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에 총격, 차 마시다 중독…푸틴 반대했다 하면 터지는 의문사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을 향해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던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의 전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항공기 추락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암살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과거 푸틴 정권의 눈엣가시로 찍혔던 인사들처럼 의문사를 가장한 숙청을 당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BBC, 인사이더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프리고진 이전 최근 의문사를 당한 반(反)푸틴 인사로는 파벨 안토프가 있다. 안토프는 소시지 제조업을 앞세워 성공한 재벌이자 정치가로, 지난해 크리스마스 당일 인도 라야가다의 한 호텔에서 생일축하 파티를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호텔 창문에서 추락한 듯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안토프는 지난해 여름 SNS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느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BBC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모녀가 부상을 입고 부친이 사망했다는 내용의 글이 안토프의 왓츠앱 계정에 공유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 공유 글에 안토프 명의로 "이게 공포가 아니면 무엇이냐"는 댓글이 달려있었다고 한다.
이에 안토프는 "한 비평가의 견해를 공유한 것뿐이며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부 다 오해다"라는 해명과 함께 급히 왓츠앱 계정을 폐쇄하고 푸틴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 에너지 재벌 라빌 마가노프의 사망 현장도 안토프와 비슷했다. 라빌 마가노프는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기업인 루크오일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었는데, 루크오일은 지난해 3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냈다.
성명서에서 루크오일 측은 "무력충돌이 신속히 끝나길 바란다"며 "비극으로 희생된 모든 이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했다. 6개월 뒤 마가노프는 병원 창문에서 떨어진 듯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루크오일 측은 마가노프가 지병으로 숨졌다고 했으나,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시절 부총리를 역임했던 보리스 넴초프는 2015년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총격으로 숨졌다. 넴초프 전 부총리는 야권 지도자로서 푸틴 정권을 적극 비판했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향한 푸틴 정권의 야욕을 막아야 한다며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 넴초프 전 부총리 피격은 러시아 전역에 추모 시위가 일어날 정도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지목돼 숙청 후 영국으로 망명했던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좁스키는 2013년 사망했다. 리아 노보스티 등 러시아 언론은 베레좁스키가 심근경색과 우울증 증세를 호소했다는 점 등을 조명하면서 지병으로 사망했거나 극단적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레좁스키는 2011년부터 두 번째 부인과 이혼해 거액의 위자료를 지불하고, 푸틴 대통령 측 인사이자 동업자였던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소송전에서 패해 재정난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해야 할 점은 2006년 베레좁스키 암살 명령을 받았다고 폭로한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도 중독으로 숨졌다는 것이다.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도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는 2020년 공항에서 차를 마신 뒤 중독 증세를 보여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나발니는 긴급히 후송돼 치료를 받아 구사일생했으나, 러시아에서 현재 법정모욕죄 등 죄목으로 징역 11년9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러시아 검찰은 지난달 재판에서 극단주의 활동 혐의로 징역 20년 추가 선고를 요청했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 본토에서도 암살 공작을 수행하고 있다. 목표는 2010년 러시아 스파이 체포 작전에 결정적 제보를 했던 정보원 알렉산드르 포테예프로 2020년 신분을 숨기고 마이애미에 거주하던 중 암살 시도를 겪었다고 한다. 한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인사는 뉴욕타임즈에 "푸틴 대통령은 한참 전에 레드라인을 넘었다"며 "(배신자는) 모두 죽여야 한다는 게 푸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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