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받는’ 데이터센터·전기차 배터리 필수품… 윤활유의 진화

정재훤 기자 2023. 8. 2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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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업계가 윤활유 상품군을 확장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특수 제작한 윤활유로 발열 제어가 중요한 데이터센터나 전기차 배터리를 냉각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전기차용 윤활유는 모터와 감속기 등의 구동 효율을 높이고 배터리를 냉각해 전비를 높인다.

GS칼텍스는 전기차 감속기 전용 윤활유 기술을 확보했고, 배터리 냉각 전용 윤활유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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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 제어해 에너지 효율 높여

국내 정유업계가 윤활유 상품군을 확장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특수 제작한 윤활유로 발열 제어가 중요한 데이터센터나 전기차 배터리를 냉각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윤활유 사업은 주력인 정유 사업의 업황이 좋지 않을 때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 정유사의 알짜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 SK엔무브는 최근 미국 PC 제조 및 IT 설루션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 미국 데이터센터 액침 냉각 시스템 전문기업 GRC와 데이터센터 액침 냉각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GRC의 냉각 시스템. /SK이노베이션 제공

데이터센터 액침 냉각은 냉각유에 데이터서버를 넣어 냉각하는 차세대 열관리 기술이다. 공랭식(공기로 냉방)과 수랭식(물로 냉방)은 간접 냉각 방식이지만, 액침 냉각은 절연성을 갖춘 특수 윤활유에 설비를 직접 담가 열을 식힌다. SK엔무브는 대전R&D센터에서 액침 냉각 유체를 개발하고 있으며, 지난해 미국 GRC사에 2500만달러(약 33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하기도 했다.

SK엔무브가 액침 냉각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으로 데이터센터 및 냉각 시스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액침 냉각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억3000만달러(약 4400억원)에서 2032년 21억달러(약 2조8000억원)까지 연평균 21.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전기차 전용 윤활유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전기차용 윤활유는 모터와 감속기 등의 구동 효율을 높이고 배터리를 냉각해 전비를 높인다.

GS칼텍스는 전기차 감속기 전용 윤활유 기술을 확보했고, 배터리 냉각 전용 윤활유를 연구하고 있다. GS칼텍스는 2021년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인 ‘킥스(Kixx) EV’를 출시했고, 미국 연구기관과 함께 다양한 전기차용 윤활유를 개발하고 있다.

에쓰오일의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 'S-OIL SEVEN EVE'. /에쓰오일 제공

SK엔무브는 자체 브랜드 지크(ZIC)를 통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SK엔무브는 그룹Ⅲ(고급) 기유인 유베이스(YUBASE)를 생산하는데,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고급 기유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기유는 원유에서 증류해 분리·정제한 것으로 첨가제를 섞으면 윤활유가 된다.

에쓰오일(S-Oil)도 2020년 초 하이브리드차량(HEV), 전기자동차(BEV)의 변속기 및 감속기에 최적화된 윤활유 4종을 개발하고 작년 10월 전기차 전용 윤활유 브랜드 ‘S-OIL 세븐 이브이(S-OIL SEVEN EV)’를 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BIS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윤활유 시장은 지난해 2조원에서 2031년 약 2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윤활유는 정유 업황이 좋지 않아도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다. 올해 2분기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은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뺀 값)이 손익분기점보다 낮아지며 적자를 기록했으나 윤활유 부문에선 수백억~수천억원의 이익을 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로 바뀌면서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 맞춰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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