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올 추석에 수산물 선물해도 괜찮을까”
“오염수 방류전 굴비·옥돔 등 대량 확보”
일본과 먼 대서양·지중해산 새로 선보여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 사장(59)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명절 때마다 전남 영광 굴비와 제주 갈치 등을 선물로 준비했는데 이번 추석에는 수산물 대신 육류로 대체해야 할지 걱정돼서다.
김 사장은 “추석이나 설 명절 감사의 마음을 수산물로 전해왔는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시작돼 괜찮을지 모르겠다”면서 “수산물 선물을 드리는 마음도, 받는 분들도 부담스러워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면서 추석 수산물 선물세트 판매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다만 유통업계는 내년 설 명절용 수산물까지 일찌감치 물량을 확보한 만큼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추석 선물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자칫 소비자 불안 심리가 확산할 경우 추석 명절 인기 선물인 굴비와 갈치, 옥돔, 멸치 등의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어서 긴장하는 분위기다.
실제 현대백화점이 추석선물 사전 예약판매(8월18~23일) 현황을 알아본 결과 수산물 매출이 전년 추석에 비해 98.4%가량 늘었다. 명절 대표 수산물 선물세트인 굴비와 옥돔 등을 사전에 미리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 제주 달고기 스테이크 등 수산물을 활용한 간편식 선물을 대폭 늘린 것도 도움이 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오염수 방류 이전에 굴비와 갈치 등 저장이 가능한 수산물을 최대한 확보한 때문인지 추석 수산물 사전 예약이 오히려 늘었다”면서 “다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등 수입처 다변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올 추석 수산물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량이 전년에 비해 105.9% 증가했다. 국내산 굴비와 갈치, 옥돔 등을 내년 설 물량까지 2배가량 확보한 덕분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이와 함께 아르헨티나, 캐나다, 에콰도르 등 일본과 멀리 떨어져 방사능 위험이 적은 지역의 블랙타이거 새우, 활랍스터 등 갑각류와 선어를 신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한 수산물 안전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서양과 지중해산 수산물을 지난해에 비해 4배 이상 늘렸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의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판매량도 같은 기간 20%가량 증가했다. 참조기, 옥돔, 갈치, 멸치 등 올 추석 선물세트를 지난 4월 이전에 사들인 수산물로 준비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인기 품목의 경우 지난 설 명절의 3배 이상 비축했고 내년 설에 대비한 물량도 50~60%가량 늘렸다.
롯데백화점은 대서양과 지중해 수산물 선물세트도 새롭게 기획했다. 노르웨이 랍스터로 불리는 스페인 랑구스틴과 스페인 생(生)참치, 캐나다 랍스터 플래터 등을 선물세트로 선보인다.
양식 수산물 활용한 선물세트도 내놓는다. 훈제장어와 장어탕, 백화점 최초 양식 굴비 세트가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명절 선물용 굴비와 갈치 등은 냉동 상태로 보관하는 데다 2011년 이후 일본산 수산물은 아예 판매하지 않고 있는 만큼 고객들이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영광 참굴비 등 70여 종의 수산물 선물세트 사전 예약률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올 추석 선물용 굴비·갈치의 경우 지난 4월, 멸치·김의 경우 7월 이전에 사전 비축한 상품으로 준비한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사전 비축 물량이라도 방사능 검사를 철저히 거쳐 상품화할 예정으로 안전 메시지 카드를 함께 전달할 계획”이라면서 “일반 수산물도 이마트 자체 방사능 검사를 통해 보다 안전하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사전에 비축한 수산물로 추석 선물세트를 내놓는 만큼 오염수 방류와 상관이 없지만 모든 수산물 상품에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는 등 품질 검수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산 굴비, 갈치, 옥돔을 포함한 선물세트 외에 수입산 냉동 새우 선물세트를 새롭게 선보이고, 프리미엄 명란과 육포로 만든 대용량 선물세트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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