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염수 결국 바다로 쏟아냈다…올해만 3만t 방류 예정
일 7300억원 기금+직접 배상…주변국은 외면
윤석열 정부, 일본에 피해보상 말 한마디 못 해
일본 정부가 주변국과 어민들의 우려에도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강행했다.
2011년 3월 원전 폭발 사고로 인해 발생한 방사능 오염수(134만t)를 30년 이상 바다로 흘려 보내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이 여파로 한·일 양국 모두에서 ‘수산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자국 어민 등의 손해는 “정부가 모든 책임을 지고 대응한다”(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입장이지만, 같은 입장에 놓이게 된 한국 등 주변국 피해엔 눈 감고 있어 향후 양국 관계를 흔들 수 있는 큰 ‘외교적 문제’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전력은 24일 오후 1시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정화한 뒤 바닷물과 섞어 방사성 물질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춘 오염수를 약 1㎞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원전 앞바다에 쏟아냈다.
이날부터 하루에 460t씩 17일 동안 7800t의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할 예정이다. 올해는 네 차례에 걸쳐 전체 오염수의 2.3%인 총 3만1200t을 내보낸다.
일본 정부가 2021년 4월 바다 방류를 공식적으로 결정한 뒤 2년 4개월 만에 방류를 실행했지만, 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오염수의 안전성을 확인하려면, 여러 나라 과학자들이 다양하게 시료를 채취해 방사성 물질 농도 변화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일본은 일관되게 한국 등 관련국의 ‘직접 시료 채취’는 거부하고 있다. 방류 뒤에도 이런 방침은 유지된다. 도쿄전력은 최근 한겨레에 “앞으로도 당사가 (오염수 시료를) 채취·분석한 결과가 정확한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을 통해 확인받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현장에서 오염수 방류 과정을 점검할 국제원자력기구가 각종 자료를 한국 정부와 공유하겠다고 밝혔지만, 도쿄전력이 시행하는 ‘시료 채취·분석’에 의존해야 하는 기본 구도는 달라지지 않는다.
태평양 섬나라와 함께 오염수의 안전성 검증에 나섰던 세계 저명한 과학자들은 “도쿄전력이 제공한 자료는 불완전하고 일관성이 없는 데다, 편향돼 있어 어떤 판단을 내리기 부적합하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한국 정부의 안전성 검증도 제한적인 범위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묵인하면서 요구한 ‘한국 전문가의 원전 상주’는 끝내 실현되지 않았고, ‘정기적 현장 방문’만 이뤄지게 됐다. 일본 정부가 방류 전 진행한 ‘원전 시찰단’처럼 정해진 날짜에 보여주고 싶은 내용만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한·일 양국 수산업계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인 일본 정부는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소비 위축을 우려해 진작부터 ‘3단계 지원책’을 마련했다.
경제산업성은 2021년 11월 300억엔, 지난해 11월 500억엔 등 어민들의 피해 대책을 위해 총 800억엔(약 7300억원)의 기금을 확보했다. 1단계 300억엔은 오염수 방류 뒤 ‘소문(풍평) 피해’로 소비가 줄어들 경우 어민들로부터 수산물을 사들여 냉동 보관하는 경비나 판로 개척 등에 사용된다. 2단계 500억엔은 위축된 일본 수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새로운 어장 개척, 후계자 양성 등에 투자된다. 3단계로는 도쿄전력이 어업·농업·수산가공업·수산도매업·관광업 등 오염수 방류로 인한 개별 피해에 직접 배상에 나선다. 지역·업종·기간에 한정하지 않고 피해가 발생하면 30~40년이 걸려도 배상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된 한국·중국 등 주변 국가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22일 도쿄 주재 외국 특파원 대상 브리핑에서 “해양 방류로 인한 방사선 영향은 무시할 정도다. 주변국 사람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피해 배상에 대해 일본 쪽에 말 한마디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그 피해는 한국 어민 등 수산업계가 고스란히 뒤집어 쓸 위기에 놓였다. 한국의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세계 1위다. 한국 수산업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가 유출됐다고 인정한 2013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당시 국내 수산물 소비는 40%가량 감소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정부는 올해 오염수 방류가 예상됐는데도 수산물 소비 위축을 막는 3대 사업과 관련해 지난해에 견줘 1천억원 늘리는 데 그쳤다. 해양수산부가 최근 예비비를 요청하고, 국민의힘은 23일 내년도 예산에 오염수 방류 피해 어민지원 관련한 예산을 2천억원 추가 편성해 달라는 입장이다. 이미 방류 일정이 정해진 뒤 허겁지겁 나선 것으로 ‘뒷북 대응’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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