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인다, 마음이 움직여 ‘무빙’[봤다 OTT]
OTT플랫폼 디즈니+ 오리지널 ‘무빙’(감독 박인제)의 체온은 36.5도다. 사람들의 뭉클한 이야기에 어느새 팔짱은 스르르 풀리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소외된 이들을 또 한 번 소외시키지 않는다. 그 따뜻한 마음에, 보는 이의 마음도 움직인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차태현, 김성균, 김희원, 문성근 등 연기력 하나만큼은 자부할 수 있는 출연진이 손잡고 총 20부작을 완성한다. 지난 23일 10화, 11화가 공개돼 이야기 반환점을 돌았다.
‘한국에선 SF물이나 판타지물이 먹히지 않는다’는 속설을 통쾌하게 깨부순다. 원작 웹툰을 그린 강풀 작가가 직접 한땀한땀 빚은 재밌는 이야기들 덕분에 지난 9일 첫 공개 직후 2주 넘게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친구가 없다’는 공통점으로 친구가 된 초능력자 ‘봉석’(이정하)과 ‘희수’(고윤정)의 에피소드부터 소시민으로 사는 부모들의 사연까지 허투루 다루지 않고 온기 가득한 시선으로 펼쳐내면서 회를 거듭할수록 그 화제성을 높여가고 있다. 그동안 한국 대중이 SF나 판타지 장르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게 아니라 재미없는 판타지물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 셈이다.
박인제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력은 보는 재미를 더한다. 강풀 작가가 써내려간 대사나 지문들을 시각적으로 200% 구현해내며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 덕분에 벌써부터 명장면들도 손꼽히고 있다. 4화에서 봉석이 희수의 터치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공중으로 떠오르며 ‘잡아줘, 놔줘’를 반복하는 장면은 ‘잘파(Z+alpha)’ 세대의 플러팅이라며 밈으로 번지고 있고, 9화 미현(한효주)과 두식(조인성)의 러브스토리는 공개 이후에도 계속 회자되며 ‘설렌다’는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현이 운영하는 ‘남산 돈까스’ 식당의 돈까스까지 크게 인기를 얻으며, ‘돈까스 먹방 인증’ 사진들도 올라오고 있다.
훌륭한 대본, 연출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황금 궁합까지 더하며 ‘웰메이드’ 시리즈의 세가지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다. 누구 하나 구멍내지 않고 차진 호흡을 보여주며 작품의 밀도를 한층 더 높인다. 또한 남은 회차에선 더 많은 명배우들이 출연한다고 예고돼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지금까지 아주 잘 걸어온 ‘무빙’은 매주 수요일만 기다리는 드라마 팬들에게 어떤 멋진 엔딩을 선사할까. ‘착한 사람은 결국 이긴다’(11화)는 장주원의 메인 대사처럼, 앞으로 큰 사건에 휘말릴 이들이 얼마나 더 감동적이고 뭉클하게 이기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추천할래? ★★★★☆ (착한 사람들이 결국 이긴다는 걸 믿는 이라면 꼭.)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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