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틀려먹은 것들”…‘물바다 논’ 들어가며 화낸 김정은, 무슨일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제방이 터져 물바다가 된 논에 직접 들어가며 간부들을 질타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침수 피해 지역을 찾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덕훈 내각총리를 향해 거친 언어로 비판하면서 인사 조치를 예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2일 김 위원장이 전날 평안남도 간석지건설종합기업소 안석 간석지 피해 복구 현장을 현지 지도했다면서 이처럼 보도했다.

이곳은 바닷물에 제방이 터지면서 침수된 지역이다. 간석지 제방 배수 구조물 설치공사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다.

김 위원장은 업무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한 간부들을 비판하면서 김덕훈 총리에게 그 책임을 물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고 그 결과 틀려먹은 것들과 건달뱅이들의 무책임한 일본새로 국가 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 쏘아 붙였다.

이어 “전 국가적으로 농작물 피해방지 대책을 특별히 강조하는 시점에조차 일군들의 무책임과 무규율성이 난무하게 된 데는 내각총리의 무맥한 사업 태도와 비뚤어진 관점에도 단단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또 김 총리가 ‘안석 간석지의 논 면적이 올해 국가 알곡 생산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해당 지역 군부대의 토지’라고 보고하며 복구사업을 군부대에 맡기다시피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김 총리가) 대책답지 못한 대책을 보고해놓고는 그나마 너절하게 조직한 사업마저도 료해(파악)해보면 피해 상황을 대하는 그의 해이성과 비적극성을 잘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의 경제사령부를 이끄는 총리답지 않고 인민 생활을 책임진 안주인답지 못한 사고와 행동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 내각총리의 무책임한 사업 태도와 사상 관점을 당적으로 똑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0년 59세의 나이로 경제를 총괄하는 총리에 오른 김덕훈은 권력 정점인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 중의 한명이기도 하다. ‘김정은 최측근’을 상징하는 가죽 롱코트를 걸치고 경제 현장 시찰에 나서는가 하면 주요 행사에서 김정은 다음으로 이름이 불리는 경우도 잦아 실세로 평가됐다.

이날 공개된 사진에서는 특히 김 위원장이 흰색 상의와 검은색 바지를 입고 팔을 걷어붙인 채 허벅지까지 이르는 물에 잠긴 논에 직접 들어가는 모습이 나온다.

자신의 이날 발언을 정당화하고자 본인은 직접 현장을 살핀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또 식량난 등 열악한 경제상황의 화살을 이들에게 돌리고 자신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