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 독살, 비행기 추락…푸틴의 정적이 자꾸만 사라진다

조윤영 2023. 8. 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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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을 시도한 용병 집단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립 관계에 있던 인물들이 잇따라 의문의 사고로 숨지다 보니, 프리고진의 사망도 단순 사고가 아닐 것이라는 추측과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당국은 러시아 연방보안국 요원들이 그를 독살했고 푸틴 대통령이 관여됐을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러시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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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4일(현지시각) 새벽 상트페테르부르크의 ‘PMC 바그너 센터’ 앞에 마련된 임시 추모관에서 현지인들이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추모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을 시도한 용병 집단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립 관계에 있던 인물들이 잇따라 의문의 사고로 숨지다 보니, 프리고진의 사망도 단순 사고가 아닐 것이라는 추측과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예브게니 프리고진(왼쪽)이 2010년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학교 급식을 생산하는 자신의 공장을 안내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3일(현지시각) 러시아 국영 타스(TASS) 통신은 러시아 당국이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던 엠브라에르 레가시 제트기가 이날 저녁 모스크바 북서쪽으로 170㎞가량 떨어진 트베리 지역에 추락했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조종사 3명과 프리고진을 포함한 승객 7명 등 탑승자 10명이 모두 사망했다. 프리고진의 최측근이자 바그너 그룹을 초기부터 이끈 것으로 알려진 드미트리 우트킨도 사망했다.

비행기가 추락한 경위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6월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 뒤 프리고진의 신변이 위험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오다 보니 러시아 정부가 한 일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달 “내가 프리고진이라면 먹는 것에 조심할 것이다. 메뉴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경고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프리고진의 사망 소식에 “놀라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2006년 10월 러시아와 체첸 공화국 사이의 체첸전쟁 참상을 고발한 언론인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EPA 연합뉴스

실제로 앞서 푸틴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거나 대립했던 여러 인사들도 의문사했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나 그의 이익에 반대했던 다른 인사들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사망하거나 죽음에 가까워졌다”고 이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을 배후로 의심하는 사건은 지난 2006년 11월 발생한 ‘홍차 독살 사건’이 대표적이다. 영국으로 망명한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전 러시아 정보 요원은 런던의 한 호텔에서 전 동료가 전해준 홍차를 마신 뒤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희귀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 210 중독으로 드러났다. 영국 당국은 러시아 연방보안국 요원들이 그를 독살했고 푸틴 대통령이 관여됐을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러시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같은해 10월 러시아와 체첸 공화국 사이의 체첸전쟁 참상을 고발한 언론인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은 푸틴 대통령의 생일이었다.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사망 사건도 구체적인 경위가 밝혀지지 않은 채 의문사로 남아 있다. 베레조프스키는 1990년대 말 러시아 연방보안국장을 지낸 푸틴을 총리로 밀어주고 자신의 소유였던 당시 러시아 3대 관영 방송인 오아르티(ORT)를 활용해 푸틴이 대통령이 되는 데 힘을 쏟은 인사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신흥재벌인 ‘올리가르히 축출’ 운동을 벌이자 영국으로 망명해 대립각을 세웠던 베레조프스키는 약 13년이 지난 2013년 3월 자신의 집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타살의 증거는 없었지만 영국 검시관은 자살인지 타살인지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24일(현지시각) 새벽 상트페테르부르크의 ‘PMC 바그너 센터’ 앞에 마련된 임시 추모관에서 현지인들이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추모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15년 2월에는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 시도 등을 규탄한 유력 야권 지도자인 보리스 넴초프 전 총리가 집으로 향하던 중 모스크바 그렘린궁이 보이는 한 다리 위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진 일도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회사인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회장이 입원해 있던 모스크바 병원 창문에서 떨어져 숨졌다. 마가노프 회장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루크오일 이사회는 “이런 비극”의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분쟁을 가능한 빨리 끝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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