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장은 강제 키스, 감독은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어지는 스페인 여축 논란
[포포투=김환]
스페인 여자축구 대표팀은 우승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있다.
스페인 여자 대표팀은 지난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에서 잉글랜드를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우승의 기쁨도 잠시, 스페인 축구협회장이 시상식 도중 선수에게 강제로 기습 키스를 하며 논란을 만들어냈다.
당시 루이스 루비알레스 회장은 시상식을 위해 단상으로 올라왔던 스페인 여자대표팀의 미드필더 헤니페르 에르모소와 포옹한 뒤 갑자기 에르모소의 얼굴을 잡고 에르모소에게 입을 맞췄다. 에르모소는 라커룸에서 진행한 SNS 라이브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밝혔고, 루비알레스의 회장의 행동과 에르모소의 발언으로 이 사건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루비알레스 회장이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 스페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에르모소와 키스한 것 말인가? 다들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에 사람들은 더욱 분노했다.
이후 에르모소가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당시 행동은 친밀함의 표현이었고, 우승으로 인한 기쁨이 몰려와 했던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회장과 나의 관계에는 문제가 없다”라며 늦게나마 루비알레스 회장의 돌발 행동을 두둔했지만 이미 여론은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등을 돌린 상태였다. 다수의 스페인 매체들과 스페인 축구 인사들이 루비알레스의 회장을 비난했다.
결국 루비알레스 회장은 태도를 바꾸고 고개를 숙였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ESPN’을 통해 “확실히 내 실수였다. 순간적인 감정으로 그런 행동을 했다. 어떠한 악의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큰 파장이 일었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을 통해 배우고, 앞으로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이다. 여자축구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이자 스페인의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이번 사건이 영향을 미쳐 매우 슬프다”라고 사과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도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을 지적하며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했고, 스페인 문화체육부 장관인 미켈 이세타 장관은 축구협회가 이번 일에 대해 결단을 내리지 않는 이상 법적 조치도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처음에는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노력했던 에르모소도 영국 ‘BBC’를 통해 자신이 가입한 노조와 에이전트가 이번 일을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스페인 여자대표팀의 감독인 호르헤 빌다 감독이 또 다른 성추행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스페인과 잉글랜드의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빌다 감독이 여성 스태프의 가슴을 부적절하게 만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잉글랜드를 상대로 득점을 터트린 후 몇 초 동안 촬영된 이 영상에는 스페인의 스태프들이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 담겨 있으며, 빌다 감독의 왼손이 여성 스태프의 가슴에 올려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은 축구 경기에서 일반적으로 그러하듯 선수의 득점이 터진 이후 감독과 스태프들의 반응을 담기 위해 벤치를 비추는 영상이었다. 문제는 빌다 감독의 왼손이 여성 스태프의 가슴 위에 있었다는 것.
‘데일리 메일’은 “빌다 감독은 최근 몇 년 동안 팀 내에서 평가가 갈렸던 인물이었고, 이번 대회를 통해 이 점이 명확해졌다. 빌다 감독은 8강에서 승리한 이후 선수들과 함께 축하하기 위해 경기장으로 달려갔지만, 선수들은 빌다 감독을 무시했다. 스웨덴과의 준결승전에서는 알렉시아 푸텔라스에게 악수를 거부당하기도 했다. 빌다 감독은 대표팀을 맡은 이후 우승을 차지하는 등 눈부신 성공을 거뒀지만, 정작 그가 맡은 기간 동안 팀 내 분열은 더욱 심해졌다”라며 빌다 감독이 이전부터 논란이 있었던 인물이었다고 설명했다.
매체에 의하면 스페인 여자대표팀의 몇몇 선수들은 지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2 8강전에서 잉글랜드에 패배한 뒤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빌다 감독의 전술과 비효율적인 훈련 방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매체는 스페인 ‘문도 데포르티보’의 보도를 인용해 빌다 감독이 과거 선수들이 잠을 자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정까지 숙소의 문을 열어두라고 강요하는 등 선수들을 통제했으며, 선수들이 쇼핑을 마치고 돌아오면 선수들의 가방을 확인했고, 선수들이 숙소 밖으로 나가려면 누구를 만나는지 감독에게 말해야 했을 정도로 엄격하게 선수들을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 hwankim14@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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