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 지위 되찾는 푸틴···밖에서는 잇단 굴욕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이 23일(현지시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존재감을 회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그너 그룹 반란 이후 한동안 푸틴 대통령의 장악력에 의구심이 제기됐지만, 정적을 제거함으로써 다시 건재함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 사회에서 푸틴 대통령의 위상은 갈수록 추락하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프리고진의 죽음은 오랜 측근의 반란으로 이미지가 크게 손상된 푸틴 대통령의 입지를 굳혀주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반란을 제압하지 못하고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겨우 프리고진과 타협하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 뒤 두 달 동안 세르게이 수로비킨 우주항공군 사령관 등 군부 실력자를 숙청하고 반란 주모자인 프리고진마저 제거함으로써 ‘스트롱맨’의 위상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내 위상은 확고하다. 2년째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두 달 전 프리고진의 반란 사건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여전히 80%를 상회한다. 푸틴은 내년 대선에 승리해 2036년까지 집권할 것이 확실시된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러시아 엘리트에게 보내는 푸틴 대통령의 경고로 해석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 미카일로 포돌랴크는 “푸틴 대통령이 2024년 선거를 앞두고 보내는 신호”라며 “조심하라! 불충실함은 곧 죽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대외적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러시아는 냉전 시기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 최초의 무인 달착륙 등으로 인류의 우주 개발을 선도했으나 최근에는 인도와의 달 남극 착륙 경쟁에 패배해 ‘우주 강국’ 이미지가 구겨졌다.
러시아는 인도 찬드라얀3호보다 약 한 달가량 늦은 지난 11일 루나25호를 발사했으면서도 인도보다 이틀 빨리 착륙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 20일 탐사선이 추락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이를 두고 푸틴 대통령의 과욕이 실패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23일 미국 싱크탱크 연구원을 인용해 “러시아 연방 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가 인도를 누르고 러시아의 능력을 보여주라는 푸틴의 압력 때문에 준비를 마치기 전에 강행한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지난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에서도 푸틴 대통령만 불참했다.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범 혐의로 푸틴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ICC 가입국인 남아공 방문이 불가능해진 탓이다. ICC 가입국은 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인물을 체포해 인도할 의무를 지닌다.
푸틴 대통령이 브릭스 정상회의 개막일에 화상으로 한 연설도 구설수에 올랐다. 푸틴 대통령은 미리 녹화된 연설을 보냈는데 이중 초반 32초 분량에 본인의 것이 아닌 목소리로 더빙돼 있었기 때문이다. 미 의회전문지 더힐은 “푸틴의 평소 목소리보다 훨씬 낮았고 마치 인공지능(AI) 음성 변조기를 사용한 것처럼 보였다”면서 “(참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전했다. 목소리가 바뀐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크렘린궁이 공개한 연설 원본을 보면 푸틴 대통령이 여러 차례 기침을 하는 장면이 포착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옅어지는 조짐도 보인다. 지난달 27일 러시아에서 열린 제2회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한 아프리카 정상들의 숫자는 21명으로, 3년 전의 반토막으로 줄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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