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력, 사업장별 2배 이상 확대…택배 상·하차도 허용한다
올해 외국인력 1만명 추가…9월 시행돼 연말 입국
숙련 인력, 출국-재입국 절차 없이 계속 근무 가능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택배 상·하차 직종도 베트남 등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게 된다.
사업장별로 제한돼왔던 외국인력 고용 한도는 2배 이상 늘어나고, 숙련 인력에 한해서는 4년10개월 일한 뒤 출국 후 재입국하는 절차도 폐지돼 출국 없이 계속 근무가 가능해진다.
고용노동부는 2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4차 민·관 합동 규제혁신 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킬러규제 혁파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노동시장 규제 혁신의 골자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개편'이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 근로자를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외국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2004년 도입된 제도다.
베트남, 필리핀 등 협약을 체결한 16개국의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비전문 취업(E-9) 비자를 발급해 제조업과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일부 서비스업 등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산업 현장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연간 5만 명 수준이던 고용허가제 도입 규모를 올해 역대 최대인 11만 명으로 확대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에 정부는 이날 외국인력 활용에 가장 큰 제약 요소로 꼽혀온 사업장별 고용 한도를 2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제조업 9~40명→18~80명 ▲농·축산업 4~25명→8~50명 ▲서비스업 2~30명→4~75명 등이다.
이에 따라 올해 고용허가제 도입 규모도 1만 명 추가돼 총 12만 명으로 늘었다. 올해 4분기(4회차) 잔여 한도는 3만 명으로, 총 4만 명까지 들어올 수 있다. 정부는 12만 명에 더해 내년에도 규모를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인구 감소 등으로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비수도권 소재 300인 이상 뿌리산업 중견 기업에도 외국인력 고용이 가능하도록 한다. 현재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만 외국인력 고용이 가능하다.
정부는 특히 택배업과 공항 지상조업 상하차 직종에 베트남 등 외국인 근로자(E-9) 고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간 택배 상하차 직종은 방문 취업(H-2) 비자를 가진 중국 등 동포 인력만 고용이 가능했다. 또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가능한 서비스업은 건설폐기물 처리업, 냉장·냉동창고업, 인쇄물 출판업 등 일부 업종에 한정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에서 서비스업 신규 허용 직종에 폐기물 수집, 식품 운송업 등의 상하차 직종을 포함한 바 있는데, 이번에 택배업과 공항 지상조업 상하차 직종까지 추가한 것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 "택배 상하차 직종은 워낙 근력을 많이 써야 하는데, 현장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내국인들이 기피해 여전히 50% 이상의 많은 택배 업종이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그는 다만 "택배 분류 직종의 경우 언어가 잘 통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제외됐다"며 "특히 분류 직종은 내국인들의 수요가 있고 인력 부족도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국내 노동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택배 상하차 등 외국인력 허용직종 추가는 법 개정 사항은 아니어서 이날 회의와 추후 국무조정실 주재의 외국인력정책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곧바로 시행될 전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4회차 고용허가서 신청을 받는 9월부터 적용될 것"이라며 "이후 10월께 고용허가서가 발급되면 외국 인력이 국내 산업 현장에 들어오는 시기는 이르면 올해 연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밖에 호텔·콘도업(청소)과 음식점업(주방 보조) 등 인력난 심화 업종에 대해서도 현장 실태 조사와 내국인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업무 숙련도가 높은 외국 인력이 중간에 출국과 재입국 절차 없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도 개선된다.
그간 고용허가제는 특정 분야에 숙련되지 않은 인력만 도입하고, 입국 후 4년 10개월이 지나면 반드시 출국한 뒤 재입국해 4년 10개월 더 근무할 수 있게 해왔다.
그 결과 사업장은 장기 근무한 숙련 인력을 꾸준히 활용하기 어렵고, 더 오래 일하기 원하는 외국 인력은 불법 체류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장기근속 특례'를 신설해 한 사업장에서 일정 기간 이상 일하고, 업무 숙련도가 높은 외국 인력에 대해서는 출국과 재입국 과정 없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최대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우선 10년으로 하되, 관계 부처와 노사 의견 수렴을 거쳐 연장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말 고용허가제 개편방안에 담긴 내용이기도 하다. 정부는 관련 법 개정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20년이 된 만큼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택배 상하차 직종을 비롯해 외국인력 확대가 내국인 채용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노동시장 테스트를 계속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노동계는 반발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산업 현장에 빈 일자리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임금, 형편없는 노동환경 때문"이라며 "정부가 우선 할 일은 이러한 일자리를 가고 싶은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노력도 없이 손쉽게 고용허가제를 확대해 외국 인력으로 채우는 것은 이들을 열악하고 위험한 일자리로 밀어 넣는 반인권적 행위"라며 "궁극적으로 일자리 질 하락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의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정부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개편과 함께 산업안전보건 기준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사업장 특성에 맞는 안전이 제대로 확보되도록 현행 680여개의 산업안전보건규칙 전체 조문을 검토해 산업 현장과 국제 기준에 뒤처진 낡은 규제는 고치고 중복 절차와 규제는 없애는 것이 골자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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