비대면으로 신청해 하루면 발급받을 수 있다. 개인사업자 등록증을 이용해 계좌를 개설하면 백화점 상품권을 한도 없이 구매할 수 있다. 사업자등록증으로 발급받은 계좌로 범죄수익금을 받은 다음 상품권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세탁했다.
상품권 구매를 가장한 공범이 개입하기도 했다. 해외 조직원들은 한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국내에서 거둬들인 피싱 수익금을 입금할 테니 상품권을 사고판 것처럼 광고도 올리고 거래 대화 내용과 명세표를 만들어 세탁해 주면 10% 수수료를 약속하겠다"라고 접근해 수금책을 모집했다.
특히 이들은 수사기관을 속이기 위해 돈이 이체된 시간과 액수, 계좌주에 맞게 상품권을 매매한 것처럼 SNS 대화와 거래 명세표를 허위로 만들도록 지시했다.
남양주 피해자 사례처럼 현금을 그대로 전달하든 중간에 상품권을 통해 세탁을 하든 최종적으로 해외 조직으로 송금하기 위해선 환전소 또는 해외구매 대행 사업체와 결탁해야 한다.
경찰수사 결과 보이스피싱 해외 조직원은 한국에 있는 해외직구 대행업자에게 "한국에서 거둬들인 피싱 돈을 해외직구 대행비로 세탁해 주면 수수료 10%를 약속하겠다"라고 제안했다. 이들은 "경찰에 단속되면 해외에서 주문받은 직구 대행이라고 우겨라"라며 피해금을 해외 직구 대행비용으로 가장하도록 지시했다.
경찰은 "본건 수사로 국내 활동 조직원뿐 아니라 그들에게 범죄를 지시한 해외조직원까지 무더기로 검거·구속했다"면서 "이 시간에도 피싱 범죄를 실행하는 조직원들에게 엄중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백화점 업계와 금융위원회, 국세청 등에 악용사례를 알리고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섰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선우은숙 "재혼 축하해준 안사돈, 나 평생 모실 뻔한 딸 생각한 듯" - 머니투데이
- 이다영 폭로 며칠 후…"김연경 선수님 감사합니다" 무슨 일? - 머니투데이
- 상간녀 데리고 효도여행 간 남편…"시부모에 위자료 받을 수 있나요?" - 머니투데이
- '美 출산' 안영미 근황에 '깜짝'…야윈 얼굴에 헝클어진 머리 - 머니투데이
- "8년 성폭행한 아빠, 내달 출소합니다"…또 소송하는 딸 사연 - 머니투데이
- "이 커플 찾을 방법 없냐" 무료나눔 옷장 부수고 갔다…무슨 일? - 머니투데이
- 김가네, 김용만 회장 성범죄 논란에 "개인 부정행위…대표직 해임" - 머니투데이
- 인증샷 투명곰에 최현욱 나체가…빛삭했지만 사진 확산 - 머니투데이
- '아이 셋·아빠 셋' 고딩엄마…이혼+동거소식에 큰아들 "미쳤나 싶었다" - 머니투데이
- "분열하면 당원이 뭐라 하겠나"...이재명 1심 선고 'D-1' 똘똘 뭉친 여당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