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규제' 없애 노후산단 탈바꿈…신산업·청년 품는다
공장 '매각 후 임대' 허용…포스코, 광양산단 배터리·수소 투자 길 열려
편의점·병원·주차장 등 편의시설 확충…"기업 투자하고 청년 찾는 산업캠퍼스로"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노후 산업단지에 첨단·신산업 기업이 들어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정부가 산단 입주 업종 제한을 크게 완화한다.
청년 근로자들이 노후 산단을 외면하게 하는 고질적인 생활 편의시설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존 산단 내 산업 용지를 지원시설 용지로 쉽게 바꿀 수 있도록 규제를 푼다.
또 산단 입주 기업이 공장을 금융·부동산 투자회사에 판 뒤 임대해 쓰는 '매각 후 임대'가 허용돼 기업이 신·증설 투자 및 연구개발(R&D) 자금을 보다 손쉽게 조달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런 '규제 혁파'를 통해 향후 10년에 걸쳐 24조4천억원의 투자와 1만2천여명의 고용 증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킬러 규제 혁파 규제 혁신 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산업단지 입지 킬러 규제 혁파 방안'을 보고했다.
입주 업종·토지 용도·매매 제한 '3대 규제' 고친다
이번 방안은 노후 산단 정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던 입주 업종, 토지 용도, 매매·임대 제한이라는 '3대 규제'를 대폭 완화함으로써 노후 산단을 첨단·신산업과 청년 근로자를 품은 '산업 캠퍼스'로 탈바꿈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전국의 산단은 1천274개로 12만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 중 착공 20년이 지난 노후 산단은 작년 기준으로 471개에 달한다.
우선 첨단·신산업 분야 기업이 노후 산단에 입주할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위해 과거 수십년 동안 유지된 경직적 입주 업종 제한을 푼다.
입주 대상 기업이 아니어도 전력·용수 등 기반 시설의 능력 허용 범위에서 원칙적으로 산단 입주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입주 업종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한다.
근본적으로는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등 산단 관리 기관이 입주 업종을 5년마다 재검토해 산업단지 변화 방향을 검토하도록 의무화했다.
한번 조성되면 길게는 수십년 이상 유지되던 산단의 색깔을 산업 변화와 기업 수요에 따라 적기에 조정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사행업 같은 특정 금지 업종 외에 모든 업종이 산단에 자유롭게 입주할 수 있는 업종특례지구(네거티브존) 활용도도 높인다.
네거티브존 제도는 지난 2000년 도입돼 전국 11개 산단에서 일부 적용 중이다. 현행법상 신청하려면 대상지가 최소 15만㎡ 이상이고 해당 지역 토지 소유자 4분의 3의 동의가 필요한데 관련법 개정을 통해 신청 최소 면적과 동의 기준을 각각 10만㎡와 3분의 2로 낮춘다.
정부는 또 제조업 지원 강화 차원에서 산단에 법률·회계·세무·금융 등 서비스 업종도 입주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매매·임대 규제를 풀어 노후 산단 입주 기업들의 자산 유동화를 지원한다.
공장 설립 후 5년간 매매·임대를 제한하는 현행 제도가 완화된다. 산단 기업이 공장을 금융·부동산투자회사 등에 매각 후 임대하는 자산유동화를 허용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기업의 신·증설 투자 및 R&D 재원 확보가 쉬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별 기업이 자체 수요에 따라 직접 조성해 쓰는 전용 산단에 원래 정해진 업종 외에 첨단·녹색기술 기업 입주를 허용하도록 한 것도 최근 여러 첨단·신사업 확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조처다.
이런 방향으로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포스코그룹은 광양제철소가 있는 광양국가산업단지 내 바다 매립지인 동호안(東護岸) 부지를 이차전지 소재, 수소 등 미래 신사업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1만명 공단에 편의점 고작 세 개…편의 시설 확대
정부는 산단의 토지 용도 제한을 풀어 노후 산단에 편의 시설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문화 시설은 물론 편의점조차 드문 지방 노후 산단의 고질적인 편의 시설 부족 문제는 특히 청년층 근로자들이 산단을 외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곤 했다. 2021년 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조사에 따르면 국가산단 내 19∼34세 청년층 근로자 비율은 29%에 그친다.
전국적으로 인구 1만명당 카페, 편의점, 병원은 각각 45개, 16개, 34개에 달한다. 하지만 착공 20년 이상 된 노후 산단의 경우 인구 1만명당 카페, 편의점, 병원은 각각 11개, 3개, 1개에 불과하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의 경우 공장 외에 편의 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지원시설 용도로 지정된 땅 면적이 전체 산단의 2.6%에 그친다.
이에 정부는 개발 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토지 쉽게 용도를 변경할 수 있는 면적 상한을 기존의 3만㎡에서 10만㎡로 대폭 확대해 체육·문화시설 등 편의·복지 시설을 속도감 있게 확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기자들과 만나 "근로자들이 뭘 하나 사려면 5㎞를 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생활 여건이 최악인 상황인데 공장 하나를 더 짓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산단 내 근로자들의 편의와 정주 여건을 높여야 산단 전체의 경쟁력이 산다는 차원에서 편의 시설 용지를 확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시대 변화에 맞춰 노후 산단을 바꿔 나가는 데 지방의 책임과 역할도 커진다. 개발 계획 변경권이 시도지사에게 위임된 국가산단이 기존의 18개에서 31개로 확대된다.
정부는 지방정부 주도로 각 지역 사정에 맞춰 '산업단지 마스터플랜'을 수립, 지역 특화형 '브랜드 산단'을 조성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지방정부와 민간 기업의 컨소시엄을 통해 독일의 아우토슈타트 같은 특색 있는 테마 공간 탄생이 가능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아우토슈타트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시 폭스바겐 본사와 출고장 등을 자동차 테마파크로 조성한 곳으로 연간 200만명이 찾는 관광 명소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전통 산단을 기업이 투자하고 청년이 찾는 산업 캠퍼스로 바꿔 나가겠다"며 "이번에 발표된 방안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지속해서 불합리한 규제를 혁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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